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피아(관료+마피아)와 정피아(정치권+마피아)는 분야를 가리지 않았다. 경력과 전혀 관계가 없는 곳에 있는 인사도 상당수다.
21일 본지가 235개 공기업공공기관·준정부기관·기타공공기관의 이사회(이사와 감사, 당연직 임명자 포함) 면면을 조사해보니 16개 기관은 이사회 총원의 절반 이상이 관피아와 정피아로 채워졌다.
교통안전공단의 경우 11개의 자리 중 10개를 관피아와 정피아가 차지했다. 서울특별시의회 의원·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 대통령 비서실장 보좌관 등 무려 10명이 낙하산이다. 국토교통부와 주택공사 출신도 한자리를 차지했다.
부산항만공사의 경우 국회의원을 3명이나 보좌했던 보좌관 출신을 비롯해서 국토해양부와 해양수산부 관계자들이 많다.
선박안전기술공단도 8개의 이사회 자리에 해수부·수산청·국토해양부는 물론 기획재정부 인사들이 자리를 채웠다. 특히 이 공단 이사회에는 업무와 무관해 보이는 육군본부 전력기획참모부 출신도 있었다.
금융공기업인 예금보험공사의 경우 여성가족부 차관을 비롯해서 옛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감사원·통계청·새누리당 충남도당 서산태안당원 협의회 위원장까지 면면이 다양했다. 낙하산의 백화점인 셈이다.
기술신용보증기금은 11개의 자리 중 대통령비서실·18대 국회의원·부산시의회 시의원·청와대 정부수석실 선임행정관 등 정치권 인사가 많았다. 관피아와 정치권 인사를 제외하면 빈자리는 4개에 불과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에도 기재부 서기관, 금융당국 부위원장 출신 등이 적지 않게 자리 잡았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11석을 감사원·철도청·옛 건설교동부(국토교통부)·국회예산정책처·지방선거 중랑구청장 새누리당 후보 등 6명이 자리를 꿰찼다. 대한석탄공사도 8개의 자리를 새누리당 수석부대변인, 국무총리비서실, 외교부 총영사 등 5명이 차지했다. 대한주택보증주식회사에도 청와대 대변인 출신 및 대통령비서실 등 10개 자리 중 5개가 낙하산이다. 한국감정원도 대통령실 경호처·대한주택보증 사장·국토해양부 1차관 등 40%가 낙하산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도 11개의 자리중 6개를 대통령실 경호처, 보건복지부, 대통령 비서실, 청와대비서관 등이 차지했다.
공무원연금공단과 교통안전공단도 백화점식이다. 대통령 비서실·대통령직속 자문위원·미래창조과학부·한나라당(현 새누리당)정책위원회 전문위원 등 8개의 자리 중 6개가 낙하산이다. 88관광개발은 국가보훈처를 위한 자리다. 5개의 자리 중 3개를 보훈처가 꿰찼다.
이상빈 한양대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이 공무원 인사 관행에 제동을 걸고 관피아 자리를 민간에 돌려주겠다고 한 방향성은 맞다”며 “정치권 인사도 상당수 있어 이에 대한 낙하산 근절 대책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