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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원춘 수원 토막사건, “6분 넘게 비명· 테이프 찢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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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나 기자

승인 : 2012. 04. 08. 08:00

[아시아투데이=정윤나 기자] 수원에서 벌어진 성폭행 토막 살인사건과 관련, 피해여성의 신고전화가 경찰이 공개한 1분20초의 분량이 아닌 7분 넘게 이어졌던 것으로 확인돼 경찰 거짓말에 대한 네티즌의 비난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7일 경기지방경찰청은 조선족 오원춘(42)씨가 길에서 어깨를 부딪쳤다는 이유로 피해여성 A(28)씨를 살해하려들자 A씨는 112 신고센터에 전화해 1분20초가량 대화를 나눴다.

그러나 확인 결과 1분20초가 대화의 전부가 아닌 통화가 끊기지 않고 6분16초 동안 연결이 지속됐으며, 그 분량을 확인한 결과 A씨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악! 악!" 하는 비명을 지르며 살기위해 몸부림 친 것으로 드러났다.

정확히 계산해 전화가 연결된 전체 시간은 7분36초로 경찰은 A씨가 전화기를 떨어뜨린 후 6분 넘게 피해자의 '비명소리'와 '비닐 테이프 찢기는 소리'를 고스란히 듣고 있었던 것이다.

피해자 곽씨는 휴대전화로 신고를 하다 범인에게 발각되자 전화를 끊지 않고 켜둔 상태로 방바닥에 떨어뜨렸다. 긴박한 순간이지만 경찰의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기대하며 지혜롭게 행동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에 대해 경찰은 "안타깝지만 불가항력적인 부분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 사건이 엽기적인 토막살인 사건이라는 게 드러나자 초동수사의 미흡점을 염려해 사건 축소에 급급해 여러 거짓말 내뱉기와 변명에 여념이 없었다.

녹취록에 따르면 피해자가 비교적 명확히 주소를 알렸다는 걸 알고서도 범인 검거 직후 "피해자 곽씨가 장소를 정확히 신고하지 않았고, 휴대전화 발신음 추적으로 기지국 반경 300~500m를 35명의 경찰관을 동원해 샅샅이 수색했다"고 말했다.

거짓이었다. 대부분의 이웃 주민들이 밤 늦게 경찰을 본 적이 없거니와 탐문조차 받은 적이 없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변명과 은폐는 이 뿐 아니다. 경찰은 당시 신고를 받고 출동한 순찰차들의 사건 당일 근무일지를 언론에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이미 많은 질문의 대응에 여러번 말을 번복해 해당사건에 대해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또한 경찰은 '녹취록 전체를 왜 모두 밝히지 않았냐'는 부분에 대해서도 "추적에 도움이 되는 내용이 없어 녹취록을 만들지 않았다. 추적을 위해 먼저 전화를 끊지 않고 계속 단서가 될만한 것들을 찾고 있었던 것"이라고 변명했다.

이 밖에 관할 경찰서 최고 책임자인 수원중부경찰서장은 다음날 아침까지 이 사건 발생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드러나 주변의 지탄이 가중되고 있다.

김평재 전 수원중부서장은 7일 한 매체를 통해 "사건 발생 직후 상황을 보고 받지 못했다"며 "다음날 오전 8시40분 회의에서야 내용을 보고받고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아마 당일 경찰서 상황실장과 형사과장이 서장에게까지 즉시 보고할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 같다"며 "만약 신고내용이 살인과 같은 강력사건이었다면 사정은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황을 전혀 몰랐기 때문에 사건 당일, 여느 떄와 다름 없이 수원 화서동 관사에서 밤 11시께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고 덧붙였다.

중부서 강력팀은 현장 출동 후 1시간여가 지난 2일 자정께 중부서 조남권 형사과장에게 상황을 전화로 보고했으며 형사과장은 사건 발생 10시간 만인 2일 오전 8시40분께 김평재 서장에게 상황을 보고한 뒤 서장 지시를 받고서야 현장에 나가 직접 탐문을 지휘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부서는 특히 "이 사건을 처음부터 강력사건으로 판단했다"면서도 범인을 검거할 때까지 지휘선상에 있는 경기경찰청에는 보고조차 하지 않는 등 보고체계에 심각한 허점을 드러냈다.

경기경찰청 오상택 감찰계장은 "중부서는 물론 경기경찰청 지휘라인 등에 대해서도 감찰 조사를 진행중"이라며 "조만간 조사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이 사건 지휘책임을 물어 6일 김평재 전 수원중부서장과 조남권 전 중부서 형사과장을 경기경찰청 경무과로 대기발령했다.
정윤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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