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제주도 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12시 기준 40건의 강풍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피해 규모는 태풍이 제주도와 계속 근접하면서 더욱 커지고 있다.
이날 제주시 연동의 한 도로에서는 바람을 견디지 못한 신호등이 떨어지고, 아라2동의 한 도로에서는 가로등이 꺾여 도로는 덮치는 등의 사고가 잇따랐다. 이 외에도 숙박업소, 음식점 등의 간판이 떨어지거나 가게 유리창이 깨지는 사고도 속출했다.
바비의 영향으로 제주와 다른 지역을 잇는 하늘길과 바닷길도 모두 끊겼다. 이날 진에어를 제외한 모든 항공사 항공편은 전편 결항 조치됐다. 이날 운행 예정이었던 항곤편은 총 463편이다. 또한 목포·녹동·완도·부산 등을 잇는 제주 기점 9개 항로 15척 여객선의 운항도 모두 통제됐다.
기상청은 바비가 역대 태풍 중 가장 바람의 세기가 셌던 2003년 ‘매미’의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매미는 하루 최대 풍속 초속 51.1m, 최대 순간풍속 초속 60m를 기록한 바 있다.
우진규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우리나라 서해상을 경유한 태풍과 비교했을 때 바비는 ‘역대급’ 기록을 경신할 수 있다고 본다”며 “태풍의 북상 속도와 강도에 따라서 풍속이 달라질 수 있으나 전국이 매우 강한 바람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바비는 초속 50m가 넘는 강풍을 동반하며 큰 피해를 입힌 2012년 ‘볼라벤’과 지난해 ‘링링’과 유사한 태풍으로 꼽히고 있다. 북상 중인 바비는 두 태풍 경로와 같이 제주도 서쪽 해상을 지나 서해로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바비의 강도가 더 셀 것으로 예측되면서 볼라벤, 링링보다 더 큰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볼라벤은 11명의 인명피해와 6364억원의 재산피해를, 링링은 4명의 인명피해와 333억원의 재산피해를 가져왔다.
기상청은 바비가 전남 흑산도에 가장 근접하는 시점을 이날 오후 8시, 서울에 가장 가까워지는 시점을 27일 오전 4~5시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제주도와 전라 서해안은 이날부터 27일 사이 최대순간풍속 초속 40~60m(시속 144~216km)의 매우 강한 바람이 불 것으로 예보됐다. 그 밖의 한반도 서쪽 지역과 남해안에는 최대순간풍속 초속 35m(시속 126km)의 강풍이 불겠다.
바람의 세기가 초속 35m 이상이면 기차가 탈선할 수 있고, 40m 이상이면 사람과 큰 바위, 달리는 차까지 뒤집어놓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속 60m를 기록했던 2003년 ‘매미’는 거대한 철제 크레인을 쓰러뜨린 바 있다.
비는 이날부터 27일까지 제주도에 100~300mm, 제주도 산지에는 500mm 이상 내릴 전망이다. 기상청은 “이번 태풍은 강수보다는 바람이 강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안전사고, 농작물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하며, 시설 관리를 철저히 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