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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대통령, 교황 장례식 참석 불발…의회서 외국방문 신청안 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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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식 부에노스아이레스 통신원

승인 : 2025. 04. 25. 16:33

날치기·청부살인 등 기승
치안 불안에 국정 공백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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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이 2025년 1월 29일 페루 리마 정부궁에서 연설하고 있다./AP 연합
아시아투데이 손영식 부에노스아이레스 통신원 =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식에 참석할 수 없게 됐다. 막강한 권력을 가진 의회가 대통령의 이탈리아 방문을 불허했다.

24일(현지시간) 일간 라레푸블리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페루 의회는 이날 긴급 소집한 임시회의에서 행정부가 낸 대통령 해외 방문 승인 신청안을 찬성 40표, 반대 45표, 기권 1표로 부결시켰다.

앞서 볼루아르테는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달 24~28일 일정으로 이탈리아 로마를 방문하겠다고 의회에 승인 신청안을 냈다. 페루 헌법상 대통령은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외국에 나갈 수 있다.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자리를 비우는 동안 원격시스템으로 국정을 챙겨 국정 공백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의회는 치안 불안이 극심한 상황에서 국가원수의 해외순방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출국을 허락하지 않았다.

범죄가 증가하고 있는 페루는 지난달 18일 리마와 카야오 등 주요 지역에 발동한 치안 불안 비상사태를 최근 30일 연장했다.

페루는 오토바이를 이용한 날치기와 청부 살인 등이 기승을 부리자 오토바이 2인 탑승 금지, 오토바이 운전 시 차량번호를 크게 인쇄한 형광조끼 착용 의무화 등 후속 조치도 쏟아내고 있다.

현지 언론은 치안 불안이 고조되고 있는 건 현실이지만 의회의 신청안 부결은 '반대를 위한 반대'에서 비롯됐다는 게 중론이라고 전했다.

실제 표결에 앞서 의원들은 의사진행발언에서 "교황이 영혼을 위해 기도하고 싶은 마음이라면 평생 청빈한 삶을 산 교황의 본을 받아 예산부터 아껴야 할 것" "장례식에 참석하기보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으로 슬픔에 빠진 국민이나 위로하라"고 치안대책과 무관한 비난을 쏟아냈다.

페루 의회가 해외 출장을 가겠다는 대통령의 발목을 잡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2년 11월 의회는 페드로 카스티요 당시 대통령이 태평양동맹 정상회의 참석하기 위해 멕시코를 방문해야 한다며 낸 승인 신청안을 부결시켰다.

2012년 결성된 경제협력기구 태평양동맹에는 페루와 콜롬비아, 멕시코, 칠레가 정회원국으로 가입돼 있다. 2022년 하반기 멕시코에서 열리는 정상회의에 페루는 멕시코로부터 순번 의장국 지위를 넘겨받을 예정이었다.

페루 의회는 신청안 부결 후 한 달 뒤인 2022년 12월 카스티요 대통령을 탄핵했다. 당시 부통령이었던 볼루아르테는 권력 승계 순위에 따라 대통령에 취임했다. 그는 탄핵된 전임 대통령의 잔여임기를 채운 후 물러난다.

현지 평론가들은 "2011년부터 페루는 대통령이 8번이나 바뀌는 극도의 정치적 불안을 겪고 있고 정국 불안의 중심에는 행정부와 입법부의 갈등이 있다"며 볼루아르테 정부가 들어선 후에도 관계가 회복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26일 열리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에 참석하는 중남미 정상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다니엘 노보아 에콰도르 대통령,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 등이다.
손영식 부에노스아이레스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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