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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맡은 전자 부문 아래에 소재 사업을 두는 수직 계열화를 통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이자 차기 회장인 이 부회장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모양새기 때문이다. 이번 합병으로 삼성그룹은 제일모직을 전자 계열사로 편입해 삼성SDI-제일모직-삼성전기-삼성테크윈-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전자 수직 계열화를 완성하게 됐다.
그룹 경영권 승계구도도 구체화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전자·금융 부문을, 여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호텔·건설·중화학을,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 부문 사장이 패션·미디어를 맡게 된다는 관측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구도는 지난해 12월 삼성 정기인사에서 이서현 사장이 제일모직으로부터 직물·패션 사업을 넘겨받은 삼성에버랜드로 자리를 옮겨 패션부문 경영기획 업무를 총괄하게 되면서 실현되고 있다.
삼성 측 지분율이 낮아 지배구조가 불안정하다는 평가를 받은 제일모직을 삼성전자 아래 둬 지배력을 강화한 것도 이번 합병의 효과로 분석된다. 삼성 계열사가 보유한 제일모직 지분율은 지난해 4분기 기준 삼성카드와 삼성복지재단·삼성문화재단·삼성생명이 보유한 7.14%에 불과하다. 제일모직의 최대 주주는 11.63%를 보유한 국민연금공단이다.
삼성전자가 삼성SDI의 최대주주(19.68%)여서 삼성SDI와 제일모직의 합병사에서도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게 된다. 합병이 완료되면 삼성전자가 합병사의 지분 13.5%를 보유하게 되며, 2대 주주는 국민연금(10.5%)이 된다. 삼성카드 지분은 1.6%가 된다.
이번 합병 이후에도 경영승계 구도를 위한 삼성 계열사 간의 사업구조 개편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9월 삼성SDS와 삼성SNS 합병으로 이 부회장의 삼성SDS 지분율을 올리는 등 후계 구도를 명확히 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어어 같은 해 12월에는 삼성전기와 삼성물산, 삼성중공업이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을 삼성생명에 넘기는 한편 삼성물산은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늘리는 등 복잡한 순환출자구조로 얽힌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고 있다.
삼성그룹 측은 이번 합병이 사업 효율성을 고려한 내부 인수·합병(M&A)일 뿐 경영승계구도와는 무관하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시너지 효과를 위해 철저히 사업 효율성에 기반을 둔 사업구조 재편으로, 경영승계 등 다른 변수는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