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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 목동지점 김정희 차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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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좋은 상품 없을까요?"
고객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자금의 용도조차 모르고, 좋은 상품이라면 막연히 투자하겠다는 말로 들린다.
병원에 가서 병명도 모른 채 "좋은 약 있으면 주세요"라고 하는 것과 같다. 의사조차 환자와의 면담이나 청진기 진찰은 물론, 필요시 의료기기를 통한 검사 등을 마친 뒤에야 적절한 처방을 내리는데 말이다.
이런 고객들은 이른 바 '머피의 법칙'에 시달린다고 하소연한다.
부동산 투자로 시세차익을 많이 냈다는 소릴 듣고 부동산 투자에 전액을 쏟아 부었는데, 부동산 억제대책 발표로 손실을 보는가 하면, 주가지수가 낮을 땐 두려워 투자를 못하고 상승장에서 주식시장에 뛰어들어 상투를 잡곤 한다.
인생의 전체 기간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한 재산증식 위주로 투자습관이 형성된 탓이다.
앞으로는 투자습관을 바꿔 재무목표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좀 더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재무설계로 패러다임의 전환을 시도해보자.
◇라이프사이클에 따른 재무목표
재무목표는 개인의 재무상태와 니즈, 가치관에 따라 다양하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람에게 나타나는 일반적인 관심사, 라이프사이클에 대한 재무목표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재무목표를 세우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목표에 대해 체계적인 정리가 필요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매번 새로운 상황에 즉흥적이고 수시로 바뀌는 의사결정은 이제 그만 두자.
라이프사이클에 따른 재무목표는 20대 '사회 초년기'에는 결혼자금마련, 전세자금마련, 취업 후 홀로서기 등이 될 수 있다.
30대 '가정꾸미기 시기'에는 새 자동차 구입, 육아비용마련, 주택구입자금, 자녀교육비 마련, 40대 '자녀성장기'에는 자녀교육비 마련, 주택 규모 넓히기, 자녀 결혼자금 마련, 은퇴자금 마련 등이 일반적이다.
50대 '가족 성숙기'에는 자녀 결혼자금 및 교육비 마련, 은퇴 후 재무적 독립 및 노후생활 준비, 상속·증여 준비 등이 있으며, 60대 '노후생활기'에는 은퇴 및 노후생활, 상속설계, 사회봉사, 노후생활 즐기기 등이 있다.
이외에도 특수목적으로 위자료지급, 장애자 보호자금 마련 등 개인의 라이프 사이클에 따라 주요 이슈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재무설계는 명확한 재무목표 설정→자료 수집 및 재무상태 파악·분석→목표달성을 위한 전략·수립→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실행(투자)→정기적인 모니터링의 계획수립 과정이다.
대부분은 자신의 (장기적인) 라이프 사이클에 따른 재무설계나 계획을 세워 본 경험이 없을 것이다.
언제 해고될지 모르거나 조기퇴직을 해야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관심을 가지기 어려웠던 것이 현실이다.
아울러 재무설계나 계획을 세웠다 하더라도 지극히 모호하거나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면 당초의 재무목표와는 거리가 먼 계획수립이 돼 버리기 쉽상이다.
재무설계는 불합리하며 모호할 수 있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때문에 전문지식을 가진 자산관리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해진다.
앞서 소개한 재무목표 중 일찍 준비할수록 도움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 라이프사이클 과정에서 빼 놓을 수 없는 목표는 어떤 것들일까?
사회 초년기부터 가족 성숙기에 이르기까지, 풍요로운 노후를 위한 은퇴설계의 예시를 통해 재무설계 과정을 살펴보기로 한다.
◇은퇴설계의 필요성
현대를 사는 세대는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식들에게 버림받는 최초의 세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은퇴설계가 필요한 이유다. '부모에 대한 노후는 자식들이 책임진다'는 전통적인 사고방식도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나라의 65세이상 인구비율은 2000년 7.2%에서 2019년에는 14%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
피부에 와닿을 만큼 심각한 현실에도 불구, 대부분은 은퇴 후 노후생활에 대한 준비가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전체 국민 중 절반에 해당되는 사람들이 전혀 자신의 노후를 준비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또 노후 준비 방법으로는 공적연금, 사적연금, 예금, 적금 등에만 의존하고 있었다.
◇은퇴설계 과정
은퇴설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은 '소득'에 관한 설계다. 최소한의 생계유지가 되느냐, 여유있는 생활을 즐길 수 있느냐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은퇴 후 생활을 일정한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 십년에 달하는 기간 중 써야할 자금을 미리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은퇴일시금(은퇴기간과 생활비를 감안해 은퇴시점에 가지고 있어야 할 자금)을 계산해봐야 한다.
은퇴일시금에서 퇴직금, 국민연금, 개인저축, 연금보험 등 은퇴자산을 차감해 은퇴기간 중 부족한 자금을 산출하면 된다.
소득에 관한 설계가 마무리되면, 이를 기반으로 안락한 주택에서 생활이 가능토록 '주거' 설계부터 질병에 대한 치료 및 간병서비스 등 '건강' 설계까지 세밀한 계획을 짜야 한다.
은퇴설계는 고소득층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중·저소득층, 여성 등 모든 계층에게도 필요하다.
즐겁고 풍요로운 노후를 맞이할 수 있도록 경제활동기에 장기계획을 가지고 미리 미리 준비해야 한다.
노후준비 계획을 일찍 수립해야 적은 금액으로 대비가 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