남방에 니트까지 걸친 깔끔한 옷차림으로 승객인 척 구조대원들로부터 ‘안내’를 받았다.
선장인지를 알 수 없던 구조대원에게 본인의 신분을 알리는 기색은 없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사지를 간신히 빠져나온 승객과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18일 영상을 확인한 결과 지난 16일 오전 11시16분께 이 선장은 세월호에서 빠져나온 3명의 선원과 함께 첫 구조선에서 내렸다.
이 선장은 함께 타고 온 학생들보다 먼저 구조선에서 내렸다.
구조선에서 내린 대부분 승객에게 체온 유지를 위해 담요가 제공됐지만 이 선장은 담요를 덮고 있지 않았다.
이 선장은 현장요원의 도움도 없이 구조선에서 내려 구조자가 대기하고 있던 팽목항 매표소 건물로 ‘멀쩡히’ 걸어 들어갔다.
환자가 대기하던 매표소로 자리를 옮긴 이 선장은 바지를 벗고 뒤늦게 담요를 받았다.
이 선장은 여전히 상의는 덮지 않고 하반신만 감싸는 장면이 영상에 담겼다.
젖은 옷을 갈아입고도 체온을 유지하지 못해 담요로 전신을 덮고 온수 팩까지 끌어안아야 했던 다른 구조자들과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이로써 이 선장이 침수되기 전 신속히 현장을 빠져나와 구조됐거나 구명정 탑승 등 안전한 방법으로 현장을 탈출했을 수 있음을 추정할 수 있다.
상당수 승객들은 탈출 과정에서 머리와 갈비뼈 등을 크게 다쳐 들것에 실려 나오기도 했지만 이 선장의 모습에서는 뚜렷한 외상을 찾기 어려웠다.
또 이 선장은 구조된 승객 틈에 섞여 묵묵히 현장요원의 안내를 받았을 뿐 누군가에게 사고 현장에 대해 설명을 하거나 구조된 승객들을 돕는 모습은 눈에 띄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