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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1주년]11가지 키워드로 돌아본 2016 문화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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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16. 11. 11. 08:30

성추문·위작 논란으로 몸살...김영란법으로 공연계 직격탄
셰익스피어·백남준·이중섭 등 화두...한강 맨부커상 쾌거
백남준의 '거북'.
올해 백남준 서거 10주기를 맞아 개최된 ‘백남준쇼’에서 전시된 백남준의 대표작 ‘거북’./사진=송의주 기자songuijoo@
2016년 문화계는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 백남준 서거 10주기, 이중섭 탄생 100년 등을 맞아 이와 관련된 공연·전시가 봇물을 이뤘다. 소설가 한강이 한국인 최초로 맨부커상을 받는 쾌거도 있었지만, 성추문과 미술계 위작·대작 논란 등으로 몸살을 앓은 한 해였다. 본지 창간 11주년을 맞아 올해 문화계를 11가지 키워드로 살펴본다.

◇성추문 = 김현 시인이 9월 ‘문단에 만연한 성폭력’을 고발하자는 글을 기고하며 촉발한 문단 내 성추문 논란은 문화계 전반으로 확산됐다.

‘은교’를 쓴 소설가 박범신이 여성 편집자를 상습 성희롱했다는 의혹이 10월 제기됐다. 트위터리안 A씨는 과거 박범신의 강권으로 이뤄진 술자리에서 그가 여성 편집자들의 신체를 빗대 농담을 하고 만지는 등 수차례 성희롱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박범신은 술자리에 모인 여성 모두를 ‘은교’라 불렀다. A씨는 “중년 여성팬은 ‘늙은 은교’, 편집자와 나는 ‘젊은 은교’, 내 후배는 ‘어린은교’라고 칭했다”고 했다. 또한 박범신은 영화 ‘은교’ 제작 시 은교 역의 배우 김고은을 성희롱한 얘기를 자랑스럽게 떠벌리기도 했다는 것. 이에 박범신은 두 번의 사과문을 올렸으나 논란이 계속 되자 결국 트위터 계정을 삭제했다.

시인 박진성도 시를 배우려는 여성들에게 성희롱과 성추행을 했다는 의혹에 휩싸이면서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시인 배용제도 미성년 습작생들을 성폭행하고 반강제로 돈을 빌렸다는 폭로가 나왔다. 배용제는 의혹을 모두 인정하고 활동을 접겠다고 밝혔다.
미술계에서는 서울 일민미술관 책임큐레이터 함영준이 미술계 여성들을 성추행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이어 국립현대미술관의 한 큐레이터가 전시 개최 기회를 제공한다는 빌미로 여성작가를 성추행했다며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폭로도 나왔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그를 ‘공무원 비위사건 처리규정 제 6조’에 따라 의원 면직 처리했다.

이같은 상황을 두고 문화계 내부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왔다. 다만 피해자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를 한다는 점이 달라졌다는 것. 문화예술계 내 극심한 권력 불균형과 폐쇄적 환경이 이같은 성추문 사태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일었다.

박범신 연합
소설가 박범신./사진=연합
◇김영란법 = 9월 28일부터 김영란법이 시행됨에 따라 오페라·클래식·뮤지컬 등 대형 공연이 직격탄을 맞았다.

이러한 대형 공연의 경우 기업 후원과 단체 관람권 구매가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5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수익의 상당 부분을 메꿔왔다. 그런데 공연 관람권이 대체로 5만원을 훌쩍 넘는 고가이기 때문에, 초대권을 선물용으로 사용하던 기업들이 움츠려들게 된 것.

때문에 몇몇 민간단체들은 올가을 계획된 공연을 보류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1년 전에 후원 기업을 찾아야 하는 클래식 기획사들도 내년 굵
직한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을 성사시킬 수 있을지 전전긍긍했다. 몇몇 대형 뮤지컬의 경우에는 기업 티켓 구매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

김영란법의 선물 상한액에 맞춘 5만원 이하 공연 관람권을 뜻하는 ‘김영란 티켓’도 등장했다. 기업 협찬이 줄면서 고육지책으로 나온 대안이다. 오는 12월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지휘 거장 마리스 얀손스와 독일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내한공연의 경우 콘서트홀 2층과 3층 전체를 최하등급인 C석으로 조정하고 티켓 가격을 1장당 2만5000원으로 낮췄다. 앞서 서울의 한 공연장도 김영란법 시행 직후에 열리는 공연에서 초대권용 좌석을 확보하기 위해 최저가인 3만∼4만원 좌석 비율을 소폭 늘렸다.

