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되기까지의 시기를 ‘성장’이라고 구분한다. 성장을 이룬 뒤 ‘노화’ 단계에 이르게 된다. 중년기는 삶의 영역을 전체적으로 봤을 때 중간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시기의 위기를 잘 극복해야 성숙한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다.
하지만 자기 정체성의 혼란이 가중되는 중년기는 위기를 동반한다. 이 같은 위기는 사회활동 등을 통해 긍정적 능력을 살리는 것으로 극복할 수 있다. 이때 육체적-물리적 존재의 활동보다는 정신적-지적 존재로 활동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중년기는 '사추기(思秋期)'
중년기는 학자마다 기준이 조금씩 다르다.
해비거스트는 인생의 주기를 아동 초기, 아동 중기, 청소년기, 성인 초기, 중년기(30~60세), 노년기 등 6단계로 구분했다. 학자 김종서 등은 평생교육적 관점에서 유아기, 아동기, 청년 전기, 청년 후기, 성인 전기, 성인 후기(35~60세), 노년기 등 7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에릭슨은 인생의 주기를 유아기, 초기 아동기, 유년기, 학령기, 청년기, 성인 초기(20~35세), 성인기(40~50세), 노년기(60대 이후) 등으로 8단계로 나눴다. 특히 성인 초기에는 친밀감 대 공립감을 경험하고 성인기에는 생산성 대 자아탐색 경험을 이루게 된다. 노년기에는 자아통합 대 절망을 경험하게 된다고 규정하기도 한다.
레빈슨은 인생을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로 구분해 각각 미성년기(22세 미만), 성인 초기(17~45세), 성인 중기(40~65세), 성인 후기(60세 이후)로 분류했다. 레빈슨의 이론은 성인 초기와 성인 중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개인차에 따라 시기가 달라질 수 있어 변화적 관점을 5년가량 차이를 두고 설정했다.
이같이 학자마다 중년기에 관한 기준이 모두 다르지만 대부분 40세 이상 60세 이하를 중년층으로 규정한다.
중년기가 되면 인생에 대한 시간 전망이 달라진다. 이 시기를 ‘사추기’(思秋期)라고 한다. 중년기를 가을로 보는 것이다. 이 시기를 접한 중년층이라면 좌절감을 느낄 수도 있다. 인생의 정점에 이른 순간 하강 곡선을 피부로 실감하기 때문이다.
이때 남은 삶에 대해 중요하게 인식하게 된다.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에 끼어서 두 세대에게 피해를 받는다는 식의 고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또한 중년기에는 체력과 근육 협응력이 저하된다. 감각 기능도 떨어지고 기억력은 인지적으로 감퇴하는 시기다.
서서히 신체적, 인지적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중년기가 부정적인 요소로 부각되지만 사회의 중요 역할을 담당한다.
결정성 지능이 발달해 중요 의사 결정 등 책임적 역할을 담당, 신체적 감퇴현상과 함께 후형식적 사고는 발달하게 된다. 하지만 폐쇄성, 경직성, 방어성이 증가해 실패 공포증이 커지기 때문에 사실상 좌절감을 더 크게 느낀다.
중년층은 이 시기에 변화를 인식해 인간발달단계를 가질 수 있는 정신성형이 필요하다. 삶의 방향을 새로 정하는 것이 중년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성숙의 기회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발달과업으로 다음 시기를 준비
40대 초기에는 주도적으로 인생을 설계하려는 의욕이 넘친다. 이때 남성의 경우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경력을 만들고 싶어한다. 목표를 선택해 달성하기 위해 힘을 기울이고 일을 빨리 끝내려는 경우가 있지만 이 시기에 무리한 행동은 과로, 스트레스 질환을 발생시킬 수 있다.
프리드만과 로제만은 이같은 모습을 ‘A형 타입 인간의 특징’이라고 규정했다. A형 타입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남의 반응을 받아들이는데 시간을 투자하고 독서와 여행으로 심리적, 신체적 활동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동시에 여러 업무를 생각하는 습관을 고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중년기를 맞는 40대는 삶의 큰 위기와 갈등에 봉착하지는 않는다. 50대부터가 인생에 대한 전망이 달라진다. 우선 자녀들이 성장하면서 둥지를 떠나는 ‘빈둥지’의 인식을 갖게 된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프라임칼리지 겨울방학 교육과정 '생애주기 및 생애학습의 이해: 성인들의 앎과 삶' 강좌에서 이해주 방송대 교육학과 교수가 '중년기의 위기와 성숙'을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방송대 프라임칼리지 강의 화면 캡쳐. |
50대 여성은 ‘빈둥지’ 인식을 더 강하게 느낀다. 호르몬의 영향도 크지만 자녀가 독립하는 시기에 갱년기를 맞이한다. 50대 남성은 은퇴와 지인의 사망 등을 경험하면서 중년기를 강하게 느끼게 된다.
