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9일 제주항공은 유상증자 가능성에 대한 조회공시 요구에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가 없다"고 공시했습니다. 제주항공은 올해 2분기에도 영업손실 557억원을 냈고, 상반기 누적 손실은 1347억원에 달합니다. 특히 2분기말 부채비율은 863% 수준으로, 적자가 지속되면서 지난해 말(588%) 대비 더 악화됐습니다.
자금이 점점 바닥나고 있지만 본격적인 회복을 위해선 투자도 필요하죠. 제주항공은 4년 전 미국 항공기 회사인 보잉사와 신규 항공기 40대를 도입하기로 계약한 바 있기도 합니다. 자금이 필요한 상황인 만큼, 모회사인 AK홀딩스로부터의 유상증자설이 흘러나오게 된 것이죠. 당장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지만 시장에서 유상증자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제주항공뿐만 아니라 진에어도 모기업인 대한항공으로부터 유상증자를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지난 20일 지난해 발행했던 75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상환하겠다는 '콜옵션'을 행사했기 때문입니다. 신종자본증권은 엄밀히 말하면 빚이지만, 자본으로 분류됩니다. 상환에 따라 자본이 감소하기 때문에, 업계에선 대주주가 나서서 증자를 진행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습니다.
진에어는 장기적 관점에서 조기 상환을 결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채권 발행 당시인 지난해 8월만 해도 진에어는 자본잠식에 이를 정도로 상황이 악화돼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유상증자 및 영구채 발행으로 재무 상황이 다소 안정됐죠. 그런데 영구채 표면이율은 6.8%에 달해 1년간 지급한 이자만 약 40억원에 달했습니다. 따라서 이자 비용을 절약하는 대신, 대주주로부터 추가로 자금을 수혈받아 정상화를 꾀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옵니다.
이처럼 업계에서 유명한 LCC들도 증자가 필요할 만큼 자금난이 심각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설립한 지 얼마 안 된 군소 항공사들은 생존 여력이 마땅치 않아 보입니다. 이 때문이 아예 매각설까지도 돌고 있습니다. 2017년 설립된 에어로케이는 지난해부터 매각설이 나오고 있고, 같은 해 설립된 에어프레미아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일각에서는 재무 안정을 위한 증자보단 아예 지분 매각 등으로 산업을 재편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억지로 자금을 수혈하면서 한계기업이 근근히 연명하게 된다면 오히려 산업 전반에 악영향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과거에도 한계기업을 살리기 위해 자금을 투입하다가 건실했던 회사들마저 무너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업황 회복이 더딘 지금 무작정 자금을 더 투입하기보다는 각 회사 차원의 경영 효율성 제고 노력과 더불어 업계 전반에 대한 구조 개편이 동반돼야 할 시점이 아닌지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