공연계에서는 “기업의 문화 접대에 한해 선물 상한액을 높이는 방법이나, 각각의 상황에 맞는 시행령 개정 등이 논의돼야 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
고(故) 권혁주 바이올리니스트.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 요절 = 유명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31)가 부산에서 택시를 타고 가다 숨진 채로 발견돼 큰 충격을 안겼다.

권혁주는 10월 12일 0시 30분께 해운대구에 있는 한 호텔 앞에 도착한 택시에서 숨졌다. 택시 운전기사는 “손님이 광안대교를 지날 때 의식이 있었고 이후 잠을 자는 것처럼 보였는데 호텔에 도착했을 때 숨을 쉬지 않았다”며 “호텔 직원이 달려와 심폐소생술을 시도했으나 깨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119구조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미 숨진 뒤였다.

사인은 심근경색으로 인한 심정지로 밝혀졌다. 부검 결과 외상은 전혀 없었고, 혈전이 관상동맥을 맞아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권혁주는 2004년 덴마크 칼 닐센 바이올린 콩쿠르 한국인 최초 우승했고, 이듬해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6위 입상 등으로 일찍부터 주목받은 바이올리니스트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예비학교를 거쳐 모스크바 중앙음악학교와 차이콥스키 음악원에서 수학했으며 모스크바 방송 교향악단, 모스크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등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해왔다.

◇노벨문학상 밥 딜런 = 미국 가수 밥 딜런이 10월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돼 큰 화제를 모았다. 스웨덴 한림원은 선정 이유로 “미국의 위대한 음악 전통 내에서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한 점”을 들었다.

1941년 출생한 딜런은 유대인 집안 출신의 미국인 싱어송라이터로 저항의 메시지를 담은 음악으로 사랑받았다. ‘바람에 날려서’(Blowin’ in the Wind) 등은 한국의 학생운동에도 영향을 줬으며, 베트남 전쟁 저항의 표상이 되기도 했다.

“나는 시인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나를 시인이라 부르지 않는다. 나는 그네 타는 곡예사다”란 말을 했던 딜런은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현대판 ‘음유시인’으로 인정받게 됐다. 미국은 1993년 토니 모리슨에 이어 23년 만에 노벨문학상을 품에 안았다. 발표에 앞서 유력한 수상후보로 꼽혔던 케냐 출신 응구기 와 티옹오와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기, 한국의 고은 시인도 이로써 모두 고배를 마셨다.


한강
맨부커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사진=송의주 기자 songuijoo@
◇한강 맨부커상 = 소설가 한강이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세계적 권위의 맨부커상을 거머쥐는 쾌거를 이뤘다. 맨부커상선정위원회는 5월 16일(현지시간) 밤 영국 런던 빅토리아앤알버트 박물관에서 열린 공식 만찬 겸 시상식에서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2016년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작으로 발표했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영국 인디펜던트 문학 선임기자인 보이드 턴킨은 “맨부커 인터내셔널을 수상할 충분한 가치가 있는, 잊혀지지 않는 강력하고 근원적인 소설”이라며 “압축적이고 정교하고 충격적인 이야기로 아름다움과 공포의 기묘한 조화를 보여줬다”는 찬사를 보냈다.

영어권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맨부커상은 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이 책을 번역해 해외에 처음 소개한 영국인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29)도 한강과 함께 공동 수상자로 호명됐다.


천경자 미인도
25년째 위작논란 중인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미술계 위작·대작 논란 = 올해 미술계는 이우환과 천경자 화백의 위작, 조영남의 대작 논란이 ‘뜨거운 감자’였다. 가장 작품값이 높은 화가 중 한 명인 이우환의 작품 13점이 ‘위작’이라는 경찰 조사 결과에도 정작 작가 자신은 이를 부인했다. 25년째 위작 논란 중인 천경자의 ‘미인도’는 검찰이 프랑스 미술품 전문 감정기관에 분석을 맡겼는데, 감정팀으로부터 “사실상 위작”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또한 천경자의 스케치 16장을 묶은 ‘기행 스케치-화문집’이 7월 서울옥션 경매에 출품됐다 위작 의혹에 휘말려 경매가 취소되는 일도 있었다. 같은 달 천경자의 ‘뉴델리’가 위작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미술품 감정 전문가인 이동천 박사는 ‘미술품 감정 비책’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아트테이너’로 불리던 조영남은 ‘화투패’ 그림이 강원도 속초에 거주하는 대작 화가가 그린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비난이 빗발쳤다. 6월 그는 대작 화가 그림에 덧칠과 서명을 한 후 판매해 약 1억6000여만원의 이득을 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조영남은 “사기 치는 사람 아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셰익스피어 연극 페리클레스
셰익스피어 연극 ‘페리클레스’.
◇셰익스피어 = 영국의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맞아 셰익스피어 고전 희곡을 다양한 형식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이 줄줄이 무대에 올랐다.

