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명 정보·군·전문가 참가
일부, 김정은 전쟁 초기 전략 핵무기 사용 우려
"북핵 고도화, 폐기 아닌 핵 사용 억제 우선과제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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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은 수십명의 미국 정보 관리·군 장교·안보 전문가들이 지난 5월 23~24일 미국 네브래스카주(州) 오마하의 미국 전략사령부 본부에서 북한 정권이 새로운 전술 핵무기를 개발함에 따라 증대하는 핵 위협을 평가하기 위한 회의에 참석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전략사 본부에서 매년 러시아와 중국의 핵무기 관련 회의가 열리지만 북한 독재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핵 프로그램에만 초점을 맞춘 회의가 열린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이번 회의는 미국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대통령 직속 국가정보국장실(ODNI)과 군 관련 모든 첩보를 관장하는 국방정보국(DIA) 주최로 열렸다. 첫날은 민간 전문가들의 토론, 둘째 날에는 기밀 브리핑이 이뤄졌다고 WSJ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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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참석자들은 회의 첫날 김정은이 전쟁 초기에 항복시키기 위해 소형 핵무기를 발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한다. 또한 김 위원장이 미국과 한국이 자신의 제거를 노리고 있다고 판단할 경우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장거리 미사일 개발로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면 한국에 대한 전술 핵무기 사용으로 결정적인 우위를 얻고도 미국의 주요 보복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WSJ은 해석했다.
ODNI에서 북한 담당 정보 분석가로 일했던 마커스 걸러스커스는 "가까운 미래에 핵무기를 발사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유일한 국가는 북한"이라며 "한반도에서 충돌이 고조될 경우 북한은 제한된 전술핵 사용이 정권의 붕괴로 이어지지 않고, 생존을 보장하는 열쇠라고 매우 쉽게 믿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안키트 판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 선임 연구원은 "이틀간의 토론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이 제한적인 핵 사용을 단념시키고 있는지, 아니면 실제로 핵무기를 사용한 뒤 무사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는지는 풀리지 않은 큰 질문"이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의 북한에 관한 견해는 다양했지만 일부에게는 '미국의 정책은 여전히 북한의 핵 폐기를 목표로 하지만 지금은 핵 프로그램이 너무 진전돼 핵 사용을 막는 것이 우선'이라는 회의의 보다 광범위한 메시지는 분명했다고 WSJ은 전했다.
제프리 루이스 미국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MIIS) 교수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북한을 더 이상 (핵) 비확산이나 해제가 아니라 억제의 도전과제로 생각하게 됐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이었다"고 평가했다.
미국이 북한 비핵화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핵 사용을 억지하는 것이 우선순위가 될 정도로 북한의 핵 능력이 고도화됐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