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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좀비기업 청산”, 산업계 후폭풍 예고… 옥석 가리기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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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 기자

승인 : 2016. 06. 29. 17:44

박근혜 대통령이 한계기업, 소위 ‘좀비기업’ 지원 중단 방침을 밝히면서 불황에 허덕이는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조선·해운·철강·유화 등 구조조정이 야기되는 산업의 기업이 유력 후보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산업계에선 단기 실적부진에 집중하기 보단 회사의 경쟁력을 고려한 옥석가리기가 선행돼야 한다는 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당국이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 대기업의 신용위험평가를 실시해 구조조정 대상 업체로 분류한 기업은 총 54개사다. 정부가 한계기업 명단을 특정하진 않았지만 이들 후보 중 일부가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전날 박 대통령은 “과거 사례들을 보면 구조조정이 꼭 필요한 시기에 한계기업 지원을 계속한 나라들은 헤어나올 수 없는 수렁에 빠져 대책 없는 상황이 됐다”며 “한계기업 지원을 중단하고 신산업에 집중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고 강력한 추진 의지를 밝혔다.

일반적으로 한계기업은 3년이상 이자보상배율 100% 미만의 기업을 지칭한다. 이는 영업이익으로 빌린 돈의 이자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의미한다. 배율이 0% 미만이면 아예 적자를 내고 있는 상태로 보면 된다. 정부는 한계기업을 ‘밑 빠진 독’으로 판단하고 회생 가망이 없는 회사에 돈을 쏟아부어 부실 규모를 키우느니 차라리 그 비용을 신성장산업에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이같은 방침에 산업계에선 한계기업을 청산 시키기 이전에 옥석을 분류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단지 재무적 흐름만 따질 게 아니라 성장 가능성과 기술력 등 회생이 불가능한 부실기업만을 솎아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일단 회생이 힘들고 대규모 부실을 가져온 문제 회사들에 대해선 과감히 칼을 들어야 하는 게 맞다”면서도 “다만 옥석을 가릴 때 재무적 기준만 갖고 얘기할 게 아니라 영업 활동과 비젼을 보고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대상기업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조선업종의 경우 청산에 대해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업황 부진에 고전하고 있지만 글로벌 기술 경쟁력은 충분하다는 시각이다.

김주태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정책팀장은 “한계기업으로 지목된 회사 중에도 기술력을 갖고 있고 3년 정도 터널을 지나면 분명히 더 넓은 사업기회가 있는 회사들이 있다”며 “예를 들어 국내 조선사들의 경우 업황 부진에 적자에 시달리고 있지만 기술력은 월등하기 때문에 미래 가치를 고려한다면 금융지원을 해 줄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부채비율이나 이자보상배율이 높은지만 따지다 보면 정확한 옥석가리기가 되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업계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기업이든 산업이든 앞으로의 경쟁력이 있다면 오히려 지원하며 지켜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현재 중국에서도 수익을 못내고 막대한 부채부담에 직면한 국영기업 명단을 준비하는 등 부실기업 솎아내기가 한창이다. 1분기 중국의 좀비기업 파산 건수는 1028건으로 지난해 동기대비 52.5%나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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