고(故) 이해랑 선생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신시컴퍼니와 국립극장이 공동 제작한 연극 ‘햄릿’에는 박정자 손숙 김성녀 유인촌 윤석화 등 연극계 거장들이 총출동해 탄탄한 연기로 큰 호평을 받았다. 이밖에도 셰익스피어가 말년에 집필한 희곡 ‘템페스트’를 한국식으로 재탄생시킨 ‘오태석의 템페스트’, 한국 사회의 아픔과 고통에 관해 이야기한 ‘햄릿아비’, 셰익스피어의 희곡 ‘법에는 법으로’를 마당극 형태로 풀어낸 ‘법대로 합시다!’ 등 수많은 작품들이 공연됐다. 후기 낭만주의 시작을 알리는 셰익스피어의 동명 희곡을 현대적 시각으로 무대화한 연극 ‘페리클레스’도 올 연말까지 관객과 만난다.

◇백남준 = ‘비디오아트 거장’ 백남준(1932~2006) 서거 10주기를 맞아 굵직한 백남준 관련 전시가 줄을 이었다. 7월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백남준쇼’에서는 백남준의 마스터 피스라 할 수 있는 대형 작품 ‘거북’과 ‘M200’ 등이 전시됐다. 경기도 용인 소재 백남준아트센터에서는 10주기 기획전 ‘뉴 게임플레이’를 내년 2월 19일까지 선보인다. 21세기 현대인의 삶에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디지털 게임을 통해 인간과 기술의 관계성을 상기시키는 전시다.

덴마크 최대 미술관인 국립미술관에서도 그의 특별 전시가 열리고 있다. 동화 작가 한스 안데르센, 철학자 키르케고르, 물리학자 닐스 보어, 영화 감독 칼 드레이어 등 덴마크의 유명 인사 네 명을 모티프로 만들어진 로봇 작품들이 전시 중이다.


이중섭의 황소
이중섭의 ‘황소’.
◇이중섭 = 천재 화가 이중섭(1916~1956)의 탄생 100년, 작고 60년을 기념하는 전시가 개최됐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선보인 ‘이중섭, 백년의 신화’전에서는 이중섭의 은지화 3점을 소장하고 있는 뉴욕현대미술관(MoMA)을 비롯한 총 60개 소장처로부터 대여한 200여점의 작품, 100여점의 자료가 소개됐다. 이에 앞서 서울 부암동 서울미술관에서는 이중섭의 죽음부터 역순으로 삶과 작품세계를 재구성한 ‘이중섭은 죽었다’전이 열렸다. 그가 가장 열심히 창작에 몰두했던 통영 시절, 쓸쓸하게 개인전을 준비했던 서울 마포구 신수동 시절 등 그가 자리했던 공간 10곳을 재현해 거품 없이 인간 ‘이중섭’을 조명한 전시였다.

연희단거리패는 이중섭의 비극적 인생을 그린 연극 ‘길 떠나는 가족’을 앙코르 공연했다. 또한 일본 사카이 아츠코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이중섭의 아내’가 개봉하기도 했다.

◇한국사 열풍 = 올해는 스타강사 설민석이 쉽게 쓴 역사책이 인기를 끌며 한국사 서적을 구입한 독자가 작년보다 크게 늘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한국사 분야 도서가 모두 20만2601권 팔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 15만4256권보다 31.3% 증가한 수치다. 3분기까지 한국사 서적 판매량이 20만권을 넘은 것도 처음이다. 특히 조선시대 주요 사건과 인물을 쉽게 설명한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은 7월말 출간 이후 연속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롯데콘서트홀 내부 전경
롯데콘서트홀 내부 전경.
◇롯데콘서트홀 개관 = 1988년 예술의전당 개관 이후 28년 만에 서울에 대규모 클래식 전용 콘서트홀인 ‘롯데콘서트홀’이 8월 문을 열었다. 롯데그룹이 사회공헌을 위해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몰 8~10층에 1500억원을 투자해 건립했다. 공연장 민간 투자로는 역대 최대 규모이자 민간기업이 대규모 클래식 전용 공연장을 건립해 운영하는 건 국내 처음이다. 정명훈 지휘자와 서울시립교향악단이 함께 한 개관 공연, 라 스칼라 필하모닉 오케스트라&합창단 내한 공연 등은 큰 호평을 받았다.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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