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복지, 영국에서 길을 묻다 ⑥ 셰필드대 알란 워커 교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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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란 워커 영국 셰필드대 사회정책학과 겸 사회노인학과 교수 /사진= 영국 기획취재팀 |
런던(영국)/아시아투데이 김종원·이정필 기자 = “정부와 기업, 개인들이 모두 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고령화에 대비하는 것이 가장 좋은 정책이다. 노인들의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보다 우리가 오랫동안 일할 수 있도록 젊어서부터 건강과 웰빙, 평생 교육과 훈련에 투자하는 사회 구조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세계적인 노인정책의 석학인 알란 워커 영국 셰필드대 사회정책학과 겸 사회노인학과 교수(64)는 정책을 만드는 정부의 마인드와 자세가 고령화정책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달 말 한국에서 열리는 세계노인학회 영국 대표로도 초청받은 워커 교수는 “한국이 결국은 보편적 복지로 가는 것이 맞는 것 같다”면서 “한국은 아직도 복지에 대한 투자가 굉장히 적다”고 지적했다.
각국 정부들이 연금과 정년을 올려 고령화사회에 대비하는 것은 매우 단기적인 처방에 불과하며, 장기적으로 젊었을 때부터 80~100살까지도 일할 수 있는 건강과 훈련, 교육에 투자하는 장기적인 정책이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워커 교수를 25일 오후 영국 런던 웨스터민스터에 위치한 영국학술원에서 만나 세계 고령화 정책의 방향과 정부의 바람직한 대책은 무엇인가 자세히 물어봤다.
-현재 고령화 추세 특징은?
“한국이나 중국은 25년 간격으로 고령화 문제가 굉장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에 비해 영국이나 프랑스 서구 사회는 고령화 문제가 생기기까지 120년이라는 오랜 기간이 걸렸다. 고령화 문제는 경제 발전과 같이 간다. 젊은 사람들의 출산율은 낮아지고 수명은 늘고 있다. 당연히 고령화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 다만 서구의 고령화 문제는 경제가 먼저 발전한 다음에 생겼다는 것이 동양과 다르다.”
-고령화를 보는 시각도 다를 수 밖에 없는데?
“고령화는 인간이, 정부가 멈출 수 없는 것이다. 사회가 나이를 먹는 것은 멈출 수 없다. 고령화는 다른 시각에서 보면 경제 발전의 의미이기도 하다. 인간 수명이 늘어나는 고령화는 굉장히 좋은 것이다. 그런 반면 예를 들어 한국이나 일부 국가들은 고령화에 대해 정부가 나쁜 시각을 갖고 있다. 정부 자체가 노인 문제는 지원하고 도와야 한다고 생각하니 고령화를 나쁘게 본다. 고령화와 노인 문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가 중요하다. 모든 것을 좋게 보면 다 좋은 것이다.”
-고령화를 어떻게 좋은 시각으로 볼 수 있나?
“사실 노인들이나 고령 인구는 인생의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사회에 줄 수 있는 다양한 결과물과 전달력, 힘을 갖고 있다.”
-정부가 할 수 있는 고령화 대책이 있다면?
“아시아 지역에서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정부가 해 주는 것도 없이 옆에 서서 그냥 바라보기만 했다. 정부가 해야 될 중요한 일들이 있는데 그것 중에 하나가 바로 건강관련 지원이다. 고령화되면서 노인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심장 질환이나 뇌졸중, 당뇨 관련 질병들은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질병들이다. 정부는 젊은 시절부터 건강 관리를 사전에 주기적으로 체크해서 미리 이런 질병이 일어나기 전에 먼저 막아주는 것을 지원해야 한다.”
-건강 지원과 함께 정부와 사회가 할 수 있는 고령화 대책이 있다면?
“특히 사람들에게 80살 90살 100살까지 기대 수명이 짧지 않고 길다는 것을 평생 교육시켜야 한다. 지금은 노동 시장의 변화도 중요하다. 기업들이 노인 인구를 더 많이 채용하고 근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 기업들의 문제는 주로 젊은 사람들을 채용하기 위해 교육·훈련을 시킨다. 중장년층이나 노인들은 교육·훈련을 시키지 않고 자꾸 기업에서 내 보내려고 한다. 이젠 정부나 기업, 개인 스스로 모두 오랫동안 일할 수 있도록 건강과 교육, 훈련에 투자해야 한다. 노동 시장 관점에서 보면 지금 정부의 정책은 단지 정년과 연금을 올리는 정책 밖에 없다.”
-영국 정부는 지금 고령화 대책을 어떻게 세우고 있나?
“영국 정부에서도 고령화 문제는 여전히 가장 큰 도전 과제 중에 하나였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이나 활동들이 단지 수사적인 수준(rhetoric level)에만 그치고 있다. 계속 논의는 되고 있지만 실질적 해답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캐나다의 쾌백이나 오스트레일리아는 굉장히 발전된 실질적 정책을 갖고 있다.”
-앞으로 영국이 나아갈 방향은?
