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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은행 이자장사' 논란이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이번엔 실적이 너무 좋아서다. 5대 금융그룹은 작년 한 해 18조원 규모의 순이익을 벌어들면서 역대급 성적을 냈다. 작년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에 대출금리가 인상된 영향이다. 5대 은행은 작년 말 이자이익 규모를 42조원까지 확대하면서 실적을 채웠다.
많이 벌어도, 적게 벌어도 불거지는 '이자 장사' 논란에 은행권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작년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방침에 어쩔 수 없이 대출 금리를 인상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은행은 대표적인 '규제 산업'인 만큼,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조절에 발 맞춰 대출을 공급해야할 의무가 있다. 은행들이 가계대출을 금리 인상하면 과열된 부동산 경기를 식혀주기 때문이다.
은행의 본업은 '이자장사'다. 경기 흐름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고금리 상황일 때 자연스럽게 실적이 올라가고, 그 반대의 경우 실적이 크게 하락한다. 즉, 실적이 좋을 때 곳간에 돈을 충분히 쌓아, 실적이 빠질 것에 대비해야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특히 은행의 실적을 기반으로 금융지주사들은 비은행, 글로벌 부문에 투자해 수익 다각화를 추진하면서 은행 이자이익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특히 10년 전과 다른 점은 '밸류업'이다. 은행은 금융그룹 주력 계열사로 꼽힌다. 그 만큼 투자자들이 은행 실적을 주시하고 있다는 뜻이다. 은행이 무너진다면 글로벌 수준으로 금융 경쟁력을 높여야한다는 금융당국의 선언도 허상이 되어 버리고 말 것이다.
우리는 10년 전 은행권의 모습을 다시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자장사는 '악(惡)'이 아니다. 정말 나쁜 건 은행권이 10년 전 처럼 저금리 시대에 선제적으로 대비하지 않고 수익 다각화에 실패하는 것이다. 은행이 대출을 통한 자금공급을 제대로 해야 부동산 거품을 걷어주고, 상생금융과 같은 사회환원이 가능하다. 금융지주 입장에서는 실적이 높아져야 글로벌·비이자 이익 등을 확대할 여력도 생긴다. 자금이 필요한 곳에 적재적소에 돈을 공급해야 우리 산업에서의 돈맥경화라는 부작용이 일어나지 않고, 경제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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