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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100세 시대] “불안한 노후? 내겐 새로운 삶을 도전 하는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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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훈 기자

승인 : 2013. 01. 07. 17:55

* 공무원에서 안경사로...22년째 안경원 운영하는 지문식 씨
지문식 씨는 서울시 양천구에서 22년간 안경원을 운영하며 희망적이고 밝은 노후를 준비하고 있다.

아시아투데이 이훈 기자 = “불안한 노후요? 정년퇴임이요? 모두 저랑 상관없는 얘기입니다. 저는 안경사라는 직업을 선택해 희망적이고 밝은 노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서울 양천구에서 22년간 안경원을 운영하고 있는 지문식 대표(54)는 밝은 표정으로 자신이 운영하는 안경원에서 기자를 맞았다. 기자가 방문한 시간이 주말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손님들이 많았다.

“저는 사회생활을 공무원으로 시작했습니다. 공무원으로 취직했지만 건강이 좋지 않아 병가를 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병가를 내어 몸조리를 하던 중 평생 다른사람 밑에서 일을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로 인해 여러 직업들을 물색하던 중 다른 직업보다 전문성이 있고 기술직인 안경사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지 대표는 안경사라는 직업을 주직업이 아닌 부업으로 선택했었다고 설명했다.

“안경사라는 직업이 처음에는 제 평생 직업이 될 줄 몰랐습니다. ‘그냥 기술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마음가짐으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 가게가 생기게 되고 이제 평생 직업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는 안경사가 되기 위해 27살이라는 나이에 안경고등기술학교에 입학했다.

“제가 원래 기술교육을 받은 사람이 아니다 보니 처음에는 앞이 막막했습니다. 그 부족함 때문이었는지 남들보다 2~3배로 공부를 했습니다.”

처음 안경사 일을 시작하면서 후회도 많이 했다고 한다.

“이 직업을 처음 선택했을 때 정말 후회도 많았습니다. 제 삶의 목표가 가족이 최우선인데 주말에도 일을 해야 하다보니 가족들과 놀러 다닐 수가 없었습니다. 아내와 아이들만 놀이동산에 보내고 저는 일을 해야만 했습니다. 아직도 그게 마음이 아픕니다. 그래서 주말에 가족끼리 놀러가는 직장인 친구들이 정말 부러웠습니다. 현재는 입장이 바뀌어 친구들이 저를 더욱 부러워합니다.”

지 대표의 친구들도 여느 베이비부머 세대처럼 노후를 걱정하고 있다.

“제 친구들은 현재 아무런 대책없이 회사에서 자의 및 타의로 회사를 퇴직하게 되어 앞이 깜깜한 상태입니다. 자본도 없고 그렇다고 마땅한 정보도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수기 판매 같은 사기를 당하게 되고 경비원같은 전문성 없는 일이나 프랜차이즈 창업을 할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지 대표는 베이비부머의 이러한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저야 전문기술직이라 몇 년 정도는 더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곧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쏟아질 텐데 청년실업 위주로만 노동 정책을 짜려고 하니 저 같은 사람은 한창 일할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일을 찾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정부에서 이런 문제들을 너무 소홀이 취급하는 것 같습니다.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돈을 못 벌고 소비를 못하게 되면 나라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지 대표는 등록금을 걱정해야 할 대학생 아들과 고등학생 두 딸이 있다. 하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다.

“안경사라는 직업으로 종잣돈을 모아 그 돈을 바탕으로 부동산 재테크를 했습니다. 상가 임대료가 매 달 나옵니다. 또한 제가 사장이다 보니 제 몸이 건강할 때까지는 일을 계속 할 수 있으니 크게 문제가 없습니다.”

지 대표는 멋진 노후를 즐기기 위해 마라톤과 등산으로 건강을 관리 하고 있다. 또한 대한안경사협회 양천구안경회장을 엮임하는 등 안경사 권익보호와 지역사회 봉사활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제가 양천구에서만 22년간 운영하다보니 지역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찾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불우이웃과 독거노인들이 안경을 맞추지 못해 어렵게 생활하는 모습들을 쉽게 접할 수 있었습니다. 양천구안경사회 회원들과 함께 1년에 한 번씩은 양천보건소에서 무료로 제작 해주고 있습니다.”

누가 봐도 만족한 삶을 사는 지 대표는 현재 생활에 만족하지 않고 수학교육학을 공부하며 좀 더 나은 미래와 자아실현을 위해 달려가고 있다.

“계속 현실에 안주하다보니 새로운 것이 없었습니다. 안주해 있으면 뒤처지는 것 같았습니다. 새롭게 도전할 것이 필요했습니다. 제 꿈은 학원을 운영하는 것입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수학교육학을 선택해 공부하기 시작 했습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지 대표의 성격은 회사 경영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개인적으로 안경원을 운영하다가 지난 2001년 프랜차이즈 업소로 변경한 것이다.

“이제 늙어가다보니 새로운 사고나 기발한 마케팅 방법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물이 고여 있으면 썩듯이 뭐가 변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뒤처지게 됩니다. 안경원을 운영하려면 마케팅 및 고객관리가 중요한데 혼자서 마케팅을 하기에는 너무 힘들고 젊은이들의 생각이 필요해서 프랜차이즈로 변경하게 되었습니다.”

지 대표는 마지막으로 가족과 손님들의 건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터뷰 도중에도 나이 80세 가량 되는 어르신이 지 대표에게 이것저것 질문을 하자 밝은 미소를 띠며 자세하게 대답했다.

“내 나름대로 손님들에게 최선을 다해 눈 건강에 대해 설명했을 때 장사꾼으로만 보지 않고 제 말을 경청하며 이해해 주실 때 안경사라는 직업을 잘 선택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고 웃으면서 말했다. 


지문식 씨(오른쪽에서 세번째)는 양천구안경사회 회원들과 1년에 한 번씩 지역 내 불우이웃에게 안경을 무료로 제작해주고 있다. /제공=양천구안경사회
이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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