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엔지니어 출신의 사장님, 종로상회 한현호 천호점주. /사진=정필재 기자 |
아시아투데이 정필재 기자 =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을 선택했고 성공했습니다. 그래서 더 행복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20일 서울 강동구 천호동 종로상회에서 만난 한현호 대표(56)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대기업 사원에서 삼겹살집 사장님으로 변신에 성공,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45세면 정년'이라는 ‘사오정’을 경험하고 "이제 정년 없는 곳에서 일하고 있다"며 미소짓는 한 대표는 대림산업 건설사업부 엔지니어 출신이다.
“나름대로 잘나가던 기술자였지만 고심 끝에 회사를 나와 창업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2000년 사직서를 던지고 1년을 준비했죠. 그리고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삼겹살집을 오픈했습니다.”
한 대표는 당시 유행하던 ‘와인 삼겹살’집을 차렸고 이 점포는 처음에 ‘대박’이 났다.
“장사 잘 됐습니다. 제 가게에 찾아와 운영방식 등을 배워 같은 간판을 단 가게도 여럿 생겼을 정도니까요. 지금의 프랜차이즈 본사 같은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전 엔지니어였고 장사에는 문외한이었습니다. 계속 새로운 메뉴를 추가하며 세력을 뻗쳐나가는 대형 프랜차이즈에 밀리기 시작했습니다. 제 가게는 적자가 났고 결국 10년만에 가게를 접게 됐지요.”
영원할 것 같았던 호황의 기세가 꺾이자 한 대표에게는 슬럼프가 찾아왔다. 하지만 그는 조직력과 자본력이 달리고 사업적인 안목이 부족했다는 것을 깨닫고 곧바로 가맹사업체를 찾아 재기에 성공했다.
“결국 프랜차이즈를 선택하게 됐습니다. 제가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본사가 채워줄 것이라는 믿음이 들더군요. 유행도 안 타고 불경기도 없는 것, 그리고 한번 경험해 봤던 삼겹살을 다시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2012년 5월 종로상회를 열고 운영하게 됐습니다.”
한 대표는 가맹비와 인테리어·권리금 등을 포함해 3억원을 투자, 115㎡(35평) 규모의 종로상회를 열었다. 종로상회는 60~70년대를 콘셉트로 한 외식업체로 국내산 생돼지고기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복고풍 고기주점이다.
“가맹사업은 확실히 편했습니다. 신메뉴도 본사가 개발해 주고 마케팅도 잘 진행해 제가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줄었죠. 저는 그저 매장을 찾는 고객들에게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해 주면 됐습니다.”
종로상회 천호점의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다음날 새벽 3시까지. 경영 책임자인 한 대표는 최대한 오랜시간 매장을 지킨다. 개인적 시간을 가질 수 없다는 게 그의 고민이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것이잖아요. 직장생활 할 때보다 잠도 덜 자고 피곤한 것은 맞아요. 나태해질까봐 최대한 매장에 붙어 있어 시간이 없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직장상사의 눈치를 보며 쌓인 업무를 하고 또 프로젝트 등을 진행하던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 일은 힘든 것도 아니죠.”
매장을 운영하면서 고민스러운 부분은 인력수급이다.
“늦은 시간까지 일을 해야 하는 점, 그리고 장래성이 없는 점 등 때문에 아르바이트생을 구하기가 참 쉽지 않습니다. 또 좋은 친구들을 구해도 금방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요.”
은퇴 후 새 삶을 위해 창업하는 비슷한 연령대, 비슷한 경험을 한 ‘골든에이지’들에게 조심스런 조언도 남겼다.
“창업하는 순간 삶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회사를 다니다 퇴직하신 분들은 나름대로의 명예와 위치가 있었을 텐데 내 가게의 문을 열면 그 모든 것들은 바닥에 떨어져요. 그걸 이겨내야 하죠. 처음부터 모아둔 돈 모두를 투자하는 것은 위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