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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의보다는 국익 생각해야, 남북관계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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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도 기자

승인 : 2014. 11. 12. 09:21

[창간 9주년] 한셴둥 중국정법대학 한반도연구센터 비서장 인터뷰
“정치는 살아 있는 생물이라는 말이 한국에는 있다. 국제 정치에서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각각의 나라가 생물이라고 해야 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 생물들 사이에 정의나 대의, 더 나아가면 절대불변의 원칙은 찾아보기 어렵다. 생물로 따지면 일차원적 본능인 자국 이익만 오로지 있을 뿐이다. 5000년 인류 역사에서 국가 간의 모든 불행과 전쟁도 거의 모두 이로 인해 일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동북아 관계에서도 이런 경향이 농후하다. 각자의 국익에 따라 국제 관계가 이뤄지고 있다. 이를테면 북한이 미국과 맹렬히 대치하다가 통미봉남(通美封南·미국과는 대화하고 한국의 참여는 배제함)에 나서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여기에 무려 3년여 만에 중국과 일본의 정상회담이 베이징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APEC) 정상회의 기간 중 열리는 것이나 러시아가 남북 문제의 해결보다는 대미, 대중 관계 재정립 문제에 국력을 경주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한 마디로 국제사회에서는 영원한 적도, 우방도 없다는 말이 지금 통용되는 형국이 아닌가 여겨진다. 이럴 때에 길을 잃은 것으로 보이는 한국이 취할 자세는 분명하다. 명분이나 대의가 있으면 좋으나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국익을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답은 뻔하다. 국익 최우선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능동적으로 이런 동북아 관계를 주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법학 및 정치학 분야에서는 중국 최고 명문으로 손꼽히는 중국정법대학 한반도연구센터 비서장 겸 정치학과 부주임 한셴둥(韓獻東·46) 교수는 아시아투데이 창간 9주년 특집 인터뷰를 위해 마련된 자리에 앉자마자 자신이 평소 생각하던 바를 거침없이 토로했다.
중국 내 대표적인 한국통에 원로라고 하기에는 상당히 젊은 나이를 감안하면 별로 이상할 것은 없어 보였다. 또 자신의 말에 대한 신뢰나 자신감도 대단한 것 같았다. 내친김에 그에게 모두(冒頭)에서 한 말들이 너무 직설적이지 않느냐고 도발적으로 물어봤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계속 거침이 없었다. 다음은 본지 특파원이 베이징의 한 카페에서 가진 한 교수와의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편집자 주)

-동북아 관계를 너무 정치학의 정글 논리로만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전혀 그렇지 않다. 지금이 딱 그런 논리가 들어맞는 국면이라고 해야 한다. 당장 미국의 행보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과거 냉전 시대 때만 해도 미국에게 동북아는 주요 전략 지역이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아시아 회귀라는 이름의 피봇(Pivot) 전략이 공공연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걸 미국이 갑자기 동북아에 대한 강한 향수를 느꼈거나 중요성을 간과했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이라고 착각하면 곤란하다. 그만큼 이 지역에 먹을 것이 많고 전략적 가치가 높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국제정치에서 공자가 강조했던 인(仁)과 의(義), 신(信)이라는 덕목은 없다고 해야 한다. 그나마 예(禮)와 지(智)는 꽤 남아 있는 것 같다. 국가 간의 외교라는 것에는 의전과 머리 싸움이라는 게 항상 존재하니까 말이다.”

한셴둥
본지 특파원과 대담하고 있는 한셴둥 교수./제공=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최근 들어 미국이 갑자기 억류 미국인들을 석방하는 등의 유화 제스처를 보인 북한에 대해 온건 모드로 전향한 듯한 모습을 나타내는 배경도 이런 논리로 설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혀 아니라고 하기는 어렵다. 미국은 모든 것이 ‘우리’가 아닌 ‘나’로 귀결되는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나’는 바로 미국이라는 국가이다. 그렇다면 억류 미국인도 ‘나’의 일원으로 품어야 할 대상일 수밖에 없다. 억류됐던 미국인들의 석방이 ‘나’라는 미국의 국익에 부합되는 것이다. 때문에 일단 북한의 선처를 바라는 뜻에서 유화 제스처를 보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은 궁극적으로는 다시 대북 강경 모드로 갈 수밖에 없다. 이유는 역시 그것이 국익에 부합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바로 다시 북미 관계가 경색 국면으로 진입한다는 얘기인가?
“길게 보면 100% 그렇다. 현재 미국의 정국은 공화당이 주도하고 있다. 어쩌면 차기 대선에서도 승리할지 모른다. 그런데 공화당이 어떤 당인가? 군산(軍産)복합체라는 단어와는 뗄래야 뗄 수 없는 당이다. 대북 강경 모드로 가야 한반도의 이른바 현상유지(Status Quo)가 가능할 뿐 아니라 자국의 무기체계를 엄청난 시장인 한국에 수출할 수 있다. 온건 모드로 가면 시쳇말로 명분이 서지 않는다. 국익을 위해서라도 대북 강경 모드가 절실할 수밖에 없다.”

