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0시. 공식적인 행사가 시작되려면 한 시간이나 남았는데도 체육관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포토라인이 설치된 2체육관 안에도 졸업의 기쁨을 사진으로 간직하려는 졸업생과 가족들이 긴 줄을 만들었다.
특히 배우자나 자녀와 함께 식장을 찾은 중장년층 졸업생이 적잖이 보였다.
청각장애 2급으로 영어영문학과를 전공해 이번에 학사 학위를 받게 된 채영란씨(53·여·전북 전주)는 “신체적인 장애가 불편함을 줄 수는 있어도 불가능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공부할 의지만 있다면 들리지 않아도 느낄 수 있다”며 함께 온 며느리와 팔짱을 끼고 밝게 웃었다.
채씨는 앞으로 영어는 물론 중국어, 일본어, 러시아어 등 외국어 공부에 매진해 해외 선교사의 꿈을 이룰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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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영란씨(왼쪽)가 22일 학위수여식에서 큰며느리와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
오전 11시부터 정오까지 U1미디어 이은비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행사에는 신학용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 김응권 교과부 제1차관, 최 원장과 학위수여자 가족 등 2000여 명이 자리를 채웠다.
신 위원장은 축사에서 “오늘의 졸업은 직장생활과 학업을 병행하는 어려움 속에서 스스로 취득한 결과이기에 어느 대학의 졸업보다도 값지고 보람된 것”이라며 “23세의 젊은 나이에 창업에 도전해 성공한 분, 인생 후반기를 준비하며 자격증을 27개나 취득한 분, 50대 전업주부로 새로운 직업세계에 진입한 분 등 여기 있는 모두가 존경스럽다”고 격려했다.
김 차관은 “교통사고로 팔다리를 잃고도 각고의 인내로 학위를 받은 사례나 세대를 넘어 학위에 도전하신 칠순의 어르신, 교도소에서 공부해 오늘의 영예를 안은 젊은이는 장애물을 극복한 인간승리의 표본”이라며 박수를 보냈다.
최 원장은 “고등교육의 기회를 놓친 성인에게 제2의 학습기회를 제공하는 학점은행제와, 독학의 결과를 시험을 통해 인증해주는 독학학위제는 자율적 평생학습사회 구현에 기여하고 있다”며 “누구나 공부하고 싶은 열정만 있다면 큰 경제적 부담 없이 고등교육을 받고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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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화곡동 KBS스포츠월드 1체육관에서 22일 학위수여식 참석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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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부, 진흥원 관계자(앞줄)와 성적우수 수상자들이 22일 학위수여식이 끝난 뒤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올해 학위수여식에서는 배움에 대한 갈망으로 어려운 환경을 이겨낸 13명이 특별상을 받아 이목을 집중시켰다.
경제적인 어려움과 신체적 장애, 실향민의 아픔과 다문화 가정 등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채 배움에 대한 열정 하나로 마침내 학사모를 쓰게 된 학위수여자들은 가족과 함께 감격하며 졸업가운 팔소매로 연신 눈물을 훔쳤다.
어린 딸을 업고 탈북에 성공한 뒤 독학으로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을 따고 행정전문학사가 된 김 모씨(41·여), 혼자서 두 남매를 키우며 무릎 수술까지 했지만 호텔조리를 전공하고 요리사에 도전 중인 서명숙씨(59·여), 질긴 가난으로 중학교를 중퇴했지만 인생 후반기에 접어들어 체육학을 배우고 요가강사로 변신한 박영순씨(65·여) 등의 사연에 참가자들은 눈시울을 적셨다.
김씨는 “목숨을 걸고 얻은 학습의 자유이기 때문에 행복하다”며 “조만간 대한민국에 봉사할 수 있는 사회복지사로 일할 계획이다. 통일이 되면 북한에 가 헐벗고 굶주린 고향사람들을 위해 배운 것을 활용하고 싶다”고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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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새터민 김 모씨(오른쪽)가 KBS스포츠월드 1체육관 2층 스낵바 라운지에서 22일 인터뷰를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