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트럼프 철강 고율 관세 부과하면 글로벌 무역 질서마저 흔들릴 것”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180219010010472

글자크기

닫기

김지수 기자

승인 : 2018. 02. 19. 15:55

Trump <YONHAP NO-1572> (AP)
사진출처=/AP,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국산 철강제품에 고율 관세 부과를 결정할 경우 중국에 대한 직격탄이 될 뿐만 아니라 글로벌 무역 시스템 전체를 뒤흔드는 행동이 될 것이라고 미국 CNN머니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상무부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 △한국·중국·브라질·인도·말레이시아·태국·베트남·러시아·코스타리카·이집트·남아공·터키 등 특정 12개국에 53%의 초고율관세를 적용하는 방안 △모든 국가에 일괄적으로 24%의 고율관세를 부과하는 방안 △국가별 대미(對美) 철강 수출액을 지난해의 63%로 제한하는 안 등 세 가지의 철강무역 규제안을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4월 11일까지 결정을 내리게 된다. 상무부가 제시한 여러 안 중 하나를 선택할 수도 있으며, 여러개의 옵션을 조합한 방안을 시행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철강 뿐만 아니라 알루미늄에 대해서도 비슷한 규제안이 트럼프 대통령의 책상 위에 올라 있으며, 상무부는 대통령에게 알루미늄에 관한 결론은 4월 19일까지 내려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철강 무역에 관한 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중국에 대한 비판에 포커스를 맞춰 왔다. 중국이 지나치게 싼 가격으로 철강을 덤핑 판매함으로써 미국의 철강업체들이 도저히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도록 만들고 있다는 주장이다.
중국이 세계 최대의 철강 수출국이며, 저가 수출을 통해 글로벌 공급 과잉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은 일정 부분 사실이다. 지난 수년간 미국과 유럽의 철강업체들은 중국의 철강 덤핑 수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비슷한 주장을 해왔다.

그러나 대미 철강 수출량만 놓고 보면 중국은 상위 10개국에도 들지 못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트럼프 이전의 미국 행정부들도 중국산 철강에 대한 무역 규제를 꾸준히 내려온 까닭에 중국의 대미 철강 수출은 이전보다 그리 크지 않다는 것.

무역 문제 전문가인 윌리엄 라인시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연구원은 “중국산 철강의 대미 수출은 지난 수년간 크게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미국 상무부가 낸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캐나다로부터 전체 철강 수입양의 16%를 사들이고 있으며, 브라질로부터 13%, 한국에서 10%, 맥시코와 러시아로부터 각각 9%씩을 수입하고 있다.

a
자료출처=/미 상무부
미국이 이처럼 여러 나라에서 철강을 수입하고 있는 만큼 만약 상무부가 제시한 규제안 중 △모든 국가에 일괄적으로 24%의 고율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이 채택될 경우 전세계 경제에 엄청난 충격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매체의 지적이다.

통상 문제 전문가들은 만약 이것이 현실화 되면 한국과 캐나다 맥시코 등 미국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던 국가들조차도 결국 앙갚음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의 주요 수출품인 농산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하거나 미국 보잉의 항공기 대신 유럽연합의 에어버스를 선택하는 등의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것.

조지워싱턴대 국제 무역 전문가 마이클 무어 교수는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것과 국제사회 무역 파트너들을 자극하지 않는 것 사이에서 섬세한 균형잡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미국이 보호무역 조치를 취할 경우 중국도 피해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중국이 직접적으로 미국에 철강을 수출하는 분량은 많지 않다 할지라도 제3국을 통한 간접 수출 분량이 상당하기 때문. 완제품이 아닌 상태로 한국과 베트남에 수출해 마지막 완성 단계를 이곳에서 거친 뒤 미국에 수출하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제품은 ‘한국산’이나 ‘베트남산’으로 표기돼 출하된다. 라인시는 “이 간접적 수출 통로가 막히는 것은 결국 중국 업체들의 타격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중국은 지난 17일 “미국의 최종 결정이 중국의 국익에 영향을 줄 경우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트럼프가 설혹 모든 국가에 일률적 관세 적용을 하지 않고 다른 옵션을 선택한다 할지라도 전세계 경제에 미칠 충격파는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 상무부가 트럼프 대통령에 제시한 무역 규제안의 법적 근거가 ‘무역확장법 232조’이기 때문이다. 이 법은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면 수입제한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상무부가 제시한 안이 채택된다는 것은 철강 수입이 미국의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는 근거가 취약하다며 세계무역기구(WTO) 규정과도 충돌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포덤 대학교 국제무역법 전문가 매트 골드 교수는 이같은 명백한 WTO 규정 위반은 다른 나라들의 ‘눈에는 눈 이에는 이’식의 보복 대응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골드 교수는 “미국이 글로벌 무역 규정을 중대하게 위반할 경우, 이는 글로벌 무역 시스템 기반 전체를 완전히 뒤흔들어놓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지수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