이 시기 여성과 남성의 중년기 인식은 다르지만 반드시 이를 인식하고 변화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년 여성의 경우 자녀의 독립 등을 경험하면서 자신에 대해 재인식하게 되고 허무감·우울증이 발생, 사회성이 증가하는 경향이 커진다.
중년 남성은 직장에서 승진과 은퇴를 준비하게 되면서 스트레스는 점점 심해진다. 가족을 위해 일에 집중했지만 오히려 가족은 이해하지 못해 고독감을 느끼는 이들도 있다.
이 시기에는 발달과업을 가져야 한다. 발달과업을 하면 새로운 업무와 다음 시기를 동시에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매코이(McCoy)는 중년의 발달과업을 재음미기(35~43세)라고 규정했다. △삶의 의미 탐색 △직업의 본질 파악 △결혼 재평가 △빈 보금자리 적응 △지역 사회 활동 참여 △여가 시간 관리 △변화에 따르는 스트레스 관리 △개인적 이익과 가치관 재평가 등이 필요한 시기라는 것이다.
중년층에게는 괴로운 시기일 수도 있다. 젊은이들을 돌봐야 하는 사추기의 중년층이 부모세대도 함께 돌보는 입장이지만 긍정적으로 대응한다면 위기보다는 미래에 대한 재설계를 이룰 가능성이 높다.
◇전환확습으로 새로운 관점 설정
중년기를 성공적 상황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새로운 관점을 설정해야 한다. 젊은 것을 선호하는 것보다는 나이가 듦으로써 얻는 이익에 대한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늙음’에 대한 새로운 관점의 확립이 필요하고 적극적으로 은퇴를 준비해야 한다.
노화에 따른 인생기의 변화를 준비하기 위해 복지 대책을 미리 살펴보고 경제적 대비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새로운 역할을 받는 시기이기 때문에 젊은이들의 역할을 인정하고 중년의 역할을 찾아내 적극 임해야 한다.
중년층에 진입했음에도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의상 등을 찾아 흉내 내는 것보다 중후함을 찾아보는 것도 좋다. 사회적 리더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학습을 이루어야 한다. 학습은 변화를 이끈다.
따라서 새로운 삶의 기회를 찾을 수 있는 전환학습을 하는 것이 좋다.
성인기의 학습으로 메지로(Mezirow)는 삶에 위기가 일어날 때 관점을 전환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사회적 역할을 찾기 위한 고민과 성찰을 하면서 학습을 해야 한다.
학습은 관점 전환으로 변화를 이끈다. 변화를 통해 새로운 것을 수용하는 능력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학습은 익숙한 것을 벗어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미래설계를 이룰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성인학습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발적인 학습이다. 필요성을 가질 경우 자기주도적 학습을 이루고 이때 평생학습이 시작된다.
'성인학습자의 자세' 등을 주제로 이화정 백석문화예술대 교수가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방송대 프라임칼리지 강의 화면캡쳐. |
학습은 상호 간의 의사소통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나만의 지식만이 아닌 다양한 구성원의 경험과 생각을 이해하면서 해야 한다.
이때 자극과 동기, 칭찬은 학습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주변에서는 부정적 인식을 강조하는 것보다 긍정적 자극을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습자는 ‘아는 사람’이 아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과정을 가진 ‘진정한 학습자’가 되어야 하며 학습을 통해 창조적 삶을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경험과 지식을 사회에 환원
성숙한 중년을 위해서는 삶의 가치와 목표를 재정립하고 가족, 일의 의미와 가치를 재평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을 신뢰할 수 있는 자기 사랑을 이루는 것이 자신감을 키우는 것이다.
나머지 삶을 어떻게 충실하게 살아갈지의 필요성이 부각되는 시기인 중년기는 쉬어가면서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
인생 후반기 설계를 위해서는 과거의 삶을 다시 살아가겠다는 욕망보다 지난 일에 대해 반성하고 의미를 평가해 앞으로의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위기 극복 방안이 될 수 있다.
신체적, 정신적 변화는 부정하는 것보다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20~30대들의 체력을 흉내 내 과도한 운동을 지향할 경우 오히려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중년기에 맞는 운동으로 건강을 관리하고 심리적 변화를 이해해 대응하는 것 역시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중요 수단이 된다.
특히 중년기는 노년기에 앞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돈, 명예를 갖추더라도 가족, 친구 간의 관계가 없다면 행복한 노후를 설계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가족 관계를 중심으로 재정립을 하고 동반자적 부부 관계를 이루는 것이 중요한 시기다.
중년기를 맞았다면 자녀를 과도하게 보호하는 것보다 자녀의 독립성을 인정해 성장 기회를 부여할 수 있는 ‘떠나 보내기’도 해야 한다.
중년기는 성숙한 중년을 위해 풍요로움을 인식하고 그동안 경험했던 지식과 경험을 서서히 사회적으로 돌려주는 시기다.
또한 완벽주의를 버리고 행복감을 더 중요하게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다량의 업무를 처리하는 것보다 일의 우선순위를 정해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