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산업통상진흥원(SBA) 산하 장년창업센터를 통해 한복사업에 뛰어든 채홍갤러리 양하나 대표(여56)의 말이다.
양하나 채홍갤러리 대표<사진 좌측 아래56>는 서울산업통상진흥원 산하 장년창업센터를 어릴 적 취미였던 바느질을 통해 현대화된 한복업체 창업에 성공했다. 큰 사진은 한 복 여섯 벌을 겹겹이 입어 완성된 한복 드레스 모습. |
그의 귀는 염증 때문에 오른쪽에는 인공고막을 넣었고, 왼쪽에는 튜브가 들어가 있는 상태다.
병원에서 2년의 세월을 흘려보낸 양 대표는 이후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봤지만 많은 나이 때문에 취업에 번번이 실패했다.
이후 복지관과 학원, 대학 등의 문을 두드려 봤지만 학업 수준과 비용 등의 문제로 포기해야만 했다.
이 때 양 대표가 생각해 낸 것이 바로 ‘어릴 적 무엇을 좋아했는가’이다.
양 대표는 “어릴 적 집에서 자수도 놓고 동정도 달고, 버선도 꿰맸는데 그게 그렇게 재미있었다는 기억이 떠올라 한복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고, 그 생각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확고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한복을 만들기 위해 전통이 묻어나는 서울 인사동과 북촌마을 돌아보다 서울시중부기술교육원의 전신 서울시립 한남직업학교에서 한복을 무료로 배울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곳에 들어가 비로소 체계적인 교육을 받았다.
양 대표는 “당시 입학 최고연령이 만 55세로 제한돼 있었는데 제 나이가 만 55세였어요. 운 좋게 합격한 이후 매일 9시간씩 정말 열심히 공부했죠”라고 말했다.
교육을 받으면 취업할 수 있다던 양 대표의 희망은 중기원 수료를 앞두고 재취업이 거듭 실패하면서 또 다시 꺾기고 말았다.
중기원 졸업 후 진로를 고민하던 그는 장년창업센터의 문을 두드렸고, 한복 아이템으로 당당히 입주했다.
양 대표는 “센터에서 면접 볼 때 면접관이 ‘한복 아이템은 안 된다’고 하대요. 따졌어요. 나이가 들어도 사람이고 사람이라면 존중받아야 하며, 존중받으려면 나를 지켜야 한다. 나를 지키려고 여기에 왔고 아이템은 한복이라고 말이에요. 그러니까 합격시켜주더라”라고 말했다.
센터에서 본격적인 한복개발에 들어간 양 대표는 ‘견고성과 세탁성이 용이한 외국인을 위한 실용한복 개발’ 아이템을 갖고 창업진흥원(창업맞춤형사업비)으로부터 3500만원의 자금을 지원받고 2012년 코엑스에서 열린 제 11회 세계한상대회에 참가해 바이어에게도 큰 호응을 얻었다.
양 대표는 “당시 30벌을 출품했는데 중국 바이어가 15벌을 달라고 하고, 미국에서도 주문하겠다고 하데요”라며 “하지만 대량생산시설이 없는 상황에서 그 주문을 받을 수가 없었어요. 사무실 차리면 나중에 다시 연락하자고 했죠”라고 했다.
그가 제작 중인 한복은 조선시대 전통 의복을 현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삼국시대까지 아우르는 전통 한복을 의미한다.
양 대표는 “조선이 유교에 귀속되고,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우리 민족 조상들이 입던 한복의 전통이 달라졌다”며 “그동안 잘못 알려진 한복을 부활시키고, 개량한복이 아닌 실용한복을 보급하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