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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강한 SK] 리밸런싱의 이유… SK이노베이션의 성공 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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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소연 기자

승인 : 2025. 02. 18. 14:53

두 회사 합치면서 배터리 안정적 추진 가능
시너지로 신규 진행 가능 사업만 3가지
SK온도 SK트레이딩인터·SK엔텀 흡수합병
SK이노베이션 울산 CLX5
SK이노베이션 울산 CLX 전경. /SK이노베이션
지난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그룹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에너지·화학부문 리밸런싱을 무서운 속도로 진행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SK이노베이션과 E&S의 합병이다. 그룹은 빠른 속도로 합병을 진행해 동북아 최대 자산 105조원 규모의 에너지 회사를 탄생시켰다.

왜 자산 매각이나 털어내기 중심 정리가 아닌, 안에서 주고 받고 합치는 식의 소위 '리밸런싱'이 필요했을까. 최 회장은 손 쉬운 구조조정 대신, 군살을 빼고 근육을 늘리는데 방점을 찍었다. 위기가 정점으로 닥쳤을 때 선제적으로 그룹 전체의 사업의 부피를 줄이되 밀도를 높이는 방향을 택했다.

리밸런싱 대상이 된 기업들은 일제히 목표를 재설정했다. 배터리와 같이 대규모 투자를 참아내면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차기 먹거리를 한 축으로 세웠고 반드시 성공 할 유망산업, 이른 바 'AI' 시대를 맞아 생태계의 한 축이 되자는 공동의 목표를 세웠다. 또 그렇게 힘 주고 변화하는 과정에서 버텨내기 어려운 지점을 짚어내 보완하기 시작했다.

예컨대 가장 규모가 컸던 SK이노베이션-E&S 합병이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4분기 통합 SK이노베이션은 흑자로 전환했으며 그룹의 미래산업인 배터리 부문도 현금이 충당된 상황에서 보다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증권가에서는 E&S 합병 효과로 당분간 영업흑자를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주가는 약 3개월 전인 지난해 11월 18일 9만4100원이었던 것에 비해 전날 12만8500원에 장을 마치는 등 올들어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 석유화학 업황 부진에 시달리던 SK이노베이션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뀐 것은 합병 이후다. 지난 4분기 실적은 E&S와의 합병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시점으로, 2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탈피하고 1599억원의 이익을 냈다. 주당 2000원의 배당을 발표하고 주주환원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자신감도 덧붙여졌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의 자산은 2023년 말 80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기준 36.9% 증가한 110조6000억원으로 증가했으며, 이 중 현금은 같은 기간 20.1% 증가한 16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룹은 두 회사를 합치면서 SK이노베이션의 포트폴리오가 석유, 화학, LNG, 전력, 배터리, 신재생에너지로 확장한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 포트폴리오가 확장된 것에서 나아가 새로운 시너지 창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부터는 E&S 실적이 연간으로 반영되는 데다가 시너지 사업까지 추가적인 효과를 노릴 수 있는 환경이 됐다.

당장 추진 가능한 사업만 3가지로 꼽힌다. 대표적으로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신설한 에너지솔루션 사업단과 E&S가 운영해 온 솔루션 사업의 협업을 통해 그룹 관계사의 전력 수급을 최적화하고, AI 데이터 센터 등에 토탈 에너지 솔루션을 제공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또한 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에는 LNG를 직도입해 자가 발전설비를 가동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며, E&S가 개발 중인 호수 가스전에서 추출한 원료를 이노베이션이 직접 확보해 활용하는 사업도 진행한다.

재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 리밸런싱의 주요한 목표 중 하나를 자회사 SK온으로 봤다. E&S와의 합병으로 재무구조를 탄탄히 해 체력을 바탕으로 캐즘을 견디고 주류가 될 배터리 사업을 끈질기게 하겠다는 계획을 본 것이다.

SK온도 가만히 있지 않고 효율화에 동참했다. SK온은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 SK엔텀을 차례로 흡수 합병했다. 이번 합병으로 SK온은 기존 배터리 제조 사업에 더해 원자재 조달 및 물류 역량을 강화하고 재무 안정성을 확보했다. 합병 전 매출은 13조원, 자산은 33조원이었으나, 합병 후 매출 62조원, 자산 40조원으로 크게 확대됐다. 또 연간 약 5000억 원 규모의 감가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추가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리밸런싱 사례는 재무 안정성과 신성장 동력을 동시에 확보했다"면서 "불확실한 국제 정세 속 경쟁력을 유지하고 지속 가능한 경영을 실현할 수 있는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안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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