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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100세] 영어가 열어준 행복의 문...“My name 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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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욱 기자

승인 : 2013. 03. 01. 06:00

독학사영문학사 취득한 류의현씨
22일 KBS스포츠월드 제1체육관에서 거행된 2013년도 학점은행제 독학학위제 학위수여식에서 류의현씨(71)가 학사모를 쓰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시아투데이 허욱 기자 = "행복의 문 하나가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린다고 들었어요. 한동안은 그 닫힌문 하나만 바라봤죠. 그런데 바로 옆에 열린 문이 있었습니다. 그쪽으로 걸어갔더니 빛이 보이더군요"

지난 주말 화곡동 KBS스포츠월드 제1체육관에서 열린 ‘2013년 학점은행제·독학학위제 학위수여식’에서 만난 류의현씨(71·전남 광양시)는 양쪽 손에 학위와 상장을 움켜쥐고 행복한 얼굴로 졸업식장을 나왔다. 
   
한손에 쥐어진 건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명의의 영문학 학사학위, 또 한손에는 국가평생교육진흥원장 특별상이 있었다. 

"나의 행복문은 16살에 처음 닫혔어요. 물레방앗간에 들어갔는데 물레에 휩쓸려 오른 쪽 다리를 다쳤죠. 당시에는 너무 아파서 다른 생각을 못했는데 나중에 사라진 내 오른쪽 다리를 보니 절망이란 단어밖에는 떠오르지 않더라구요.

제가 의지할 곳은 신앙밖엔 없었어요. 선교사님 도움으로 의족을 달아 생활하는건 조금 편해졌지만 마음은 늘 한겨울이었어요. 생각해보면 나는 불행하게 닫힌 내 행복의 문만 바라보고 있었던 것 같아요."

아팠던 시절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만 의현씨의 얼굴에는 조금의 어둠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행복의 문이라는건 하나만 있는게 아니더라구요. 바로 옆에 또 다른 문이 있었는데 몰랐던거죠. 한발짝 한발짝 그 문으로 들어가보니 예전보다 몇 배는 더 큰 행복이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가 들어간 또 다른 행복의 문은 배움의 길과 통해있었다. 

"배울때가 가장 행복했어요. 24살때 검정고시를 통과한 후 3년 뒤에 대입 검정고시에도 합격했죠. 하지만 그놈에 '돈' 때문에 대학 진학은 포기했어요. 다리를 다쳤을때보다 더 큰 고통이 다가왔죠. 2년간 잠도 자지 못하고 늘 잠자리를 뒤척거렸고 풀이 죽어있었죠."

그 뒤 의현씨는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아 평범한 가장으로 살아갔지만 마음 한 구석은 배움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었다.

"어느날 거울을 봤어요. 대학을 포기하고 괴로웠던 그때의 모습과 달라진게 없더라구요. 이렇게 내 인생이 끝나는건 실패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시 간절하게 '배움'이라는 두 글자가 떠오르더라구요"

의현씨가 택한 것은 영어였다. 
"영어란게 참 매력이 있어요. 농사일로 몸이 지쳐도 골아 떨어져도 새벽 4시만 되면 눈이 딱 떠지는게 영어라는 꼬부랑 글자가 보고싶더라구요. 이번에 학사 학위를 땄지만 이 매력있는 학문을 놓고 싶지는 않네요."

의현씨는 올해 본격적으로 TOEIC과 영어회화를 공부하고 싶다고 했다. 영문학 석사학위과정에도 욕심을 낸다. 배움에 대한 열정을 담은 글도 써볼 생각이다.

"노벨문학상에 내 이름이 오를날을 기다려봐요. 막연한 꿈은 아니에요. 상을 받으면 당당하게 영어로 소감을 말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노력할거에요" 


허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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