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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1주년 특집] 생존 위기 법조계…상생(相生)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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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진 기자

승인 : 2016. 11. 11. 08:06

진출 영역 확대…'경쟁'이 '상생'의 길
수요자는 국민…변호사 공급 줄이고 질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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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북돋우며 더불어 잘 살아감을 의미하는 상생(相生).

이미 이 시대 최고의 화두로 떠오른 지 오래지만, 오늘의 법조계만큼 상생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분야도 찾아보기 힘들다.

변호사시험의 본격 시행으로 매년 2000명이 넘는 변호사가 새로 시장에 진입하면서 변호사들 간 ‘빈익빈 부익부’ 양극화 현상은 극에 달했다.

한 명의 도박 피의자를 변호하며 수억 혹은 수십억원의 수임료를 챙긴 전관 출신 홍만표·최유정 변호사는 당장의 먹거리를 고민하는 수많은 변호사들을 자괴감에 빠트렸다.
변호사와 세무사·행정사 등 인접 전문직과의 갈등은 날로 심화되고 있고 막대한 자본력을 가진 해외 로펌들의 국내시장 진출은 현실이 됐다.

사법시험 폐지를 둘러싼 법과대학과 로스쿨 간, 사법연수원·로스쿨 출신 변호사 간의 갈등과 반목은 날로 심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로에 대한 이해와 양보를 통해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는 활로를 어디서 찾아야 할지, 일선 법조계와 학계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봤다.

◇변호사 홍수 시대…10년 새 2배 이상 증가

법조계가 등록 변호사 2만명 시대에 접어들며 밥그릇 경쟁에 몰리면서 생존에 위협을 느끼는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10일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국내 등록 변호사는 지난달 11일 기준 2만1776명으로 10년 전인 2006년 8429명의 두 배를 넘어섰다. 로스쿨 변호사를 처음으로 배출하기 시작한 2012년 2057명의 변호사가 새로 등록을 하면서 1만4534명이던 변호사는 2013년 1만6604명, 2014년 1만8708명, 2015년 2만531명까지 늘어나는 등 해마다 평균 2000명 이상씩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변호사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변호사들이 행정사, 변리사, 공인중개사 등 다른 분야로 영역을 확장함에 따라 해당 전문자격사들과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변호사들은 전문 영역을 갖춘 변호사들이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는 입장인 반면, 다른 자격사들은 변호사 업계가 포화 상태에 이르자 다른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행정사법 개정안 철회하라'
지난달 5일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변호사 생존권 보장 및 행정사법 개정안 저지집회’에서 대한변호사협회원들이 행정사법 개정안과 관련 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내용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법조인 진출 영역 확대하고 경쟁 통해 파이 늘려야…“실력 없는 법조인까지 안고 가는 게 상생 아냐”

포화상태인 국내 법률시장의 탈출구는 ‘법조인의 진출 영역 확대’이며 상생을 위해서는 오히려 ‘경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재교 세종대학교 교수는 “없는 사건을 만들 수는 없다. 결국 영역을 개척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법조가 진출이 안 된 분야로 법조인들의 직역을 확대해야 한다. 법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는 분야에도 변호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상생을 위해선 경쟁이 필요하다”며 “다른 분야로 진출하면서 경쟁을 통해 파이를 늘리면 저절로 상생이 되고 사회 전체적으로도 도움이 되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그러나 “모두를 다 안고 갈 수는 없다”며 “실력이 없는 법조인들까지 데리고 가는 것은 상생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외국로펌 49% 지분 제한…상생 막는 정부 규제

국내 로펌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각종 규제가 오히려 국내 변호사들의 해외시장 진출이나 상생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나승철 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는 “현재 외국법자문사법에는 외국로펌이 49%를 초과하는 지분을 보유하지 못하게 한 규정이 있다”며 “어느 바보 같은 외국 로펌이 한국에 와서 합작을 하겠는가? 이는 해외 로펌의 국내 진출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막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외국 회사에 문을 열어줘야 우리도 나갈 수 있다. 국내 변호사들이 51%의 지분을 가져야 합작법무법인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국내 변호사의 해외 진출을 막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무슨 해외시장 개척이냐. 모순이다. 문을 잠가놓고 왜 안 나가냐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나 변호사는 “이래놓고 법률시장의 파이가 커지지 않는다고 한다”며 “여러 규제로 인해 시장이 커지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적인 로펌들의 노하우가 얼마나 뛰어 나겠느냐?”며 “이 같은 규제는 국내 법률시장을 보호한다기보다는 김앤장, 태평양 같은 국내 법률시장의 기득권만 고착화시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해결책은 ‘법조 일원화’…출신 나누는 편가르기 그쳐야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모임인 한국법조인협회 김정욱 회장은 “사시존치 싸움이 있었는데 어이가 없었다. 사법연수원 출신이라는 기득권을 내세워 협회가 일방적으로 흘러가면서 이분화됐다”며 “출신을 갖고 싸우는 것에 열을 올리는 것은 출신을 강조하는 집단 이기주의며 법조계 내에서 편가르기 싸움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변호사 수가 늘어나면서 먹고 살기 힘들어지니까 로스쿨 출신 변호사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밖에서 볼 땐 결국 서로 밥그릇 싸움하는 걸로밖에 안 보인다. 분열을 조장하는 것은 비판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이제는 법조계 통합을 통해 변호사를 베이스로 판·검사로 진출하는 법조 일원화를 실현해야 한다”며 “배출되는 인원을 줄인다고 상생이 되는 것은 아니다. 충분한 인력 풀을 통해 법을 베이스로 하는 사람들을 다양한 분야로 퍼트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사 전문직과의 갈등…변호사로 통합·공동개업 방법 등 검토할 만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장은 “유사한 직종에 다양한 직역이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며 “과거 우리나라에 변호사 숫자가 적어서 변리사, 공인중개사 등의 유사 직역을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외국의 경우는 변호사와 회계사 딱 2개만 있다. 우리도 그런 선진국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급하게 할 것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국회에서 제도 자체의 변화를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 협회장은 “물론 현재는 통합 논의조차 힘들지만, 10년 정도 뒤에 변호사 10만명 시대가 되면 그 같은 유사직역들은 변호사로 흡수 통합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는 “변호사와 다른 전문가 직역 간의 공동개업(MDP) 방법을 제안한다. 예를 들어 변호사-세무사, 변호사-변리사 간의 개업을 하면 세무사나 변리사들은 소송대리권을 요구할 필요 없이 그들은 세무, 특허 실무를 맡고 변호사는 관련 소송을 담당하면 자연스럽게 직역 간의 갈등이 해소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요자인 국민 입장이 최우선…변호사 공급 줄이고 질을 높이는 장기 플랜 세워야

검사장 출신 한명관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모든 건 수요자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며 “직역 침탈, 직역 수호 이런 문제는 국민이 싫어한다. 이 문제도 어떻게 하면 국민에게 보다 나은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호선 국민대 교수는 “소비자의 입장에선 변호사의 경력 등 정확한 정보가 공개돼 소비자들에게 선택할 수 있는 기준을 제공하면 실력에 따라서 결정할 수 있어서 과당 경쟁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어떻게 보면 시장이 포화된 것을 인정하고 공급을 줄이고 변호사의 질을 높이는 장기적 계획을 세울 때인 거 같다”고 지적했다.

* 최석진·이진규·김범주·허경준 기자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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