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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일본의 뿌리깊은 ‘혐한’…‘상생’ 위한 길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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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진 기자

승인 : 2016. 11. 11. 00:01

4면-일본-헤이트스피치-시위-현황
일본이 혐한·헤이트스피치(증오연설) 등 한국인 차별 이슈로 뜨겁다.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최근 일본 오사카의 한 유명 초밥가게에서는 한국인 고객들에게만 고추냉이가 가득 들어간 초밥을 제공해 논란이 됐다. 이후 오사카에서 또 한국인 관광객에게 한국인 비하단어 ‘춍(ちょん)’이 적혀진 버스표를 제공하는 사건과 한국인 길거리 폭행사건이 잇따라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큰 파문이 일었다.

한국인 관광객을 향한 ‘혐한’ 논란은 갑자기 생겨난 것은 아니다. 버스표 사건에서 한국인 비하 단어로 적혀있던 ‘춍’은 재일코리안 비하단어인 ‘조선인(朝鮮人·조센진)’에서 온 것이다.

일본에서는 이미 “바퀴벌레 조선인은 나가라”등 ‘헤이트스피치’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다뤄지고 있다. 지지통신은 지난달 31일 ‘헤이트스피치’를 “특정 인종과 국적·종교 등을 모멸해 배제를 선동하는 차별적인 언동”으로 규정하고 “재일 한국·조선인의 배척을 주장하는 ‘재일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 모임(재특회·在特會)’의 길거리 선동을 계기로 사회문제화 됐다”고 설명했다. ‘혐한 시위’는 대표적인 ‘헤이트스피치’로 분류된다.
일본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헤이트스피치 등 인종 차별에 대한 대응과 대책 방안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법무성에 따르면 2012년 4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일본에서 이러한 ‘헤이트스피치’ 시위가 1152차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재일코리안(한국·조선인)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나가와(神奈川)현 가와사키(川崎)시에서 올해 1월31일 벌어진 “조선인 죽여라”라고 소리를 지르는 헤이트스피치는 차도까지 점령했다. 재일동포 3세 최강이자(42)씨는 3월 이에 대해 법무성에 인권구제 신청을 넣었고, 법무성은 8월 이 시위를 주최한 남성에게 유사 행위를 하지 말라는 권고를 내리기도 했다.

또한 오사카(大阪)지방재판소는 지난달 재일 조선인 작가를 비방한 사쿠라이 마코토(櫻井誠) 재특회 전 회장인에게 77만 엔(약 840만원)을 배상하라고 명령하면서 ‘혐한 발언’에 대해 개인의 책임을 묻는 판결을 내렸다.

모순적이지만 혐한 논란과는 별개로 일본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올해 6월을 기준으로 230만명을 넘어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일본 정부는 2020년 도쿄올림픽를 앞두고 이번 달부터 외국인이 받고 있는 차별·편견에 대한 첫 실태조사에 나섰다. 정부는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1만8500명을 무작위로 선정해 헤이트스피치 등 차별 경험을 묻고, 내년 3월 조사결과를 정리해 정책에 활용하는 등 차별에 대한 대책을 세운다.

민간 차원에서도 혐한을 없애고 헤이트스피치를 척결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당초 헤이트스피치 억제법이 제정될 때부터 재일청년 단체와 비정부기구(NGO) 등 민간 단체들은 여당 자민당이 제시한 대책을 비판하면서 전면에 나섰다.

문화적 교류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군조(群像)신인문학상에는 재일코리안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 ‘지니의 퍼즐’이 선정됐다. 일본 초등학교에서 차별을 당한 재일코리안 ‘박진희’가 조선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고 조선학교에서도 한국어가 서툴러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재일 작가인 최실이 자신의 경험을 담아 그렸다.

재일 작가들은 이처럼 차별당했던 경험을 소설로 풀어 혐한의 실태를 호소해왔다. 기노시타 시게루(木下繁)는 지난해 7월 출간한 ‘두더지와 김치’에서 중년이 된 재일코리안 남성이 헤이트스피치를 맞닥뜨리면서 자신이 전학을 갔던 초등학교에서 재일코리안임을 숨기기 위해 필사적이었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기노시타는 2013년 도쿄에서 헤이트스피치를 마주한 것을 계기로 집필을 시작했다.

도쿄에 거주하고 있는 재일 작가 후카자와 우시오(深澤潮)는 지난해 11월 고등학교 시절 어머니가 재일코리안임을 알게된 여대생이 헤이트스피치를 마주한 후 충격을 받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갈등하는 모습을 그린 ‘녹색과 빨강’을 출판했다. 후지사와는 마이니치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차별을 받는 것은 살아있는 인간이다. 헤이트스피치가 심신에 심각한 충격을 준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집필 동기에 대해 설명했다.

1948년 제주 4·3항쟁에 참여했다가 1949년 일본으로 밀항한 재일시인 김시종도 지난달 마이니치와의 인터뷰에서 재일코리안이 받는 차별에 대해 “차별은 알아야 할 역사를 알려오지 않은 데에서 나온 일종의 일그러짐”이라고 지적하고 문화를 통한 상호 교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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