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올스타전에는 특별한 이벤트가 마련됐다. 올드 보이즈와 영걸스 ‘신구 성(性)대결’이 펼쳐졌다.
배구 팬들의 시선은 한 때 날렵한 동작으로 코트 곳곳에 강력한 스파이크를 꽂아 넣었던 올드보이즈의 레전드들에게 집중됐다. 이선구(61) GS칼텍스 감독을 선두로 신치용(58) 삼성화재 감독, 김호철(58) 드림식스 감독, 신춘삼(57) KEPCO 감독, 이경석(52) LIG손해보험 감독, 김건태(61) 심판위원, 장윤창(53) 경기대 교수가 올드 보이즈로 한 팀을 이뤘다.
올드 보이즈 선수들은 경기에 앞서 한 차례 호흡을 맞췄으나 세월의 흐름을 속이지는 못했다. 여자후배들의 서브에 쩔쩔맸고, 몸이 따라가지 못해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올드 스타들은 배구 부흥을 위해 체면을 생각하지 않았다. ‘아시아 거포’로 이름을 날리다 ‘구멍’ 신세가 됐지만 강만수(58) 한국배구연맹(KOVO) 경기운영위원장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다른 선수들 역시 경기 내내 유쾌한 표정을 지었다.
6명씩 맞붙어 영걸스에 상대가 안 되자 올드 보이즈는 상대팀에 사정해 8명이 코트에 나섰고 애매한 장면에서 ‘비디오 판독’을 요구하는 등 배구의 새로운 재미를 선사했다. 단세트 경기에서 17-16으로 반칙승을 거두자 올드 보이즈 선수들은 만세를 부르며 기뻐했다.
배구 팬들도 오랜만에 코트에서 만난 옛 스타들에게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이 경기를 지켜본 배구팬 엄윤영(31) 씨는 “현역 선수들의 힘 넘치는 플레이도 멋있지만 올드 스타들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허재 KCC 감독(오른쪽)이 지난해 1월 열린 2011-2012 KBL 15주년 레전드 올스타 게임에서 문경은 감독의 수비를 피해 슛을 쏘고 있다. /사진=KBL |
프로농구연맹(KBL)은 지난해 출범 15주년을 기념해 레전드 올스타전을 번외 경기로 개최했다. 이 경기에는 이상민(41) 서울 삼성코치와 문경은(42) 서울 SK 감독, 허재(48) 전주 KCC 감독, 강동희(47) 원주 동부 감독 등이 선수로 나섰다.
현역에서 은퇴한지 오래되지 않은 이상민과 문경은 등은 간간이 현역 못지않은 기량을 선보였다. 그러나 1980~1990년대 농구 코트 최고의 콤비로 통했던 허재와 강동희는 둔한 모습으로 팬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오픈 찬스를 무산시키는 등 숨을 헐떡인 허재는 5분도 못뛰고 백기 투항하기도 했다.
경기의 승패는 중요하지 않았다. 팬들은 이들이 다시 유니폼을 입고 코트로 돌아왔다는 사실 자체에 열광했다.
KBL은 올 해 올스타전에서도 레전드 올스타전을 준비한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이상민, 문경은, 허재, 강동희 등 농구대잔치 시절 스타들이 후보 명단에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