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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시니어 리우지아쉰씨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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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진솔 기자

승인 : 2013. 05. 08. 16:27

[희망100세] 고령화 극복, 대만에서 배운다 ⑦대만 시니어 산업 어디까지왔나
지난달 25일 삼성전자 서초사옥 다목적홀. 삼성갤럭시S4를 공개할 때 소비자들의 관심은 하드웨어와 디자인이었다.

하지만 유독 시선을 끈 대목은 아직 도입단계라는 S헬스였다. IT와 헬스케어가 융합된 스마트폰 업체의 미래 청사진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S헬스는 스마트폰에 탑재된 센서를 이용해 사용자의 건강상태를 점검하고 운동내용을 추천하는 기능을 담고 있다. 현재 버전에서는 만보기와 칼로리계산, 온도와 습도 측정 같은 초기 단계 수준이지만 헬스케어가 '사후 치료'에서 '사전 방지'로 자리를 옮겨가는 시작점이라는데 의의가 있다.

한국보다 시니어 산업이 먼저 발전하기 시작한 대만도 '사후 치료'개념의 헬스케어뿐 아니라 '사전 방지'개념의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었다. 이미 제품화돼 상용화되고 있는 상품들도 부지기수다.

대만 시니어 분야 1위 기업인 러링왕과 기술 분야에서 독보적인 가이더스를 찾아 한국의 헬스케어가 나가야 할 방향을 조명해봤다.


타이베이 하이두맨션에 살고 있는 리우지아쉰씨(65)가 아침에 눈을 떠 가장 먼저 찾는 것은 다름 아닌 '거치대'다. 무릎 관절이 좋지 않기 때문에 침대에서 일어나 움직일 때 이 거치대를 잡고 일어나면 무릎 부담도 줄고 보호자도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간병인이나 가족들이 필요했지만 이 거치대를 구입한 후에는 혼자서 움직일 수 있게 됐다. 


거치대를 이용해 거실로 나오면 집안 곳곳에 설치된 레이바를 붙잡고 이동한다. 부엌에서 시니어 전용 젓가락으로 식사 준비를 한다. 이 젓가락은 나이가 들면서 손에 힘이 떨어지는 시니어를 위해 최소한의 힘으로 음식을 집을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이 젓가락을 사용한 뒤로는 음식을 흘리거나 젓가락을 떨어뜨리는 일이 줄어들어 식사 후 뒷정리를 할 때 예전보다 훨씬 편해졌다.

식사를 마치고 씻기 위해 화장실로 간다. 시니어 전용 맨션에 설치된 변기들은 대부분 팔걸이가 마련되어 있다. 또 휠체어를 사용하는 시니어를 위해 보통 변기보다 낮게 설치됐다. 리우씨는 요즘 액상용 치약을 자주 쓰고 있다. 손에 힘이 떨어지면서 칫솔질을 하기도 힘들 뿐더러 가끔 치약을 삼키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시니어 전용 치약은 삼켜도 인체에 해가 없어 안심하고 쓸 수 있다.


화장실에서 나온  리우씨는 타이중에 살고 있는 딸에게 전화를 걸었다. 친한 사람들의 전화번호가 단축번호에 저장되어 있고 그 위에는 사람들의 사진이 딸려있다. 1번에는 가장 친하게 지내는 친구 송짱시씨, 2번에는 딸, 3번에는 아들, 4번에는 대학생이 된 손자의 번호를 저장해뒀다.  


리우씨는 딸과 전화통화를 끊고 바로 건강검진을 했다. 매일 아침 그녀가 건강검진을 하면 그 결과가 딸과 아들의 스마트폰으로 전송된다. 침대 옆에 놓인 컴퓨터에는 아들이 깔아준 건강검진 프로그램이 있는데 스크린에 혈압체크 부분을 터치하고 혈압을 재면 근처 병원의 헬스케어 중앙장치로 전달된다. 당뇨나 심전도 검사도 할 수 있다.
혹시 건강에 이상이 생길 경우 바로 병원에서 연락이 오고, 딸에게 상세한 정보가 전달된다.


