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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은행도 안전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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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길명 기자

승인 : 2008. 09. 30. 17:26

유동성 위기 금융계 전반 확대돼
미 월가 투자은행에서 촉발된 금융위기가 상업은행으로 번질 조짐이다.

금융위기 초반만 해도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은행이 무너지고 안전한 영업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상업은행이 부상하는 것으로 분석됐지만 유동성 위기가 금융계에 확산되면서 상업은행도 안전지대라고 말할 수 없게 됐다.

◇ 신용경색 확산에 상업은행도 흔들=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29일(현지시간) 씨티그룹이 와코비아의 은행영업 부문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와코비아는 최근 모기지 시장 위기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은행 중 하나다. 부동산 붐이 최고조에 달한 지난 2006년 골든 웨스트 파이낸셜을 250억달러에 인수하면서 취득한 모기지 때문에 상반기에 97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했고 올 들어서만 주가가 74% 폭락하는 등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위기가 심화되면서 와코비아의 생존 여부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커지자 와코비아는 씨티그룹 및 웰스파고와 매각 협상을 벌여왔다. 벨기에와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정부도 역내 주요 은행인 포르티스를 구제하기 위해 모두 112억유로(미화 163억달러 가량)를 긴급 투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포르티스는 ABN 암로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지난해 10월 130억유로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 주가가 곤두박질쳤고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에서 촉발된 금융위기 속에 경영실적도 악화일로를 걸었다. 여기에 리먼브러더스 파산보호 신청 이후 유동성 상황이 더욱 나빠지면서 위기설이 나돌았고 결국 정부 지원을 받고 ABN암로는 매각해야 하는 운명에 처했다. 지난 1800년대 출범한 포르티스는 벨기에에서는 최대, 네덜란드에서는 2위 은행이며 고용 인원은 모두 8만5000명이다.

◇ 생존경쟁 재편 가속화= 금융위기 과정에서 발생한 최근 인수합병(M&A)은 위기에 처한 금융기관들이 도산을 모면하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택한 측면이 강하지만 반대로 인수업체는 부실업체를 정부 지원까지 받아 인수, 업계의 강자로 부상하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금융계에서 영향력 있는 입지를 구축하려면 무엇보다 자본 확충과 자산 확대를 통한 '덩치 키우기'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메릴린치를 인수한 뱅크오브아메리카(BOA)나 워싱턴뮤추얼을 인수한 JP모건체이스에 이어 와코비아의 은행영업 부문을 인수하기로 한 씨티그룹까지 모두 위기를 기회로 삼아 몸집을 불리는데 성공했다.

씨티그룹은 와코비아 인수로 미국 21개주의 3300여 지점을 확보, 영업망을 크게 넓혀 BOA와 JP모건체이스에 이어 미 3대 은행으로 남을 수 있게 됐다. 씨티그룹은 또 와코비아 인수에 따라 미 예금시장의 9.8%를 차지하고 1조3000억달러의 예금을 보유하는 선두 소매은행으로 부상하게 된다.

하지만 와코비아가 골든웨스트 파이낸셜 인수 후 모기지 부실이 확대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M&A이후 부실자산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부실 확대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이번 사태의 교훈으로 남게 됐다.
박길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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