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투데이 조은주 기자 = 세계 각국의 베이비 부머들이 부모에게 얹혀사는 '캥거루족' 때문에 등골이 휘고 있다.
한국을 비롯 미국 일본의 베이비 부머들은 자식들을 부양하느라 은퇴 후에도 손에서 일을 놓지 못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6일 '자식 부양, 끝나지 않는다'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65세 정년퇴직한 일본 베이비부머(1947~49년생)들이 자식들 뒷바라지에 쉬지 못하고 취업전선으로 또 다시 내몰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히라노 야스시 재무설계사는 자식 부양에 생활비 부담을 걱정하는 베이비부머의 상담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1~11월까지 일본 내 65~69세 인구의 평균 취업률은 전년대비 0.8% 포인트 상승한 37%를 기록했다. 재고용과 적극적인 경제활동 의지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지만 자식 부양에 어쩔 수 없이 일손을 놓지 못하는 경우도 상당수 있을 것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일본 총무성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 현재 35∼44세 6명 가운데 1명은 미혼인 채 부모와 동거하고 있다. 약 295만 명으로 추산되며 1990년 112만 명, 2000년 159만 명으로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고용상태도 불안정해 실업률이 세대 전체 실업률(4.8%)의 2배가 넘는 11.5%에 달한다. 이미 20대를 훌쩍 넘어 중년에 접어들었지만 변변한 직장이 없어 결혼은 아예 꿈도 못 꾼다. 이들의 미혼율은 무려 28.6%, 부모세대(10.1%)와 3배나 차이난다.
취업했더라도 결혼하지 않고 부모 집에 얹혀사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바라키 현에 사는 나카타 나오코씨(38)는 취업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독립하지 않고 집세, 식비 등 생활비 모두를 부모에게 의존하고 있다.
그는 "부모란 공기 같은 존재, 함께 사는 게 당연하다"면서 부모로부터 독립할 생각이 전혀 없음을 강조했다.
미국과 한국 베이비부머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뉴욕타임스(NYT)는 베이비부머(1946~64년생)의 절반 이상이 대학 졸업 후 독립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오는 성인 자녀들을 받아주기로 했으며 93%가 대학 학자금이나 대출금 상환, 자동차 구입 등에 드는 비용을 지원해주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2011년 기준 25~34세 남성 가운데 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비율은 19%로 지난 2005년보다 5%포인트 상승했다.
성인 남성 5명 가운데 1명은 자립하지 않고 부모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5~64세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63.7%다.
연금 수령액이 턱없이 모자란 데다 자식 뒷바라지까지 겹쳤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반면 캥거루족은 점점 늘고 있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부모와 동거하는 30~40대 자녀의 수는 무려 50만 명에 달한다.
통계청 관계자는 "부모 세대에 정년 연장이나 재취업 방안을, 자녀 세대에 자립 지원을 동시에 하지 않으면 일하는 부모와 캥거루족 자식은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