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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딥 미쉬라 인도 델리대 교수(한국학)는 16일 뉴델리 국방연구·분석원(IDSA)에서 아시아투데이와 만나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오랫동안 열리지 못하고 있고, 남북 관계도 불안정하다”고 전제한 뒤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주변 4대 강국에 집중돼 있는 통일 외교가 한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 정부가 인도·인도네시아·파키스탄·시리아 등 남·북한과 동시에 수교한 국가로 구성된 네트워크를 만들면 이 네트워크가 남·북 관계와 통일 문제에 대해 공동으로 접근하면서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장기적으로 남·북통일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미쉬라 교수는 이날 인도의 국방·안보 문제 싱크탱크 IDSA와 주인도 한국대사관이 공동주최한 ‘한·인도 관계’ 국제심포지엄에서도 “인도는 남·북한과 1973년 동시에 수교해 지금까지 외교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한국이 인도와 북한의 관계를 남북 대화 채널의 또 다른 창구로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도는 남·북한이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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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그 룸멜 다히야 IDSA 사무총장 대행은 “북한 문제에 대한 인도의 역할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인도가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해 왔기 때문에 민주주의·인간존엄 등의 가치에 대해 설득하고 개입할 수 있다”며 “인도가 북한과 외교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북한이 세계 시민국가의 일원이 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인도·파키스탄 문제의 최고권위자인 G. 발란찬드란 자문위원은 “주북한 인도대사는 북한 정부 관계자를 자주 만난다. 아울러 인도 정부 장학금으로 인도에서 유학한 북한 엘리트들도 다수 있다”면서 “특히 인도는 미국의 군사동맹국이 아니기 때문에 북한이 다른 주북한 대사에 비해 신뢰하고 있어 남북 문제에서 일정 부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북한학)는 “우리가 4강 외교와 6자회담 등에 집중해 왔는데 인도 같은 주요 국가가 새로운 역할을 하게 되면 우리 통일외교의 우군이면서 대안이 될 것”이라고 했다. 유 교수는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인도의 균형자 역할을 강조했다. 유 교수는 “중국이 아시아 지역 강자로 부상할 때 인도는 미국·일본 등과 연계해 균형자 역할을 할 수 있다”며 “힘의 균형은 한국 주도의 통일이나 한반도 정세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자간나트 판다 IDSA 연구원은 “남북 관계 안정과 평화를 위해 어떤 국가가 채널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인도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며 “북한 외무성 등과 정기적으로 교류하고 있기 때문에 인도가 중립적이면서 강한 균형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도영 델리대 교수(동아시아학)는 “인도를 견제하는 중국의 반대가 예상되지만 체제 불안을 느끼는 북한은 통일 문제에 대한 인도의 개입을 안전보장 측면에서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며 “‘인도 역할론’은 매우 창조적인 생각”이라고 했다.
한동호 통일연구원 북한인권연구센터 연구위원은 “인도의 잠재력을 감안하면 통일 문제에 대한 인도의 역할은 매우 클 것”이라며 “인도적인 지원을 계속하고 있는 만큼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한 인도의 역할이 기대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