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집 주변에는 노란꽃을 피우는 야생 키다리꽃이 꽤 있다. 늦여름이 되면 뻘쭘하게 키가 웃자라 어지럽게 쓰러지는 통에 여간 성가신 게 아니었다. 얼마나 생명력이 강한지 어느 해 말끔히 뽑아냈는데도 다음 해 어김없이 새싹을 밀어 올렸다. 이웃 과수원집 할머니 말씀으로는 그냥 서양 해바라기라고 하였는데, 딱히 끌리는 부분이 없어 작년까지만 해도 크게 환영받지 못하는 더부살이 같은 존재였다.
어느날 우연히 본 유튜브 영상을 통해 대반전이 일어났다. 키다리꽃의 정체가 최근 마니아층이 크게 늘어난 매력덩어리 야생초 '삼잎국화'였다. 특히 봄에 먹는 어린순이 별미라고 칭찬이 자자했다. 돌담을 살펴보니 올봄에도 어김없이 삼잎국화 새싹들이 건강하게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삼잎국화의 맛은 정말 탁월했다. 미나리와 두릅, 취나물 향이 섞인듯 했고, 무엇보다 아삭한 식감이 정말 매력적이었다.
자료를 찾아보니 삼잎국화가 우리에게 주는 선물 보따리는 3개였다. 쌈, 묵나물로 애용되는 먹거리 용도와 과학적으로 입증된 여러 약효, 여름이면 그림과 같이 예쁜 꽃을 피우는 관상용 식물이기도 했다. 꽃으로는 차도 만들 수 있다고 하니 올겨울에는 삼잎국화 꽃차를 마시며 임진강의 기나긴 추운 겨울을 이겨내야겠다.
/화가