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전광우 금융위원장 등은 물론 한승수 국무총리도 긴급 금융시장 점검회의를 열어 대응책을 논의했고 러시아를 방문중인 이명박 대통령까지 나서 금융시장 안정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금융당국은 이날 아침 공매도 전면 금지와 자사주 매입한도 대폭 완화 등을 발표, 기민한 대응으로 증시 폭락을 막았으며 키코 피해 중소기업에 대한 대책도 앞당겨 발표키로 했다.
◆“현물시장에도 외환보유고 풀겠다”
한승수 국무총리는 국무회의에서 “이런 때일수록 내각은 경제살리기에 매진하면서 외환 낭비요인이 없는지 점검하고 금융당국은 시장 불안이 확산되지 않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국무회의 직후 강만수 장관,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전광우 위원장 등이 참석한 긴급 금융시장 점검회의를 주재,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 회의 후 강 장관은 기자브리핑을 자청해 “필요하다면 외환 현물시장에도 외환보유고를 풀어 달러 부족으로 환율이 급속도로 치솟는 것을 막겠다”고 밝혔다.
그는 “외국환평형기금을 통해 스와프 시장에 100억달러 규모의 외화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안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며 “외환보유액을 충분히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유동성 자체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또 “미국의 구제금융은 하루나 이틀 동안의 협상을 거쳐 늦어도 주말까지는 통과될 것”이라며 “(미국의) 문제가 해결되면 대외차입 문제도 서서히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정부도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한 상황별 플랜을 준비하고 있지만 현재 상태에서 너무 비관적으로 보고 민감하게 움직이지 않기를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전광우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증권연구원 주최 국제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 “금융시장 위기의 잠재적인 전파경로를 파악하고 모니터링을 강화, 위기가 전파되는 것을 최소화하고 시장안정을 꾀하는 데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역설했다.
전 위원장은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관계부처와 긴밀하게 협력,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정부가 최선을 다하고 있는 만큼 믿음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는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긴급 차관급 회의도 개최, 금융시장 대책을 논의했다.
이 회의에는 김동수 재정부 1차관, 이창용 금융위 부위원장, 이승일 한은 부총재 및 김동연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참석해 미국발 금융악재 차단과 키코 대책 등을 논의했다.
특히 러시아를 방문중인 이 대통령은 오전(현지시각) 모스크바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정부가 금융위기의 긴급한 상황에 대해 선제 대응해 나간 것이 지금 생각하면 아주 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유럽과 러시아에 이르기까지 주가가 전부 폭락한데 비하면 한국의 물가와 주가, 환율의 충격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적은 편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키코 피해 중소기업 대책 오늘 발표
한편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은 이날 아침 긴급회의를 갖고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공매도 전면 금지와 자사주 1일 매입한도를 1%에서 10%로 대폭 완화하는 내용의 증시안정대책을 결정, 시장 개장 전에 발표하는 신속한 대응을 보여줬다.
이날 우리 증시가 다른 나라와 달리 소폭 하락에 그친 것은 이에 힘입은 측면도 있다.
우리투자증권 강현철 연구원은 “공매도 전면금지로 외국인 매도 위축과 단기적인 숏커버링(지수가 하락할 것으로 보고 주식을 빌려 팔았던 투자자들이 예상과는 달리 지수가 상승하자 빌린 주식을 되갚기 위해 주식 재매입에 나서는 것) 확산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개별주식 공매도 제한에 따른 외국인의 주식선물 매도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금융위는 오후 임시 증권선물위윈회 및 금융위원회를 열어 이번 조치를 정식 의결했다.
이와 함께 2일 당정협의를 거쳐 발표할 예정이던 키코 피해 중소기업들에 대한 대책도 하루 앞당겨 오늘 공개키로 했다.
임승태 사무처장은 “중소기업, 미분양아파트 문제 등 잠재적인 국내 불안요인에 대해서도 관계부처와 조속히 협의를 끝내고 속도감 있게 대응방안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