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영업익 작년보다 47% 올랐지만
삼성·LG '비반도체'는 25% 뒷걸음질
전방산업 부진 후방산업 반도체에 영향
'경기침체 공포' 위기감 산업 전반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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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은 언제까지 이어질 지 모를 글로벌 경기 위축, '빙하기 견디기'다. 철저한 모니터링으로 생산량을 조절해 가격 방어에 나서는 삼성과 SK는 대규모 투자 시기를 저울질 중이고 반도체 없이 고난의 행군을 해야 하는 LG의 전장사업·AI 경쟁력 굴기가 관전 포인트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3사의 반도체와 비반도체사업을 구분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한 반도체 사업은 전년동기(9조6246억원) 대비 4조5480억원 늘어난 총 14조172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반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비반도체' 사업은 같은기간(6조5181억원) 1조6059억원 줄어든 4조9122억을 벌었다. 반도체가 47.2% 성장한 1년 새 비반도체는 24.6% 뒷걸음 친 셈이다.
반도체와 전자사업을 모두 품고 있는 삼성전자를 보면 스마트폰과 TV의 부진을 반도체가 메우면서 전년비 12.2% 늘어난 14조1000억원의 전체 영업이익을 올렸다. 반도체 사업을 하는 DS 부문은 전년 대비 44% 뛰어오른 9조9800억원으로, 회사 전체 이익 중 70% 이상이 여기서 발생했다. 반면 휴대폰 사업을 하는 MX부문은 영업이익이 6100억원 줄었고, TV·냉장고·세탁기 등 가전 사업 VD부문은 7100억원이나 쪼그라들었다.
SK와 LG를 보면 양상은 더 뚜렷해 진다. 전자 없이 반도체 전문회사인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56% 뛰어오른 4조1926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사상 최대 분기 매출에, 영업이익률도 30%를 넘어섰다. 반대로 반도체 없이 전자사업만 하는 LG전자는 7922억원으로 12% 영업이익이 줄었다. 자존심인 TV가 189억원의 적자를 냈고 성장 중인 전장사업(VS사업본부)에서 500억원대 흑자를 낸 것에 위안을 삼고 있다.
문제는 전방산업 부진이 곧 후방산업인 반도체에 영향을 주기 시작할 거란 데 있다. 반도체는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20%를 차지하고 있어, 연속 적자를 보고 있는 우리나라 무역수지가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윤석열 정부가 기를 쓰고 반도체를 지켜내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삼성과 SK는 면밀한 수요 모니터링으로 적정 재고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이지만, 지난해 3분기 4달러 선에서 떨어지기 시작한 글로벌 D램가격은 2분기 기준 3.35달러로 3달러 선도 위태로운 상태다.
물론 글로벌 경기를 반전 시킬 변수도 없지 않다. 8월 중순 공개 될 삼성전자 폴더블폰의 선전과 11월 카타르 월드컵 효과에 따른 프리미엄 TV 시장의 반짝 특수다.
3사가 공통적으로 걸고 있는 승부수는 '4차산업혁명', 이른바 더 첨단화 된 부품으로 돌아가는 사회의 도래다. 예측 불허 경기 침체를 특정산업의 성장성으로 이겨내겠다는 방침이다. 삼성은 3나노 공정의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를 무기로 TSMC로부터 고객을 끌어와 점유율을 높이는 전략을, SK하이닉스는 첨단화 사회에서 결국 커질 수 밖에 없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성장성을 기대 중이다. LG전자는 전기차와 자율주행 시대로 갈 수록 성장 할 전장사업과 AI 가전 경쟁력에 미래를 걸고 있다.
강문수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지난 28일 열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중장기 시장 전망과 고객사의 수요를 분석해 파운드리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라며 "현재의 성장성이 계속되면 2025년에는 자체 투자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수익성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또 "3나노 2세대 제품은 단계별 개발 검증 강화 등을 통해 초기 수율을 램프업(생산량 증대) 했다"며 "특히 모바일 응용처에서 복수의 대형 고객사를 이미 확보했고 다수의 고객과 수주 관련 논의 등으로 규모는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