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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농촌, “고령농부 100인의 1인기업, 젊은이들과 상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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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정남 기자

승인 : 2013. 05. 02. 14:27

[희망100세] 고령화 극복, 대만에서 배운다 ② 시니어+청년, 융합의 시대가 왔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동스구어차이생산합작사 외관, 기계화된 공장, 크기를 선별하고 있는 직원, 홍당무 쥬스. 사진=유재석채진솔 기자
아시아투데이 대만 100세 특별 취재팀 = 지난달 24일 타이베이에서 3시간을 달려 도착한 윈린현의 작은 농촌마을. 차에서 내리자마자 동스구어차이생산합작사라는 큰 간판이 눈에 띈다.

공장안에 들어가 보니 커다란 자루에 홍당무들이 줄지어 들어가고 있고 또 한켠에는 유니폼을 입은 젊은 여자들이 홍당무를 크기별로 분류하고 있었다.


"이건 라지사이즈가 아니고 미디엄이야." "다 씻은 홍당무는 빨리 자루에 담아." "장칭원씨, 농촌진흥청에 보낸 홍당무 샘플 결과는 어떻게 됐어?"


쉬지 않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지시하는 사람은 이곳 사장인 왕원싱씨(45)다.


동스구어차이생산합작사 왕원싱 사장이 홍당무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채진솔기자
경쟁력 있는 분야선택, 정부 정책이 '윈윈'효과

그는 1994년 처음으로 홍당무를 재배했다. 젊은 나이인 그가 농사에 뛰어든 이유는 여러가지다.


첫번째는 대만 홍당무가 어느 지역보다 당도가 높아 일본에서 인기가 많다는 점이었다. 

그 때문에 여기서 생산되는 홍당무의 60%이상이 일본으로 수출된다. 잘만하면 다른 직업보다 돈벌이가 된다는 점이 우선 마음에 들었다.

"아버지가 홍당무 농사를 하셨죠. 그래서 대만 홍당무가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어렸을 때부터 알았습니다. 지금은 빨강·노랑·흰색·검은색·오렌지색 홍당무를 재배하는데 성공해서 부가가치를 올리고 있습니다. 각각의 영양 성분이 다 달라서 인기가 높아요. 일본·싱가포르와 홍콩에는 이미 들어갔고 지금은 중동지역까지 노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처음 그가 농사를 시작하려고 했을 때는 두려운 마음이 컸다.


대만의 농촌도 한국처럼 기본적으로 영세농이 대부분인데다 고령화돼 있어 규모를 키우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수출기업으로 만들려면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춰야 했는데 연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컸다.


"친구가 제 생각을 듣고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을 하나 소개해주더라고요. 고령농업인들이 나이가 들어 농사짓지 못하거나 소득이 많지 않은 유휴경작지를 빌려주는 정책이었어요. 고령 농업인은 우리에게 경작지를 빌려주고 우리는 그들에게 소득을 보장하지요. 정부도 일정 금액의 보조금을 줘서 노령 농업인들은 노후 생활을 즐길 수 있어요."

▲농업 부가가치 올리는데도 그만

그의 회사는 40.6헥타르(12만2800평)의 면적에 홍당무 농사를 짓고 있는데 이 중 13.2헥타르가 노령농업인에게 빌린 경작지다. 전체 면적의 32.5%나 된다.


13.2헥타르는 100명의 고령농업인에게서 빌린 농지인데 이들은 모두 이 공장의 1인협력사다.


정부 차원에서 이런 정책을 시행하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우선 고령화되고 있는 농촌에 젊은이들이 활기를 줄 수 있다.


또 이들이 현재 농업인들의 뒤를 이어 농사를 지을 수 있어 식량안보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다.


기술로 단위면적당 부가가치를 올리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우리 회사가 들어오고 나서 이 농지는 고소득을 올리는 황금의 땅이 됐죠. 1헥타르 당 들어가는 자본이 2만2000대만달러가 줄었고 수익은 1만1000위안이 증가했어요. 또 정부 농촌 연구기관과 연계해 개량종을 만들어내는데 국가가 재정적·행정적 지원을 해주죠. 고부가가치의 농업이 발달할 수 있도록 정부가 배려하는 차원에서요."

이번에 이 회사가 만들어낸 갖가지 색깔의 홍당무와 홍당무 주스, 양파에너지스프, 홍당무 잼도 연구의 결과다.


