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현실정치 불개입을 선언했지만 정치적 영향력을 지닌 주체로서 정치현안에 대한 언급을 계속하며 사실상 정치활동을 해왔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런 맥락에서 연이어 터져 나온 노 전 대통령 관련 각종 자금이 결국 정치세력화 정지작업과도 연관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마저 낳고 있다.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자금 중 석연치 않은 부분이 없지 않다는 의혹 때문이다. 검찰은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씨에게 건넨 500만달러와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에게 보낸 100만달러가 노 전 대통령에게 흘러간 것 아니냐는 의심을 품고 있다.
여기에다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이 70억원을 투자해 설립한 ㈜봉화도 노 전 대통령의 퇴임 후 정치활동을 돕기 위한 회사라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 이 회사는 노 전 대통령의 농촌살리기 사업을 하면서 수익도 내겠다는 취지에서 설립됐지만 아직 똑 부러진 수익모델을 갖지 못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노 전 대통령의 홈페이지 `사람사는 세상', 토론사이트 `민주주의2.0' 운영비도 여기에서 충당되고, 노 전 대통령이 지난해 농촌 마을을 견학할 때도 이 자금이 일부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의 기념사업을 위한 재단 설립 작업도 주춤해졌다. 이 재단은 작년말 출범 준비를 끝냈지만 노 전 대통령의 친형 건평씨 사건이 터지면서 소강상태에 들어갔고, 이번에 박연차 사건까지 불거져 사실상 중단된 상황이다.
정치권 내 친노 진영의 타격도 적지 않다. 이들은 내년 지방선거를 시발점으로 삼고 향후 총선과 대선에서 세 확산을 꾀한다는 목표가 있었다. 일각에선 영남권 친노신당 창당설도 끊임없이 나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박연차 게이트 연루설이 제기되면서 친노의 입지는 극도로 위축됐다.
안희정 최고위원이 주도한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는 올해부터 친노진영의 세결집 및 확산작업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실행되지 않고 있다.
당초 올해 2월부터 2010년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에 대한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전국에 산재한 지방 네트워크 사업을 시행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내부 추동력 부족에다 박연차 게이트까지 터져 유보상태가 됐다.
정치권에 진입했거나 진입을 모색하는 참여정부 인사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청정회' 역시 분위기는 마찬가지다.
모임 회원인 한 의원은 "솔직히 지금 상황에서는 친노라는 이름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앞으로 친노를 내걸고 무언가를 도모한다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측을 중심으로 한 비주류가 친노를 정세균 대표 체제를 떠받치는 세력으로 규정하고 당권투쟁도 불사하겠다고 나선 것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특히 비주류는 정 전 장관의 공천 배제로 인한 탈당에다 노 전 대통령 사건이 겹치면서 지도부 총사퇴를 통한 조기 전당대회까지 주장하고 있어 한동안 친노의 입지 위축은 불가피해 보인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