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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업계에 따르면 122조원을 투자해 조성하는 SK하이닉스의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의 공장 착공 시점은 내년이다. 이는 2019년 2월 당시 산업통상자원부가 첫 발표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계획인 2022년 착공보다 3년가량이 늦춰졌다. 내년 착공을 시작하면 2027년이 되어서야 가동을 시작할 수 있을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해당 부지 126만평(415만㎡) 규모에 122조원을 들여서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지난해 3월 용인 클러스터에 반도체 투자 계획을 발표한 삼성전자도 상황은 비슷하다.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 일대에 조성하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 부지는 3년 뒤인 2026년이 돼서야 부지 착공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공장 착수는 2028년이 되어야 들어갈 수 있을 전망이다. 그러면 가동은 2030년 쯤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지난 2021년 미국의 첫 테일러 공장을 투자 발표 한 이후 불과 3년만인 올해 연말께 양산을 앞두고 있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용인 클러스터 단지의 조성 속도는 미국, 일본 등 해외의 반도체 산업 단지 조성 기간과 비교하면 더욱 비교된다. 지난달 개소한 TSMC의 일본 구마모토현 파운드리 1공장은 2021년 10월 계획이 발표된 이후 3년도 채 안되서 완공됐다. 그 배경엔 일본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이 있었다. 일본 정부는 투자금의 40%인 4760억엔(약 4조4300억원)을 보조금으로 지급하며 공사가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지원했다. 구마모토현 지방자치단체도 지하수로 공업 용수나 도로 정비 문제 해결에 직접 발 벗고 나서는 등 공장 부지 조성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반면 우리나라는 2019년 조성 계획을 했지만, 8년이 지나서야 완공된다.
업계 안팍에서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착공 지연의 원인을 지역 민원에 따른 산업단지 승인 지연과, 토지·지장물 보상 절차 장기화, 용수 공급 인프라 구축 장기화 등으로 꼽는다.
우선 공사 착공을 위해서는 지자체의 산업단지 승인이 우선인데, 승인을 위해 필요한 환경영향평가 통과가 지연됐다. 환경영향평가는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계획이나 사업을 수립·시행할 때 해당 계획이나 사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미리 예측·평가하고 환경보전 방안 등을 마련하도록 하는 법이다. 용인 클러스터사업은 2020년 11월 되서야 환경영향평가가 통과되고 2021년 1월에 지자체들과 사업 시행자 간 협약이 체결됐다. 이 과정에서 SK하이닉스가 방류수 수질을 개선하고, SK건설(현 SK에코플랜트)은 반도체산업 관련 배후 산단을 안성에 조성하기로 약속하기도 했다.
환경영향평가에서 합의가 이뤄진 뒤에도 용수 공급과 토지 보상 절차 등이 모두 지연됐다. 토지 수용 협의기간은 1년가량 증가했다. 토지 보상 절차는 부지 선정, 토지 및 지장물 조사, 보상계획 공고, 감정평가, 보상 협의 순으로 진행된다. 주민 대다수는 토지에 있는 건축물·수목 등 지장물의 조사를 거부해오다 2021년 9월부터 조사에 응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다른 나라처럼 정부에서 보다 적극적인 추진을 나서야 한다는 제언이다. 이종환 상명대학교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전력공급, 공업 용수 등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주고, 규제 완화를 시켜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또한 정부와 기업 존치에 대해 아우를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한다. 방향성이 뚜렷하고 목표가 분명하다면, 강력하게 추진하는 전문 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를 빨리하지 않으면 2~3년 뒤에 바로 그 영향이 나타나기 때문에, 미진해지면 시장 지배력도 더 약해질 수 있다"며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아울러서 봤을 때 걱정스러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