고령 농업인에게서 빌린 땅에 심은 홍당무를 동스구어차이생산합작사 직원들이 캐고 있다.
                                                                                                           /사진=유재석 기자
▲고령 농업인 소득 쑥쑥

공장을 둘러보고 우리는 홍당무가 재배되고 있는 밭으로 이동했다.


40헥타르는 생각보다 넓었다. 국제 축구장 10배의 넓이란다.


이곳에는 홍당무를 뽑고 있는 인력은 20여명 정도 있었다.


"우리 회사 직원은 32명정도 입니다. 사무실에는 7~8명 정도가 있고 공장에 3~4명, 나머지는 모두 밭에서 일을 합니다."


공장은 기계화돼 있기 때문에 크게 인력이 필요하지 않고 정부와 협업하고 고령농업인들을 관리하기위해 사무실에 공장보다 더 많은 인원이 필요하다.


홍당무는 사람손으로 뽑아야 최상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기계의 손을 거의 빌리지 않는다.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차이센시우씨는 "하루종일 일해도 입에 풀칠하기 힘들었죠. 그런데 이 회사가 들어오고 젊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니 일하기도 편하고 즐겁고 수입도 더 나아졌어요"라며 정부의 정책에 참여한 이후 생활이 많이 변했다고 설명했다.

농촌진흥청 차이완메이 사무관은 "이 회사는 농지를 빌려주는 정책으로 농업을 하고 있는 기업 중 꽤 큰 축에 속한다"며 "여기 말고도 이 정책을 이용하는 기업이 꽤 많이 있으며 농촌지역 소득을 올리고 농업의 영세화와 농촌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는에 적지 않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고령 농업인들을 위한 정부의 정책은?

농촌 시니어들을 위한 정부 정책은 농업위원회가 주도한다. 이들은 청년농업인과 고령농업인을 하나의 팀으로 조직해 서로간의 보안효과를 올리도록 해주고 있다. 

동스구어차이생산합작사가 정부 연구기관과 함께 개발한 색깔 홍당무. 사진=유재석 기자
또 정부와 대학, 연구기관, 시민조직의 협력을 중시해 농촌의 시장성을 높이고 농촌인들이 활기차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한다.

농촌 시니어들을 위한 복지가 단순이 돈을 주는 차원을 넘어 좀더 적극적이고 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는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이런 정책의 수혜를 입지 못하는 고령농업인들도 아직까지는 많기 때문에 이들을 위해 농민건강보험과 고령농연금, 휴경보조금제도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농민건강보험은 보험료가 도시민들의 의료보험보다 훨씬 낮고 혜택이 많아 환영을 받고 있다. 


보험비용의 30%만 피보험자가 부담하고 70%를 정부가 지원하고 있어 지난해 6월 기준으로 보험가입자수만 146만명에 달한다. 


농업인들은 보험료로 매월 78대만달러(한화 3120원)를 내면 의료비 지원 외에 자녀출산 장려금 2만400대만달러(약 80만원), 장례보조금 15만3000대만달러(610만원), 심신장애보조금 40만8000대만달러(1600만원) 등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고령농연금은 국가가 만 65세 이상 농업인들에게 매월 7000대만달러(28만원)의 노후연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이 연금은 농업인들이 열악한 조건에서 농사를 지어 도시민들에게 식량을 공급하는 식량안보 기지역할을 하고, 농촌의 자연환경을 유지해 공공복지에 기여하는 것에 대한 보상으로, 정부가 고령농업인에게 무상으로 지급한다. 


수혜자는 지난해 6월 기준 68만7000명이고 관련예산은 511억대만달러(2조440억원)로 대만농업위원회 전체예산의 39%를 차지하는 가장 큰 예산항목이다. 
 
대만은 쌀 수입개방과 생산과잉에 따른 쌀값 하락을 우려해 1997년부터 휴경보조금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휴경을 신청하는 농지에 대해선 1기에 1헥타르 당 4만5000대만달러(180만원)의 휴경보조금을 지급하고, 2기 연속 휴경을 할 경우 헥타르 당 총 6만8000대만달러(272만원)까지 보조금을 지급한다.

해당 농지에 정상적으로 벼를 재배할 경우 평균소득은 1헥타르 당 약 12만대만달러(480만원)이므로, 휴경을 해도 50% 정도의 소득은 보장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런 정책들로 너무 많은 예산이 소요된다. 따라서 정부는 예산을 줄이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령 농업인들의 토지 임대제도를 도입했고 확대 시행할 계획이다.

대만 100세 특별 취재팀=추정남·채진솔·유재석 기자 hope100@
추정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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