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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차례 누구?’...월가 공포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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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길명 기자

승인 : 2008. 09. 30. 17:24

줄도산, M&A 번질듯
미 하원이 7000억달러 구제금융 법안을 부결시킴에 따라 금융시장이 걷잡을 수 없는 위기감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월가에선 씨티그룹에 넘어간 와코비아에 이어 '다음 차례는 누구냐'는 살생부가 나도는가 하면 금융시장에선 자금거래가 자취를 감춘 상황이다.

◇ 다음 차례는 누구
29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는 전날 미 의회가 구제금융안에 잠정 합의했음에도 유럽 은행의 위기 소식과 와코비아의 매각 등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돼 다우존스 지수가 한때 700포인트 이상 떨어지는 폭락장세가 연출됐다. 구제금융 법안의회처리가 불투명한 시점에서 금융시장에 떨어진 불씨는 급속도로 확산, 걷잡을 수 없는 대형 화재로 번져간 것이다.

특히 미국과 달리 그동안 정부의 구제 금융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던 유럽에서도 구제 금융을 받는 은행이 출현했다는 것은 그만큼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는 게 시급하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또 이날 뉴욕 증시에서는 오하이오주 지역은행인 내셔널씨티의 주가가 반 토막 났다. 금융권에서 신용경색 위기가 확산된다는 분석이 나오자 투자자들 사이에선 어느 지역은행이 합병 파트너가 필요한지에 대한 추정과 분석이 나돌기 시작했다. "다음 차례는 누구냐"는 살생부의 출발점인 셈이다.

평상시 금융시장 환경에선 문제가 없는 금융회사라도 일단 시장에서 문제가 있다는 식의 루머가 확산돼 주가가 폭락하고 자금이 빠져나가면 걷잡을 수 없는 위기로 빠져드는 게 피할 수 없는 수순이라는 점에서 심상찮은 조짐이다. RDM파이낸셜그룹의 시장전략가인 마이클 셸던은 경제채널 CNBC와의 인터뷰에서 "모기지 시장 부실 때문이건, 단순한 경기 둔화 때문이건 도움이 필요한 지역은행들이 많이 있다"면서 "경제의 취약점이 있지만 더 큰 문제는 금융회사의 신뢰 상실"이라고 지적했다.
◇ 줄도산, M&A가속화
구제금융 법안 처리가 늦어질수록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이 커질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 법안의 주요 내용은 이미 공개돼 새로울 것이 없지만 7000억달러를 투입해 금융기관이 보유한 부실채권을 정리해줘 금융시장 불안을 촉발한 불씨를 제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기대됐었다.

현재 금융시장에는 각국 중앙은행들이 연계해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는 점이나 각국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부실 금융기관 처리에 나서는 점도 시장에서약효를 발휘하지 못하는 상태다. 따라서 시장이 기대볼 방안은 미 의회에 상정된 구제금융 법안 밖에 없는 상황이며 법안의 처리가 늦어질수록 시장 위기는 확산될 수밖에 없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 민주-공화 양당의 대선후보를 비롯한 미 정치권 지도부가 백악관에 모여 이견만 확인하고 미 의회가 법안 처리를 놓고 갑론을박을 지속하는 동안에도 워싱턴뮤추얼이 JP모건체이스에 넘어가고 씨티그룹은 와코비아를 인수하는 등 금융회사의 도산이 이어졌다. 이런 와중에서 미 의회가 구제금융 법안 처리를 지연시킬 경우 대형 금융기관들의 연쇄 도산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투자심리가 얼어붙고 시장의 신용경색이 극심한 상황 속에서 일시적 자금난만 발생해도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생사의 기로로 내몰리는 것이 금융시장의 생리이기 때문이다. 또 정부가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면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인수합병(M&A)의 회오리바람이 몰아칠 수도 있다. 지금까지는 위기에 처한 금융회사 처리를 위해 미 정부가 지원을 해주면서 인수를 종용 또는 주선한 상황이었지만 앞으로 극한 위기로 내몰리는 금융회사들이 늘어난다면 먹고 먹히는 생존경쟁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박길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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