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개인의 경제적 득실만 따진다면 투표를 하지 않는 편이 낫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도 있다. 그러나 투표 행위에는 물질적 이득뿐 아니라 비경제적 편익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기권과 정치적 무관심이 민주주의의 근간을 허물 수 있다는 의미다.
막강한 인허가권을 갖는 자치단체장을 뽑는 지방선거의 투표율은 더욱 중요하다. 투표율이 낮으면 조직 표, 바람 표가 당락을 가른다. 지방선거 투표율은 지난 2006년 51.6%로 전체 유권자의 과반수를 겨우 초과했다. 지난 4년간 시장·군수·구청장 230명 가운데 절반 가까운 숫자가 비리에 연루됐다. 투표율이 함량미달의 지방 일꾼 배출 빈도에 정확히 반영된 셈이다.
시민 생활에 직결되는 사업은 대부분 시장·군수·구청장 등에 의해 이행된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서울시장의 경우 2010년 한 해 동안 21조2853억원의 예산을 사용한다. 같은 기간 국무총리실의 예산은 출연연구기관까지 합쳐 4389억원에 불과하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선되는 지방단체장과 지방의원에게는 1년에 140조원의 막대한 예산이 맡겨진다. 서울시 교육감의 경우 한해 6조원이 넘는 교육예산을 집행하고 7만7000여명에 달하는 교원의 인사를 책임진다. 교육의원들이 심의·의결하는 예산은 전국적으로 32조원에 달한다.
이번 지방선거에 유권자 한 표당 드는 비용은 2만1331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광역단체장과 기초자치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 광역의원과 기초의원의 비례대표, 교육감, 교육의원 등 총 8명을 뽑는 관계로 이번 선거비용이 역대 대선이나 총선은 물론 지난 2006년 지방선거 비용보다 더 비싸다고 설명했다. 투표권을 포기하는 것은 ‘묻지마 세금’을 낸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투표의 부재는 필요성의 부재로, 필요성의 부재는 다시 정책의 부재로 이어진다. 투표율이 낮을수록 출마하는 후보들도 유권자들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투표를 하지 않거나 대충 하는 시민들은 민주주의를 누릴 자격이 없다고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