-미국이 영원히 한반도의 분단을 원한다는 느낌이 든다. 통일은 요원한 것인가?
“참으로 대답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솔직히 당장은 원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미국의 군산복합체가 한국 같은 엄청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전에는 진짜 그렇지 않을까 보인다. 더구나 한반도는 전략적 요충지로 향후 상당 기간 동안 작동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아직 이곳에서 먹을 것이 무궁무진하다고 보지 않을까 싶다. 미국의 입장만 놓고 보면 당분간 화해 무드가 조성된다는 전망은 하기 어려울 것 같다.”

-최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가시화되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 파악이 가능한가?
“제3자의 시각으로 보면 아니라고 하기 어렵다. 사드 배치가 현실화되면 한국은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에 완전히 편입되지 않을 수 없다. 이 경우 한국의 무기체계는 더욱 더 미국에 종속되고 자주국방은 어려워진다. 미국으로서 이처럼 좋은 국면이 또 어디 있을까. 한국이 전시작전권 환수를 자발적으로 연기한 것은 바로 이런 전 단계 조치가 아닌가 보인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북한 뿐 아니라 중국의 반발도 불러올 것으로 보는데.
“역지사지라는 말을 들려주고 싶다. 만약 중국이나 러시아가 미국의 바로 코 앞인 쿠바에 미사일이라도 배치하는 경우를 상상해보라. 미국이 가만히 있겠는가. 아마 난리가 날 것이다. 중국도 마찬가지라고 해야 한다. 핵폭탄이 바로 지척에 있어도 신경이 쓰일 텐데 검증되지도 않은 가공할 위력의 사드가 배치된다면 반발 정도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미국은 사드의 배치가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하지 않는가?
“미국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위해서는 무슨 말인들 할 수 있다. 그러나 절대로 변하지 않는 것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다목적용이라는 사실이다. 북한 압박을 통한 중국 및 러시아 견제, 중국에 대한 심리적 공격, 한국의 무기 체계 대미 종속화 가속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 사실을 보면 미국은 중국을 분명한 잠재적 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확실하다.”

-일차원적인 사고로 보면 적의 적은 친구라고 한다. 미국의 중국 압박은 중국과 사이가 나쁜 일본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보는데?
“국제관계는 단순하다. 적의 적은 친구라고 단언해도 괜찮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일본은 미국의 우방이확실하다. 사실 미국과 일본은 2차 세계대전에서 적으로 만나 사생결단을 벌이기도 했으나 그 이전과 이후를 보면 절대로 적대적인 관계가 아니었다. 국익을 위해 세계의 패권을 두고 겨뤘을 뿐이다. 지금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동맹관계라고 해도 괜찮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통한 미국의 중국 압박은 일본을 위한 조치라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는 결론은 어렵지 않게 나온다.”

-여러 정황을 보면 당연히 중국은 일본에 감정이 좋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 정상회의에서 중일 양국 정상은 회담을 가졌다.
“어느 일방이 막무가내로 나갈수록 대화는 필요하다. 일본의 최근 자세는 막무가내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생각 같아서는 대화를 하지 말아야 한다. 3년여 가까이 정상회담이 없었던 것은 그래서가 아닌가 싶다. 물론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역시 일본이 과거사 문제 등에서 올바른 인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동북아 정세는 완전히 격동이라는 말이 지나치지 않다.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한국은 동북아 국가 중에서도 유독 애매한 상황에 있는 국가라고 단언할 수 있다. 한미일 동맹도 중요하고 중국이나 러시아와도 교류, 협력을 대폭 확대해나갈 필요성이 있다. 북한과는 한반도의 영구 평화 정착을 위한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길을 잃었다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결정적인 이유는 아무래도 남북 경색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문제가 있으면 답도 있다.”

-남북 경색을 푸는 조치들을 취해야 한다는 말인가?
“진작에 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지금처럼 외통수에 몰리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 물론 5.24 조치의 존재로 인해 곤란한 점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대국적인 견지에서 생각한다면 더한 것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제3자의 입장에서 보면 지금이라도 대화에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 이 기회를 놓치면 한국은 지금보다 더욱 어려운 처지에 내몰리지 말라는 법이 없다. 국익을 우선한다면 남북 대화만큼 좋은 것은 없다. 말로만 ‘통일 대박’을 외쳐서는 절대로 대박은 오지 않는다. 실천이 중요하다. 그러면 유라시안 이니셔티브나 드레스덴 구상 등도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홍순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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