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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1975년 도입된 '고급주택' 면적 기준 때문이다. 지방세법상 시가표준액(공시가격)이 취득 당시 9억원이 넘으면서 집 크기가 일정 면적을 초과하면 고급주택으로 분류한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주거 전용면적이 245㎡(복층은 274㎡)를 넘는 경우다. 단독주택은 연면적 331㎡, 대지면적 662㎡를 초과하거나 엘리베이터(200㎏ 초과, 3인용 이하 제외)가 설치됐다면 고급주택으로 간주한다.
지방자치단체는 고급주택을 사치재로 보고, 취득할 때 무거운 세금을 매긴다. 취득세율이 일반주택 세율(2.8~4%)에 8%를 추가한 10.8~12%에 이른다. 일반주택의 경우에도 다주택자에 대해선 취득세가 중과(8~12%)되고 있어 집을 두 채 보유한 사람이 고급주택을 한 채 더 사면 최대 20%의 취득세를 내야 하는 것이다. 청담동 'PH129'(더 펜트하우스 청담)와 한남동 '나인원 한남'·'한남 더힐' 등 서울의 대표 초고가 주택 단지들에서 전용면적이 대부분 고급주택 기준에 살짝 모자란 이유다.
실제로 집 크기를 고급주택 면적 기준에 살짝 못미치게 설계해 세금 중과를 피하는 '꼼수'가 판친다. 시공업계에서는 취득세 중과를 모면할 목적으로 호화주택을 고급주택 면적 기준에 약간 못미치게 짓고 공용면적에 각 세대 전속 주차장이나 창고를 별도 제공하는 식으로 분양하는 게 관행이 된지 오래다.
면적 기준으로 고급주택 취득세를 매기다 보니 '고무줄 과세' 논란도 일고 있다. 서울과 지방의 집값 차이가 큰데도 단순히 면적이 넓다는 이유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방이나 수도권 외곽 단독주택이 중과세 폭탄을 맞는 사례가 적지 않아서다. 조세의 절대 원칙은 형평성과 공평성이다. 이게 무너지면 납세자의 조세 저항이 거세질 수밖에 없다.
'9억원'으로 정해진 고급주택 가액 기준도 현실과 동똘어졌다는 지적이 많다. 고급주택 기준으로 삼는 시가표준액(공시가격)은 2006년 6억원에서 2021년 9억원으로 50% 상향됐으나, 현재 집값 수준을 감안하면 기준 가격이 너무 낮아 유명무실하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서울 공동주택의 약 14%에 해당하는 39만6000가구의 평균 공시가격이 9억원을 넘어섰다.
제도 시행 50년이 된 고급주택 취득세 중과 제도를 시대 변화에 맞게 손볼 필요가 있다. 고급주택 가액 기준은 대폭 높이고, 면적 기준은 없애는 게 바람직하다.
이참에 고급주택 규제를 아예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미 종부세와 양도세 등을 통해 고급·고가주택에 대한 중과세가 이뤄지고 있고, 취득세도 가액별로 세율이 다른데 굳이 고급주택 기준을 따로 마련해 규제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