“영국과 유럽 나라들이 나아갈 방향은 노인들이 계속해서 일을 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 그래서 연금을 받을 수 있는 나이를 올려 주고 있다. 하지만 연금을 올려 주는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건강한 상태에서 계속 일을 할 수 있도록 젊어서부터 미리 지원해 주는 것이다. 영국 정부는 지금 68살을 연금 수령 나이로 잡고 있다. 안타깝게도 3분 2정도가 그 때까지 일을 할 만큼 건강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린 나이부터 건강을 지원하고 오랫동안 살 것이며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는 단지 단기정책에만 집중하고 있다. 이젠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
-정년과 연금을 올리는 것은 대책이 될 수 없다는 말인가?
“지금 연금과 정년을 올림으로써 나타나는 문제는 기업에서 중장년층에게 훈련과 교육을 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훈련과 교육을 받지 않으면 기술이 없어서 오랫동안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없어진다. 또 건강하지 않기 때문에 일을 할 수 없다. 지금 정부는 노동 시장의 짧은 단기 정책에만 매달리고 있다.”
-한국 정부에 조언을 한다면?
“영국이나 한국 정부는 단기 정책만 갖고 있다. 정부가 장기적인 정책을 활성화 시키면서 노령화 문제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정부나 기업, 개인들이 오랫동안 일할 수 있도록 교육과 훈련, 기술을 가르치고 건강을 지원해야 한다.”
-현재 한국 정부의 고령화 대책 핵심은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인데 어떻게 생각하나?
“그것은 한국 정부의 명백한 실수다.(I thinks It's mistake) 중장년층이나 노인들은 노동시장에서 핵심적인 주류 그룹이다. 핀란드는 노인들이 70살까지 노동 시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정책을 만들어 도와 주고 있다. 기업들이 노인들을 옆에서 바라만 보지 않고 그들이 노동력과 기업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계속 교육과 훈련, 기술을 발전시키고 도와줘야 한다. 그게 가장 좋은 고령화 대책이다.”
-정년을 올려야 한다는 말인가?
“핀란드가 영국보다 노동 시장에서 은퇴 나이가 높은 것은 맞다. 그만큼 사람들 자체가 건강하기 때문에 계속 일을 할 수 있다. 핀란드는 그러한 복지정책을 펴고 있다.”
-그러면 영국은 무상 의료와 연금, 사회보장제도, 복지정책이 다 고령화 대책과 맞물려 있는 것이 아닌가?
“한국에 비하면 유럽이나 영국은 연금이 높다. 하지만 지금 스칸다나비아 국가들에 비하면 영국이 낮다. 스칸다나비아 국가들이 가장 높다. 프랑스 독일이 중간 정도다. 영국과 아일랜드, 동유럽은 하위권이다. 시민이 중심이 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은 당연히 연금이나 복지정책, 사회보장, 보건의료는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다.”
-영국과 한국을 비교한다면?
“영국과 한국은 비교 대상이 안된다. 한국은 아직도 발전 중인 국가이며 복지에 얼마를 투자해야 하느냐가 정치적 논쟁거리다. 내가 알기로는 한국은 복지에 대해 굉장히 적게 투자하는 국가다. 내가 비교하는 대상들은 영국보다 더 좋은 유럽 국가들이다. 영국은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형편없이 낮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지금 선택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 중 어느 길로 갈 지 고민하고 있다.
“보편적 복지는 정말로 좋은 시스템이다. 모든 사람들이 의료와 복지, 재정, 사회보장에 있어서 동등한 혜택의 기회를 갖는 것이 맞다. 개인적인 선택적 복지로 가서는 안된다. 한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는 노인들의 삶의 질에 대해서 항상 놓치고 있다. 정부가 연금이나 사회보장제도를 하지 않고 있다. 은퇴 나이를 60살 65살로 딱 정하기 보다는 노령 인구의 경험을 살려 사회의 중심 일부로 생각해서 참여 시키는 것이 정말로 중요하다. 정부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고령화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뭔가?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의 자세가 중요하다. 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만들어야 한다. 정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생의 건강과 웰빙이다. 어떤 나이가 됐든 건강과 웰빙은 최고로 정부에서 지원을 받아야 한다.”
◇ He is...
알란 워커 교수는 노인 정책과 고령화사회 대책을 연구하는 세계적 석학이다.
다음달 한국에서 열리는 세계노인학술대회 영국 대표로 방한한다.
영국 셰필드대에서 40년 가까이 사회정책과 사회노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영국 정부가 엄청난 예산을 들여 추진하고 있는 대부분의 고령화정책 연구와 프로그램 총괄을 맡고 있다.
유럽연합 연구회의 의장으로서 고령화와 정책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영국학술회 특별회원과 왕립사회예술회원, 사회과학연구회원, 사회과학 연구소장으로서 제자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인터뷰를 진행한 날도 영국 정부의 고령화대책 어젠다 회의에 참석한 뒤 취재에 응했다.
<‘맞춤형 복지, 영국에서 길을 묻다’ 해외 기획취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을 받아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