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은 3세 경영을 위한 사업 재편작업이 한창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아버지인 이 선대 회장같이 계열을 정리해 자녀들에게 분할·승계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3일 삼성과 재계에 따르면 이 선대 회장은 ‘투트랙’으로 승계를 진행했다. 전주제지, 제일합섬, 신세계 등은 계열분리를 통해 사전 정지작업을,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등 삼성그룹의 명맥을 잇는 중요한 회사는 묶어 이건희 회장에게 포괄적으로 넘기는 방식이었다.
이 선대 회장은 이 회장에게 원활한 경영권 승계를 위해 다른 자녀들에게 여러 번 지분을 나눠줬다.
전주제지(한솔제지)는 장녀인 이인희씨에게, 안국화재(삼성화재)는 손복남씨(장남 이맹희씨의 부인)에게, 제일합섬(새한, 現웅진케미칼)은 차남 이창희씨에게, 신세계는 오녀 이명희씨에게 돌아갔다.
이 회장은 1970년대 후반부터 삼성그룹 주력 계열사인 동방생명(삼성생명), 제일제당(CJ제일제당), 삼성전자, 삼성물산, 제일모직 등의 지분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이 선대 회장은 자녀들에게 전자(삼성)와 유통(신세계), 식품(CJ), 제지(한솔) 부문을 분할해 승계했듯 이 회장도 삼남매에게 분할 승계를 염두에 두고 계열사 재편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동안 재계는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자와 금융을,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호텔·건설·중화학, 차녀인 이서현 사장이 패션·미디어 등을 맡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제일모직이 삼성전자 우산 아래 편입되고 화학계열사도 합병을 결정하면서 삼성가(家) 세자녀들의 지분승계 구도가 복잡해진 것.
그러나 자산 규모 550조원에 가까운 초대형 그룹을 이 부회장 혼자 이끄는 것도 무리가 있기 때문에 사업 별로 계열사를 묶어 삼남매 간 역할을 나눌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며칠 사이 이뤄진 삼성SDI와 제일모직, 삼성종합화학의 합병을 보면 이부진 사장의 영역으로 봤던 건설·중화학도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권에 놓였다고 볼 수 있지만,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 등도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어 아직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