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원은 29일(현지시간) 구제금융 법안 표결에서 찬성 205표, 반대 228표로 부결시켰다. 하원 다수당인 민주당에서는 소속의원 가운데 60%가 찬성표를 던졌지만 여당인 공화당에서 3분의 2 이상의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져 법안 부결을 주도했다.
하원 표결은 양당 지도부가 반대 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시간을 끌었지만 법안 통과에 필요한 217표를 확보하지 못했다. 공화당 일부 의원은 법안이 부결되자 "미국 국민이 구제금융 법안을 반대했으며 의회도 마찬가지로 거부했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하원 금융위원장인 민주당의 바니 프랭크 의원은 "공화당이 이 법안을 무산시켰다"며 공화당 측에 책임을 돌렸다.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은 “금융시장과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미국과 유럽 증시는 이미 부결 가능성이 높다는 소식에 폭락한 다음이었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예상 밖으로 구제금융 법안이 부결되자 경제보좌관 회의를 긴급 소집한데 이어 폴슨 재무장관,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등과 대책회의도 갖겠다고 발표했다.
미 하원에서 금융구제 법안이 부결되면서 뉴욕 증시를 비롯한 세계 증시가 공황 상태에 빠졌다. 이 충격으로 다우존스지수는 역사상 가장 큰 폭으로 내렸다. 지난주 종가보다 777.68포인트(6.98%) 떨어진 1만365.45에 거래를 마쳐 사상 최대의 하락폭을 기록했다.
다우지수 하락폭은 9.11테러 직후인 지난 2001년 9월 17일 기록한 684포인트 하락폭을 넘어선 것으로, 종가가 700포인트 넘게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나스닥 종합지수도 199포인트, 9.14% 떨어진 1983을 기록해 2000선이 무너졌고 S&P500 지수도 8.8%나 하락했다.
S&P 500지수의 하락률은 1987년 블랙먼데이 이후 최대이자 역대 2번째다. 벨기에-네덜란드 합작 금융그룹인 포르티스가 대규모 구제 금융을 받는 등 금융위기가 확산된 유럽 증시 역시 급락했다. 영국이 5.3%, 프랑스가 5.04%, 독일이 4.23% 각각 하락했다. 브라질 증시도 9년여 만에 가장 크게 떨어져 9.36% 낙폭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