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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걸 계속 배우니 늙을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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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필 기자

승인 : 2013. 05. 26. 17:24

[희망100세] 이언 퍼넬 영국 U3A 전 회장 인터뷰
맞춤형 복지, 영국에서 길을 묻다 ⑥ 노인대학 U3A

(왼쪽부터) 영국 U3A의 토니 콕스(74), 이언 퍼넬(70), 그레이엄 던(69) 등 세 명의 임원진이 24일 런던 브리티시도서관에 나란히 서서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영국 기획취재팀

런던(영국)/아시아투데이 김종원·이정필 기자 = “늙는다는 건 삶에 더는 새로움이 없어 마냥 시간을 축낸다는 걸 의미한다. 반대로 계속해서 새로운 것들을 접한다면 눈을 감는 순간까지 발전하는 청년이라는 뜻이 된다. 어린아이가 세상에 태어나면 모든 게 신기한 것처럼 말이다.”

2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브리티시도서관에서 이언 퍼넬 영국 U3A 전 회장(70)을 그의 동료들과 함께 만났다.

그는 멘사(1946년 영국 옥스퍼드에서 설립해 IQ테스트에서 상위 2%(148 이상) 안에 드는 지능 소유자만 가입되는 국제단체) 출신 이공계 박사로 U3A 회장직에서 물러난 후에도 세계 각국을 돌며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U3A는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U3A에 있는 자체가 젊음을 유지하는 길이다. 프랑스는 대학 교수진이 수업을 하는데 영국에 소개되면서 격식이 깨지고 자원봉사자가 들어왔다. 봉사자가 가르치면 비싼 학비를 낼 필요가 없다. 같은 주제를 배우고 싶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 경험을 공유하자는 것이다. 

회원들이 만나 서로의 관심사나 즐거움을 나누는 과정은 충만한 삶을 누리는 원동력이 된다. 앞으로도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다는 동기부여도 된다. 이번 달 10여 명이 모인 자리에서 스마트폰 사용법을 가르쳤는데 이들은 새로운 기기 사용법을 배우는 사실에 흡족해했다.”

-U3A는 프랑스 방식과 영국 방식으로 나뉘나.

“자유로운 방식은 영국이 시작했고 호주나 뉴질랜드도 이를 벤치마킹해 갔다. 프랑스에서는 여전히 교수가 가르치는 것을 바탕으로 한다. 영국은 교육을 최대한 무료로 하고 배움의 즐거움을 바탕으로 젊음을 유지하는 길을 추구한다. 가르치려면 본인이 먼저 배우고 공부해야 하기 때문에 계속 머리를 쓰게 되고 자연스레 치매 예방에도 큰 효과를 거둔다.

아이슬란드, 인도, 싱가포르, 코스타리카 등 전 세계 40여 국가에 U3A가 전해졌는데 특히 아시아의 발전이 괄목할 만하다. 지난달 중국 U3A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방문했는데 새 건물을 많이 짓고 있더라. 컴퓨터와 민속춤, 전통무예 등 개설된 강좌도 수없이 많다. 현재 중국 전역에 5만 곳의 U3A 학교와 500만 회원이 있다고 한다. 60세 이상 인구 중 U3A 회원은 영국의 경우 2%고 중국은 4%다.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닌가.

2009년에는 일본을 방문했는데 그곳은 지역특색과 문화에 맞는 일본만의 U3A를 발전시키고 있었다. 한국에도 U3A가 생길 것인데 한국인의 정서에 맞는 적절한 형태의 U3A 코리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U3A 활동으로 얻는 것은 무엇인가.

“현역 때는 일을 많이 하니까 집에 돌아오면 잠만 자다 보니 지역사회 교류가 없었다. 그러다가 은퇴를 하면 갑자기 할 일이 없어져 TV나 보며 무료하게 시간을 축내기 쉬운데 U3A에는 만남과 배움이 있다.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관심사를 소통하고 서로 다른 분야를 배우다보면 늙을 시간이 없다. 극장에 가 아이언맨3 등 최신 영화를 보고 춤과 노래를 익히는 등 놀거리도 많다.

