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트럼프, 허위 정보 공간에 살아"
프랑스 "트럼프, 이해할 수 없어"...2차 유럽 정상회의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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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2년 2월 24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지시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의 책임자로 지목받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강하게 반발했고, 미·러 중심의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있는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도 이에 가세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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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19일 젤렌스키 대통령을 '선거를 치르지 않은 독재자', '그저 그런 성공을 거둔 코미디언'이라고 비하했고, 전날엔 젤렌스키 대통령이 영토를 포기하는데 동의하지 않아 전쟁을 일으킨 것이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허위 정보의 공간에 살고 있다"고 했고, 프랑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 트럼프 "지지율 4% 독재자 젤렌스키, 영토 포기 거래 않고 전쟁 일으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이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해 "그는 선거를 거부하고 우크라이나 여론조사에서 매우 낮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으며, 그가 유일하게 잘하는 것은 바이든을 갖고 노는 것뿐"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선거를 치르지 않은 독재자 젤렌스키는 서둘러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나라를 잃게 될 것"이라며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에서 손을 뗄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그저 그런 성공을 거둔 코미디언 젤렌스키가 미국을 설득해 3500억달러(505조원)를 지출하게 해 이길 수도 없고, 절대 시작하지 않아야 했으며 미국과 트럼프가 없으면 결코 해결할 수 없는 전쟁에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유럽보다 2000억달러(289조원)를 더 지출했고 유럽의 돈은 보장되지만, 미국은 아무것도 돌려받지 못한다"며 "게다가 젤렌스키는 우리가 보낸 돈의 절반이 없어졌다고 인정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키이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에게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 670억달러(96조6000억원)와 예산지원 315억달러(45조4000억원)를 제공했는데 5000억달러(721조원)에 달하는 광물을 달라고 요구하는 건 진지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도 독일 킬연구소를 인용해 미국의 우크라이나 원조금이 1190억달러(171조7000억원)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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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은 시도조차 하지 않았고, 유럽은 평화를 가져오는 데 실패했으며, 젤렌스키는 아마 '노다지판(gravy train)'을 유지하고 싶어 할 것"이라며 "나는 우크라이나를 사랑하지만, 젤렌스키는 끔찍한 일을 저질렀고, 그의 나라는 산산조각이 났으며 수백만 명이 불필요하게 죽었다. 그리고 이는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저택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에서는 선거가 치러지지 않았고, 사실상 계엄령이 선포된 상태"라며 "말하기 싫지만, 우크라이나 정상은 지지율이 4%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NYT는 지난해 12월 발표된 키이우국제사회학연구소 여론조사에서 우크라이나 국민 52%가 젤렌스키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신뢰한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 연구소가 이날 발표한 1000명 대상 전화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젤렌스키 대통령을 신뢰한다'는 응답이 57%,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37%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젤렌스키 대통령을 겨냥해 "당신은 결코 전쟁을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다"며 "거래를 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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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불행히도 미국 국민의 지도자이자 우리가 존경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허위 정보의 공간에 살고 있다"며 "그러한 언급은 우크라이나에 도움이 되지 않고, 푸틴을 고립에서 벗어나게 하는 데만 도움이 될 뿐"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율을 언급하면서 "그래서 지금 당장 나를 대체하려는 사람이 나타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독재자' '4% 지지율' 언급은 푸틴이 젤렌스키 대통령이 2024년 5월 임기가 끝난 후에도 재임하고 있다며 협상 상대로서의 정통성에 의문을 제기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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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 프리마 프랑스 정부 대변인은 이날 국무회의 후 브리핑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어떤 반응을 보였느냐'는 취재진 물음에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다양하고 여러 가지로 표현된, 종종 이해하기 어려운 입장에 관해 언급했다"고 답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프랑스나 유럽 국가들과 사전 논의 없이 날마다 매우 의욕적인 발언을 한다"며 그 가운데 일관성을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도 이런 연장선에 있다"며 "미국의 논리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는 어떤 전쟁도 시작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는 어떤 전쟁도 원하지 않았다"며 러시아를 가리켜 "침략적인 당사국은 단 하나"라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오후 4시 파리 엘리제궁에서 유럽 각국 정상, 나토 회원국인 캐나다 총리 등과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서 유럽의 역할을 논의하기 위한 2차 비공식 정상회의를 화상으로 개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