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담당할 것으로 보이는 삼성SDI, 제일모직 등 ‘전자 소재부문계열사’의 합병에 이어 석유화학 계열사간 합병이 본격화 되면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 사장은 향후 호텔, 화학, 건설 분야 계열사들에 입지를 굳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차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녀인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이 패션과 광고 계열사에 대한 조정도 역시 빠른 속도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종합화학은 2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삼성석유화학을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삼성SDI와 제일모직의 합병이 결정된 지 이틀 만이다.
재계는 이번 합병이 이 부회장 몫인 ‘전자 부문’ 수직계열화에 이어 이 회장 장녀인 이 사장의 ‘화학 부문’ 지배력을 강화시키기 위한 정지작업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삼성종합화학이 삼성석유화학을 1대 2.14 비율로 합병하면서 삼성석유화학 주주들은 보유하고 있던 삼성석유화학 1주당 삼성종합화학 주식 2.14주를 받게 된다.
기존 석유화학 계열사 중에선 삼성석유화학 지분(33.19%)만을 보유하고 있던 이 사장의 지배력도 자연스레 강화됐다.
기존 삼성종합화학 지분이 전무했던 이 사장은 282만2018주(4.91%)를 취득해 개인으로는 삼성종합화학에서 최대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이는 합병 후 이 회장 지분인 0.96%를 크게 앞서는 비중이다.
삼성종합화학은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부타디엔 등을 생산하는 삼성토탈의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다. 때문에 이 사장은 삼성종합화학 지분 취득으로 삼성토탈에 대한 영향력까지 확보하게 됐다.
이와 함께 삼성토탈을 관리하던 순수 지주회사였던 삼성종합화학이 고순도테레프탈산(PTA) 등 실제 석유화학 제품 생산을 담당하는 2조3000억원 규모의 거대 화학회사로 거듭나면서 이 사장을 주축으로 한 신사업 발굴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삼성그룹은 앞서 지난달 31일 삼성SDI와 제일모직을 합병하면서 이 부회장이 맡아온 삼성그룹 전자부문에서 ‘삼성SDI-제일모직-삼성전기-삼성테크윈-삼성전자’의 수직계열화를 완성한 바 있다.
이번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의 합병을 통해 향후 삼성그룹의 ‘3세 경영’은 이 부회장의 전자·금융과 장녀 이 사장의 호텔·건설·중화학, 차녀인 이 사장의 패션·미디어로 ‘3자 구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더욱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이 사장이 화학 외에도 건설·레저 사업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돼온 만큼 다음 합병 대상은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물산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 삼성물산은 지난 2012년 기존 해외사업부에서 근무하던 인력 80~90명을 삼성전자 및 삼성엔지니어링 등 주요 계열사에 재배치하기도 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와 관련 “삼성석유화학은 1970년대부터 운영돼 오랜 역사를 갖고 있지만 PTA 단일제품만 생산한다는 점이 한계였다”며 “승계구조의 일환으로는 단언할 수 없고, 합병을 통해 그간 부진했던 PTA 사업을 넘어 신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