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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가운데도 일찌감치 자신의 전문 분야를 특화해 고객이 제 발로 사무실을 찾아오게 만든 변호사들도 있다.
법률사무소 ‘해울’의 신현호 대표변호사는 아직 의료소송이 낯설었던 1990년대 초반부터 의료소송을 전문으로 해온 1세대 의료전문 변호사다.
10일 신 변호사는 “로스쿨 도입 등으로 변호사가 많아지면서 변호사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각각의 전문 영역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종종 후배 변호사들을 상대로 의료법에 관한 강의를 하는 자리에서 ‘이제 변호사를 하며 돈 버는 시대는 지났다. 하고 싶은 거나 최소한 관심 있는 분야 한두 개를 꼭 만들어라’고 늘 조언한다”고 말했다.
신 변호사는 “자신이 특허나 군사, 엔터테인먼트, 언론 등 관심 있는 분야가 생기면 문헌도 찾아보고 전문적으로 찾아보게 된다”며 “이 같은 방법으로 전문영역이 생기면 어느 장소에 가든지 ‘전문이 무엇이다’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으며, 변호사로서 성취감도 생긴다”고 말했다.
또 신 변호사는 변호사가 전문 영역을 선점하고 있으면 최근 문제가 되는 ‘전관예우’와 같은 이슈에 흔들릴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를 들어 의료소송은 기본적으로 재판 기간만 2년가량 소요되는 경우가 많아 효율성을 내세우는 덩치 큰 대형 법무법인도 접근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변호사들이 종종 방향성을 잃고 방황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 스스로 중심을 잡는데 자기만의 전문 영역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IT전문 구태언 테크앤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도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전문영역으로 선택하는 것이 변호사의 역량을 키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검사 출신인 구 변호사는 검찰 재직 당시 검찰 수사시스템 첨단화에 많은 기여를 한 인물로 알려졌다.
그는 IT쪽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와 관련 “어려서부터 전자회로에 관심이 많았다”며 “공대를 가고 싶었지만 문과로 가는 바람에 공대 진학을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구 변호사는 “IT처럼 변화가 빠른 업종에서 변호사로서 전문 영역을 구축하면 신기술의 변화를 빠르게 습득할 수 있고, 스티브 잡스와 같은 선구자적인 인물들과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최근 중국과 같은 신흥국에게 자리를 내주고 있는 조선과 철강 등 국내 전통산업과는 달리 IT는 지금도 혁신이 진행되고 있다”며 “이러한 산업 분야에 전문가 영역을 구축한다면 구글과 애플과 같이 다국적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는 국내 기업들과 함께 일할 기회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