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민주당이 대통령실과 감사원·검찰·경찰 등 권력 기관 특수활동비를 전액 삭감해 큰 논란이 일었는데 이번엔 '내로남불' 예산이 도마 위에 올랐다. 밉보이는 기관의 특활비는 모두 칼질하면서 국회 특활비 9억8000만원과 특정 업무 경비(특경비) 185억원 등 국회의원을 위한 예산은 전액 유지했다. 국민의힘은 다른 기관 특활비를 없애려면 국회 특활비도 없애자고 했지만 민주당은 거부했다. 국회 특활비는 산하기관 지원, 입법 지원, 의원 해외 출장 등에 사용되는데 뻔뻔함의 극치다.
민주당의 방탄 예산에 정부 여당은 한목소리로 총공세에 나섰다. 대통령실은 민주당이 감액안을 철회하지 않으면 협상은 없다는 강경 자세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예산 날치기 사과와 철회가 협상의 전제조건"이라고 배수진을 쳤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도 "거대 야당은 예산안을 볼모로 잡지 말고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찰국 경비 전액 삭감은 국가 필수 기능을 저해한다고 비판했다. 이런데도 야당은 쌈짓돈 없다고 민생이 마비되느냐며 딴소리다.
민주당 예산 횡포에 야당인 개혁신당마저 "재해 예비비까지 없앤 것은 예산 깡패질"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할 정도다. 권력 기관 특활비 전액, 예비비 4조8000억원 중 2조4000억원, 포항 앞바다 석유 시추 사업인 '대왕고래 프로젝트' 예산과 선진 원자로 수출기반구축(R&D) 예산 대부분이 날아갔다. 건강보험 가입지원 예산과 호남고속철도 예산은 증액했다가 철회했다. 정부가 짠 예산을 멋대로 칼질했는데 일부에선 이재명 예산인 지역화폐 예산확보를 위한 꼼수라는 말까지 나온다.
여야는 민주당에 의해 예결위를 통과한 예산안은 휴지통에 던지고 정부가 제출한 안을 중심으로 다시 협상해서 국민이 공감하는 예산을 마련해야 한다. 칼질 된 특활비를 다시 살려내고, 석유 시추나 원자로 연구 등 에너지 개발 예산도 삭감해선 안 된다. 예비비도 너무 줄이면 긴급상황 대처가 어렵다. 민주당은 예산으로 정부 발목을 잡으려 해선 안 된다. 자기들 쓸 비용은 거액을 챙겨놓고 다른 국가 기관이 쓸 돈은 밉다는 이유로 칼질하면 이런 국회는 예산 심의 자격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