영국에는 U3A 회원이 매년 10% 증가하고 매주 한 곳 이상의 학교가 생기고 있다. 우리는 서로를 교수나 선생, 학생이라 부르지 않고 동등한 처지에서 멤버라고 지칭한다. 지역마다 U3A가 있고 다른 지역에 가 교환강의를 들을 수도 있다. 한 달에 한 번은 지역 내 모든 멤버가 모여 초청강연회를 연다. 이때는 주로 한 분야의 전문가나 유명 인사를 불러 특별한 경험이나 지식을 전해 듣는다.

U3A는 멤버를 즐겁게 해줘 질병이나 치매를 잊게 된다. 사람들과 대화하며 우울증을 줄이고 이런 자체가 노후 삶의 질을 높이고 사회 비용을 줄이는 방도다.”

-U3A의 회원 구성은 어떤가. 강의가 취미활동을 함께하는 친목도모 수준은 아닌지.

“나이 제한은 없지만 아무래도 은퇴한 60~90대가 대부분이다. 우리는 축적된 생활의 지혜를 공유한다. 여기 있는 두 분이 박사이고 나는 멘사 출신이다. 서로 다른 직업을 가진 U3A 회원 20%가 고학력자 출신이고 교사나 교수 등 교육 전문가도 상당수 포진해 있다. 우리의 강의는 일상적인 취미부터 최고 수준의 전문분야까지 두루 섭렵한다.

-U3A 회원은 경제적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아마 그럴 거다. 정부 연금에만 의존하면 부족하지만 여기에 회사 연금을 더하면 먹고사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

-복지가 좋을수록 성취동기는 떨어진다는 의견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대부분의 영국 젊은이들은 자기발전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일한다. 정부보조금에 의존하려는 사람은 2~3%에 불과하다.

실제 소수의 젊은이가 일하기를 꺼리며 정부보조금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 부분이 국내외 언론에 과장 보도돼 청년 대부분이 일을 안 하려는 것으로 왜곡됐다. 영국의 실업률이 7% 정도이고 장기 경기침체가 지속돼 일자리가 부족하고 취업하기가 쉽지 않은 건 사실이다.”

-한국인과 영국인의 노후 생활 모습이 판이한 원인은….

“어디에나 사람이 사는 것은 같다. 한국에서도 노인들이 자동차, TV, 컴퓨터 등 여러 가지 기기를 갖고 있지 않은가. 당신이 지금 인터뷰를 녹음하고 있는 스마트폰과 녹음기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사회구조의 차이이지 경제력의 차이는 아니다.”

-영국 정부의 연금, 복지, NHS 3대 개혁을 바라보는 시각은….

“개혁의 골자는 은퇴와 연금수령 시기를 늦춘다는 것인데, 20년 후 영국은 60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해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이미 은퇴한 사람은 연금 수령액에 변화가 없어서 어찌 보면 우리는 행운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 연금이 줄고 NHS 비용이 증가하면 엄청난 사회문제로 부각할 것이다.

지난해 12월 정부에서 ‘증가하는 노인을 누가 돌볼 것인가’라는 주제로 U3A 회원 100명과 18세 소년 100명을 초대해 토론회를 열었다. 정답은 없겠지만 노인을 돌보는 주체가 사회나 자원봉사자, 가족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나이가 들면 누가 나를 돌볼 것인가 생각하게 된다. 가난한 사람은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데 NHS 구조가 복잡하고 인구 고령화에 따라 의료복지에 점점 더 많은 돈이 투입되기 때문에 쉽게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왼쪽부터 영국 U3A 임원진 토니 콕스, 이언 퍼넬, 그레이엄 던

<‘맞춤형 복지, 영국에서 길을 묻다’ 해외 기획취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을 받아 연재합니다.>



이정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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