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안전보장 없는 종전, 제2 아프간 초래"
WP "3만 우크라 평화유지군 논의...러 침략 억제 인계철선"
젤렌스키, 19일 미러 협상 사우디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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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주요국 정상들과 유럽연합(EU) 수뇌부는 17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대통령실)에서 3시간 반가량 가진 우크라이나 관련 긴급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종전 협정 체결 후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평화유지군을 배치하는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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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아프간 사태 방지 대책...젤렌스키 "나토 가입 미보장 상태서 휴전시 제2 아프간 돼"
이날 회의는 18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전날 전격 제안해 성사됐고, 프랑스·독일·영국·이탈리아·스페인·네덜란드·덴마크·폴란드 정상·EU 집행위원장·EU 정상회의 상임의장·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유럽의 지원 계획에 박차를 가하고, 잠재적 파병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려고 했으며 회의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0분간 전화 통화를 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등이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파병론은 미국과 러시아 주도로 종전 협상이 진행돼 우크라이나가 제2의 아프가니스탄이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으로 부상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방영된 ARD방송 인터뷰에서 자국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보장하지 않은 채 러시아와 휴전할 경우 제2의 아프가니스탄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방에 아프가니스탄 철군 같은 과거 실수를 반복하지 말라고 경고한 것이다.
실제 트럼프 1기 행정부와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은 2020년 2월 29일 카타르 도하에서 탈레반이 무력 행위를 중단하면 아프간에 파병한 미군과 나토의 국제동맹군이 14개월 안에 모두 철군하기로 하는 평화협정에 서명했고,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철군을 시작한 2021년 8월 중순 아프간은 탈레반에 함락됐다.
미국과 북베트남이 1973년 1월 27일 프랑스 파리에서 '베트남전쟁 종결과 평화회복' 협정에 서명한 후 미군이 떠난 남베트남의 수도 사이공이 1975년 4월 30일 북베트남에 함락된 것과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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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우려 때문에 우크라이나는 나토 가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러시아뿐 아니라 미국이 반대하고 있어 실현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이에 2만5000명에서 3만명의 병력으로 구성된 복수의 '보증(reassurance)' '억제(deterrence)' 여단을 우크라이나에 파견하는 구상이 논의되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서방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병력은 휴전선에는 배치되지 않지만, 러시아군이 전쟁을 재개하려 할 경우 무력 과시를 위해 준비 태세를 갖추게 되고, 유사시 병력이 증강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이 관리들은 설명했다. 주한미군이 인계철선 역할을 해 북한이 침략할 경우 미국이 자동 개입하게 하는 한·미 방위공약을 연상케 한다.
핵보유국인 프랑스와 영국이 주도하는 파병론에 폴란드·네덜란드·독일·북유럽 및 발트해 연안 국가 등 최소 12개국이 참여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 프랑스 1만 병력 투입...영국·스웨덴 "파병 용의"...독일 "시기상조"...폴란드·스페인·헝가리 "파병 반대"
프랑스는 거의 1만명의 병력을 우크라이나에 투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이날 회의 후 미국의 지원을 전제로 "영국군 파병을 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는 파병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다만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필요하다면 병력을 파견할 용의가 있지만, 이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아울러 폴란드·스페인·헝가리·슬로바키아 등은 우크라이나 파병론에 부정적이다.
이와 함께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조기 총선 참패 이후 레임덕에 빠졌고, 숄츠 총리의 독일 사회민주당 정권이 오는 23일 총선에서 퇴진이 유력한 점 등 유럽 주요 국가의 국내 정치 상황이 불투명한 것도 우크라이나 평화유지군 구상이 실현되는 데 장애 요인이다.
◇ 젤렌스키, 19일 사우디 방문...18일 미·러 종전 협상 결과 청취
이런 상황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19일 사우디를 방문하는 것이 종전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18일 미·러 협상 결과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사우디에서 정상회담을 가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사우디 지도자들에게 미·러 회담에 관해 알고 있는지 물어볼 것이라며 관심을 표명했다. 그는 15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MSC) 연설에서 종전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위협하지 못하도록 하는 안전 보장이 전제돼야 한다고 했고, 이후 기자들에게 미국이 안전보장을 제공하면 트럼프 행정부와 안보·경제협상에 동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