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투데이 창간 8주년 기념 여론조사에서 우리 국민들은 한·일 정상회담 개최시기와 관련해 ‘일본의 행태를 보고 가급적 천천히 해야 한다’는 의견이 64.9%에 달했다. |
한·일 정상회담에 대한 대다수 국민들의 뜻이 박근혜 대통령의 ‘일본 정부의 역사문제에 대한 납득할만한 수준의 사과 후 관계정상화’라는 대일정책 기조와 일맥상통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시아투데이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 61.5%는 ‘박 대통령이 한·일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회담 개최 시기와 관련해 ‘일본의 행태를 보고 가급적 천천히 해야 한다’는 의견이 64.9%에 달해 회담의 성사가 일본의 전향적인 입장변화에 달려있다는 분석을 가능케 했다.
‘최대한 빨리해야 한다’는 응답은 23.7%로 정상회담 속도조절론의 약 3분의 1에 불과했다. ‘임기 중 아무 때나 해야 한다’와 ‘잘 모른다’는 의견은 각각 7%와 4.4%로 집계됐다.
아울러 ‘한·일 정상회담을 위한 일본의 자세’에 대한 설문에서는 일본 정부 차원의 과거사 사과(63.4%)가 일본의 집단자위권 수정(20.4%)보다 3배 이상 중요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었다.
한·일 관계에 있어 역사문제는 정상회담의 개최여부와 관계없이 양국의 가장 중요한 화두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 중 62.9%가 일본 정부의 과거사 사과를 요구했고, ‘하지 말아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도 64.2%가 이같이 대답했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눈에 띄는 점은 ‘정상회담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이 38.5%로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조사돼 국민들이 만족할 만한 일본 정부의 과거사 입장표명이 없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회담국면에 돌입하면 국론이 분열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일본에 대한 호감도 조사에서 ‘전혀 호감이 없다’ 또는 ‘별로 호감이 없다’고 응답한 사람들 각각 45.5%와 60%도 일단은 ‘정상회담을 개최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한 이들 73.1%와 61%는 정상회담을 위해 일본 정부 차원의 과거사 사과가 이뤄져야 한다고 답했다.
이는 일본의 과거사 관련 태도가 미흡할 경우 일본에 부정적인 국민들이 언제든지 ‘정상회담 불가’ 입장으로 돌아설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회담추진과 회담불가 입장이 갈려 사회적 충돌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
우리 정부는 이 점을 감안해 최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총리가 한·일 정상회담의 연내 개최를 요청하며 연일 화해 손짓을 보내는 유화 제스처에 대해 섣불리 응해서는 안 된다는 분석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 13일 이병기 주일 한국대사와 비공개로 만나고, 다음날 한·일협력위원회 한국 쪽 대표단과 면담을 한 데 이어 15일에는 도쿄 제국호텔에서 열린 한·일협력위원회 합동총회 개막식에 참석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총회에서 “한국과 일본은 모두 미국의 동맹국”이라며 “현재 동아시아 정세를 생각하면 한·일 및 한·미·일 3개국의 긴밀한 협력이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모임에 현역 총리가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국 정권 교체 이후 한 차례도 열리지 못하고 있는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분위기 조성 차원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역사문제에 대해서는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는데다 정상회담이 성사되지 않는 책임을 사실상 우리 정부로 돌리고 있어 연내 정상회담 개최가 어렵다는 관측이다.
산케이(産經)신문이 19일 인용한 일본 정부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최근 한국 언론으로부터 관계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한국 정부가 일정 조정 등에 응하려는 분위기가 아직 없다”며 “연내 개최는 대단한 일이 생기지 않는 이상 어렵다”고 했다.
산케이는 박 대통령이 일본 정부의 역사인식을 반복해서 비판하고 아베 총리와의 대화를 거부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며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는 책임이 우리 정부에 있다고 평가했다.
아시아투데이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이번 여론조사는 전국 19세 이상 1500명을 대상으로 임의번호걸기(RDD)로 16~18일 실시됐고(통화시도 5만8818명),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