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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월 15일부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미국 로펌과 국내 로펌이 국내에서 합작 로펌을 설립할 수 있다. 합작 로펌에서 외국 로펌의 지분은 49%로 제한되지만, 국내 변호사를 고용해 국내법 자문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미 세계 최대 로펌인 미국계 ‘레이텀앤왓킨스(Latham&Watkins)’는 국내 법률시장에 진입했다. 법무부는 지난달 13일 레이텀앤왓킨스의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 설립을 인가했다. 이 로펌의 매출액은 3조원대로 국내 법률시장 전체와 맞먹는 규모다.
10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 설립 인가를 받은 외국계 로펌은 모두 27곳이다. 이 가운데 미국계 로펌은 22곳이다. 지난해 매출액 기준 세계 2위인 베이커앤맥킨지(Baker & McKenzie)와 3위인 DLA 파이퍼(DLA Piper) 등 미국계 로펌은 이미 2013년 인가를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연륜이 있는 변호사들은 법률시장 개방을 ‘밥그릇 싸움’이 아닌 ‘상생’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장은 “국내 법률시장에 외국 로펌이 들어온다는 것은 경제적 의미보단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다”며 “국내 법률시장이 워낙 작기 때문에 그들에겐 매력이 없다”고 말했다.
하 협회장은 “미국 뉴욕 맨해튼에 한국기업이 100개가 진출해 있는데 국내 로펌은 하나도 없다. 미국시장은 눈에 보이는데 큰 시장을 해외 변호사들에게 놓치고 있다”며 “국내 로펌이 노하우가 없다.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자체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는 “법률시장 개방은 국내 중형 로펌들이 미국 로펌의 경영기법을 배울 기회가 될 것”이라며 “미국 로펌의 수익 창출법, 의뢰인 서비스 노하우 등을 배우면 대형 로펌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또 “국내 법률시장 규모는 점점 증가하고 있지만 법률시장이 개방되면 증가 속도는 더욱 빨리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사장 출신 한명관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모든 것은 기업과 국민 등 수혜자 입장에서 봐야 한다”며 “향후 외국 로펌들이 국내 법률시장을 독점하면 수임료가 올라갈 우려가 있겠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면 수요자 입장에선 좋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 변호사는 이어 “국내 로펌 입장에선 법률시장이 잠식돼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외국 로펌들이 국내에 들어와서 서로 싸워봐야 국내 로펌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고, 외국 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