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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과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평생현역 사회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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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필 기자

승인 : 2013. 05. 19. 13:38

[희망100세] 질 맨소로프 런던 킹스 칼리지 교수 인터뷰

질 맨소로프 교수가 19일 영국 런던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 영국 기획취재팀

런던(영국)/아시아투데이 김종원·이정필 기자 = 보편적 복지의 정점을 찍은 영국은 이제 선택적 복지의 풍미를 더하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 일률적인 혜택에서 나오는 폐단과 낭비를 줄이기 위해서다. 

유럽을 위시한 선진 복지국가들은 인구 고령화에 따른 정년 연장 및 폐지와 연금 지급 기간 단축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금의 복지수준을 유지하려면 국민에게 세금을 더 거두든, 혜택을 줄이든, 수혜 기간을 줄이든 세 가지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해야하기 때문이다. 높은 세율은 한계치에 다다랐고 혜택을 줄이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결론은 연금 지급 기간 단축으로 모아졌다.

영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정년은 이미 폐지됐고 연금 지급 연령은 단계적으로 올라가고 있다. 복지천국 영국은 이제 기본적인 보편적 복지의 기조는 유지하되 고소득층에게 가는 지원을 환수해 도움이 더 필요한 빈곤층에게 돌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18일(현지시간) 런던 킹스 칼리지의 질 맨소로프 사회돌봄교육연구소 교수(57·여)를 그의 런던 사무실에서 만나 영국의 복지 개혁안에 대해 들어봤다.

-현재 영국에서 연금, 복지, 무상의료 중 가장 큰 개혁안은?

“복지 개혁은 노인에게 크게 영향을 주는 게 아니다. 그건 젊은이나 몸이 불편해서 일을 못하는 사람에게 해당하는 것이다. 런던에는 65세 이상인 사람이 받는 혜택이 있는데 병원에 가서 처방전 약을 무료로 받고, 교통비와 난방비를 지원받고, 텔레비전을 무료로 보는 것 등이다. 고소득층도 다 받는 혜택인데 앞으로 부자는 받지 않게끔 하는 게 중요한 일이다.”

-한국도 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는데 50~60대 연령층은 대부분 은퇴 후 다시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정 직업군을 제외하면 나이에 관계없이 누구나 일을 할 수 있고 노인도 포함된다. 직업에 관해서 어느 연령대나 고용되도록 하는 사회적 기조가 중요하다. 영국의 경우 회사에서 채용할 때 좀 더 유연하게 고용한다. 누구나 똑같이 지원하고 능력으로 선택되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는 조기퇴직하고 60대 이전에 정년으로 은퇴하는 경우가 많은데.

“기업의 구조변화가 중요하다. 풀타임을 파트타임으로 나누든지 휴가기간 중 대체인력을 쓰든지 하는 연동성을 살려 일력을 유용하게 쓰는 것이다. 영국의 기업은 자체적으로 연령친화 고용을 한다. 회사 내에는 임신한 여성, 노인과 젊은 학생층도 있다. 주부의 경우 아이가 학교에 가는 시간만 일한다든가 주말만 일할 수도 있고 밤 근무도 있다. 고용과 근무시간이 유연하다.”

-영국은 은퇴 후에 대부분 다시 새로운 일을 구하는지?

“영국에는 전통적으로 돈을 안 받고 일하는 자원봉사자나 자선단체가 많다. 거의 모든 기부단체도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운영된다. 이 중 일부는 돈을 받고 일을 하지만 대부분은 무급으로 봉사하는 사람들이다. 자원봉사는 중산층이 주를 이룬다. 분야는 종교활동이나 환경보호, 어린이나 장애인을 돕는 단체 등 다양하다.

영국은 이미 인식변화가 일어나 사람들은 은퇴를 다른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사실로 여기며 베푸는 삶을 산다. 은퇴는 사회의 문제가 되는 나쁜 것이 아니다. 은퇴자는 건강하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회구성원의 일부인 것이다. 이런 인식의 변화와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영국은 튼튼한 복지체계로 노후 걱정이 비교적 덜하지만 한국은 사회안전망이 취약해 은퇴 후 재취업, 창업으로 돈을 벌어야 한다.

“그런 부분은 정부가 면밀히 따져 해결해야 할 문제다.”

-영국도 지금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을 텐데.