건강검진이 끝난 뒤 리우씨는 친구 송짱시씨를 만나 슈퍼마켓에 가기 위해 장바구니를 챙겼다. 예전에는 천으로 된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기가 너무 힘들었는데 요즘에는 바퀴 달린 장바구니가 있어서 슈퍼에 가기 훨씬 수월해졌다. 원래는 장바구니로 사용하다가 접힌 부분을 펼치면 의자로 사용할 수 있다. 계산대 줄이 길어서 오랫동안 서 있어야 하거나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릴 때 유용하다. 시니어들 사이에서는 이거 ‘한 대’ 없으면 자존심이 상할 정도다. 구니 안에는 구부러져도 고장 나지 않는 안경과 돋보기 목걸이, 작은 소리를 크게 들을 수 있는 확청기가 들어있다.

아침 일기예보에서 오후에 비소식이 있으니 우산을 꼭 챙기라고 했다. 리우씨는 현관 근처에 꽂힌 지팡이를 챙겼다. 지팡이안에는 우산이 내장되어 있어 뽑아서 쓸 수 있다. 날씨가 화창한 날에는 4단으로 접어 가방에 보관할 수 있는 지팡이를 들고 나간다. 요즘 대만 시니어들 사이에서 인기다. 꽃무늬, 밝은 색깔 패턴 등 다양한 패턴이 있어서 무채색 계열의 옷을 입을 때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걸을 때 꼭 필요할 뿐만 아니라 패션 아이템도 될 수 있어 요즘 젊은 세대들 말로 ‘잇 아이템’이다.


외출할 채비를 마친 리우씨는 현관 옆에 붙은 중앙서버 스크린을 ‘외출모드’로 터치했다. 예전에는 외출하고 나서도 가스레인지 불을 껐는지 다시 확인하느라 불안해서 가던 길에 몇 번 씩 돌아오곤 했었는데 이 맨션에서는 중앙서버장치가 있어서 매우 편리하다.


터치 한 번이면 거실과 방의 조명을 모두 끌 수 있고, 가스레인지 불도 자동으로 꺼져 화재 위험이 없기 때문이다. 리우씨는 외출준비를 끝내고 밖으로 나갔다. 이 모든 일이 보호자나 간병인이 없어도 되는 똑똑한 시니어 맨션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다.

▲대만 1위 시니어 헬스케어 기업 '러링왕'


대만 1위 시니어 헬스케어 제품 판매 기업이다. 2007년 온라인 스토어 형태로 창립 한 후 초고속 성장세를 보였으며 최근에도 0%대 성장률을 이어가고 있다.


장칭광 대표는 글로벌 IT기업 HP 출신으로 경쟁이 심한 IT산업에 회의를 느끼고 전망 있는 일을 위해 사업 분야를 시니어 헬스케어로 바꿨다. 당시 대만뿐 아니라 세계가 고령화로 인한 상품들의 니즈가 있었기 때문이다.

러링왕의 초창기는 한국의 여느 시니어 케어 기업과 같이 의료 보조 등 아주 작은 부분만을 다뤘지만 시니어 맞춤형 신발, 유모차, 보청기의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다양한 제품군을 배치하기 시작했다.  

장 대표는 "아버지를 통해 시니어들도 생활에 도움이 되는 동시에 아름다운 제품을 원하는 것을 알게 됐다"며 "제품들 모두 미(美)를 염두에 두고 제작된다"고 설명했다.  


러링왕의 슬로건은 ‘늙지 않는 삶을 즐기자’(Enjoy Ageless Life)다. 시니어들이 더 이상 사회의 문제 유발자로 인식되는 것을 지양하고 이들이 살기 좋은 세상으로 환경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것이 이 기업의 목표다.

대만 100세 특별 취재팀=추정남·채진솔·유재석 기자 hope100@

채진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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