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30세 밖에 되지 않은 김정은이 아무리 어려서부터 지도자 수업과 군부의 힘을 받는다고 해도 경험의 한계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젊은 김정은의 불가측성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관영매체를 동원한 장성택에 대한 공개적 모욕은 전례가 없는 것”이라면서 “1950년대 이후 북한에서 이뤄진 숙청은 모두 비밀리에 진행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김정은의 권위를 과시하기 위한 것처럼 보이지만 중국 보시라이 스캔들의 경우처럼 국가 최고 권력기관 내부에서 벌어지는 격렬한 정치투쟁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북한 지도부 내에서 진행되는 이러한 정치적 내분과 권력 암투가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과 불가측성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장성택은 김정은의 정책을 이행하는 중추적 인물이었다”면서 “하지만 김정은은 자신의 잠재적 정적들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자신의 시대를 열기 위해 그를 숙청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전문가들도 장성택에 대한 숙청을 김정은의 권력 공고화 작업으로 보는 시각도 많지만 숙청이 북한 권력의 양대 축인 군과 당의 균형을 붕괴시키면 북한의 불안정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 지도자들이 권력 장악을 위해 숙청을 이용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김정은 역시 장성택의 숙청으로 권력 공고화를 하고 있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북한의 젊은 지도자가 내부 힘의 균형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을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군부와 당의 균형을 맞추는 게 북한 정책의 핵심이라면 파벌 간 대립은 정권을 불안하게 한다고 지적한다.
스캇 스나이더 한미정책연구원장은 “북한 정권의 가장 큰 위험은 내부로부터 나온다”면서 “김정은의 발걸음이 권력 공고화가 아니라 권력 기반을 부식하는 쪽으로 향하고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 소식통에 밝은 한 전문가는 “김정은이 과연 장성택을 제거하고 ‘장성택 없는 김정은’이 북한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 것인지 정말로 예측이 불가능하다”면서 “국내외 전문가들이 장성택의 숙청으로 김정은의 유일영도체제가 공고화 될 것으로 보지만 사실은 북한의 불안정성을 보다 고조시키는 쪽으로도 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