“우리도 과거에 같은 문제를 겪었다. 연금도 적고 여성의 힘도 없었다. 이런 사실이 모든 국민의 목소리에 힘을 넣게 만들었다. 정부라는 것 자체가 하루아침에 생긴 게 아니고 정치가도 마찬가지다. 민주사회는 결국 투표를 통한 국민의 목소리로 이뤄진 것이다. 지역주민 개개인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높여서 정부 정책을 바꾸게끔 해왔다. 사회의 질을 높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복지예산 증진과 경제성장을 위한 예산 증진 중 무엇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이런 부분은 모든 국가의 문제다. 노인은 소비의 주최이기도 할 뿐더러 사회의 좋은 구성원이다. 국가 사회구성원의 중심으로 노인 인구가 많다는 것은 그 국가가 그만큼 선진국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노인이 없다면 그 사회는 굉장히 문제가 많은 것이다. 또 국민의 건강에 문제가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노인 인구의 대체수단은 없다. 만약 기대수명이 40세라고 한다면 국가의 진전이 없는 것이다. 노령인구가 많다는 것은 평화롭고 살기 좋은 나라라는 뜻이다. 스칸디나비아에는 노령인구가 많고 정책이 좋아 본보기로 삼고 있다.

집에 있는 노부모가 문제인가. 그들이 있었기에 우리가 여기 있다. 나이가 들면 도서관에서 일하거나 손주를 돌보고 봉사를 할 수도 있다. 뭐든지 할 수 있는 것이다. 회사에 다니며 돈을 버는 것만이 일이 아니다. 평생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한다는 사회 전반적인 합의와 인식의 전환,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

-영국의 인구 고령화 대책에 맞춘 복지의 변화는 어떤 추세인가.

“전반적인 정책방향이 노인문제를 향하고 있다. 이는 새로운 일이 아니지만 최근 계속해서 노인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중요도가 커지는 실정이다. 영국정부는 특히 80세 이상 초고령자층에 더 관심을 둔다. 노인을 위해 정부가 서비스를 하지만 개별적으로 맞추긴 힘들다. 병원도 다양한 질병을 다 받아주긴 어렵다.

영국은 병원서비스가 무료이다 보니 장기요양을 병원에서 할 수가 없다. 케어홈과 널싱홈 등이 있지만 개인의 돈을 받고 운영되는 기관이다. 지금의 큰 도전 과제는 어떻게 이런 서비스를 개혁하느냐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인지?

"세 가지 정책적인 목표가 나오는데 첫 번째는 개인적인 생활의 질을 높이는 것이고, 두 번째는 환자가 짐이 되지 않도록 가족들에게도 혜택이 가게끔 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질병이나 질환을 가진 사람이 무조건 병원이나 요양소에 있지 않고 원하는 대로 생활하게끔 도와주는 것이다.

정책을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는 비용이다. 이 세 가지 목표를 선정한 이유는 비용을 적게 쓰면서 효과는 더 내기 위해서다. 

그 중에서도 핵심사항은 치매노인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해 ‘생활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이는 치매환자의 가족들에게도 혜택을 준다는 의미다.

요양시설에서는 케어워커(요양보호사)에게 어떤 게 치매인지 잘 알고 도와줄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보통 영국의 케어워커는 시간제 근무로 이들은 전문교육을 받은 게 아니다. 케어워커가 교육을 통해 자격증을 따고 전문적으로 일하게끔 해야 치매환자나 보호자의 삶의 질이 향상될 것이다.

또 정부가 몸이 불편한 사람에게 돈을 줘 휠체어 등 필요한 물품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환자가 무조건 요양시설에 누워있을게 아니라 산책이나 쇼핑을 하게끔 돕는 정책을 펴야 된다.”

-사회적 돌봄 분야의 전문가로서 사회요양사 양성에 대해 조언한다면.

“중요한 건 이 직업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사람을 돕는 좋은 일을 한다는 사명감을 갖는 게 중요하다. 영국에서는 사회요양사를 보수는 적지만 전문성을 가진 좋은 직업으로 인식하고 있다. 인구 고령화는 세계적 추세고 노인을 돌보는 일은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인터뷰가 끝난 후 밝게 웃는 질 맨소로프 교수
런던 사무실 현판
질 맨소로프 교수의 동료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맞춤형 복지, 영국에서 길을 묻다.’ 해외 기획취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을 받아 연재합니다.>


이정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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